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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Oct 27. 2019

학회에 가고 싶었던 공익 (4)

코딩하는공익

  "저는 지금 중문 관광단지에 있습니다."

  "그러면 카카오 사옥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겠네요. 도착해서 연락 주세요."


  현재 시각 오후 네시 반. 두근두근. SUV를 빌리기 잘 했다. 달려라, 스토닉! 스파크와는 차원이 다른 출력을 보여줘!


  퇴근시간이 다가와서인지 생각보다 길이 많이 막혔다. 네비게이션 누님 말로는 40분밖에 안 걸린댔지만 정말로 딱 한 시간이 되어서 도착할 수 있었다. 카카오 사옥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우회전스럽지 않게 생긴 길목을 통해 우회전을 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여튼, 꿈에도 그리던 카카오 사옥에 도착했다!


카카오 사옥 전경

  "방금 도착했습니다."

  "혹시 눈 앞에 뭐가 보이시나요?"

  "어.. 돌하르방이 노트북을 만지고 있어요."

  "그 쪽으로 가겠습니다."

  "네 천천히 오세요."


  배재경님께서 오시기까지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카카오 사옥 앞에는 돌하르방이 있는데, 이 친구 글쎄 코딩을 열심히 해서 거북목이 되어버렸다.


코딩하는 공익과 코딩하는 돌하르방

  제주도에 혼자 와서 셀카 기술만 늘고 있다. 여튼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다 보니 저 멀 배재경 님께서 헐레벌떡 뛰어오시는 것이 보였다.


  "반갑습니다!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뇨, 류형규님께서 극진히 대접해 달라고 부탁하셨거든요. 제주도에는 어떻게 오신거에요?"

  "학회 때문에 왔다가 도망쳐 나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카카오 사옥을 구경했다. 카카오에서 하는 재미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들었다. 다음과 합병되면서 많은 개발자들이 판교로 옮겼다고. 제주도 사옥에는 여기저기 빈 책상이 많이 보였다.


  "번역기를 만들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번역기도 만들고 이것저것 재밌는걸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병현 님은 뭘 하는 분이세요?"

  "아, 저는 말이죠."


  간만에 비슷한 분야를 하시는 분을 만나 너무 들떴다.


  "결국 도메인은 크게 상관이 없거든요. 본인도 지금 농업까지 갔잖아요."

  "그렇죠."


  학회 세션 듣는것보다 훨씬 유익한 시간이었다. 현업 최전선에서 AI를 만들고 계시는 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다니. 행운이다.


  "그런데 류형규님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요?"

  "사실 페이스북으로 처음 대화 나눠 본 사이입니다."

  "네?"

  "그것도 오늘 처음으로 대화 나눠 봤어요."

  "예?"

  "아마 제 구독자 분이 아니실까요?"

  "예? 저로써는 이해가 안 되네요."

  "사실 저도 많이 놀랐어요."


배재경님과 돌하르방 앞에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 세상에서는 패킷을 주고받기만 해도 인연이 아닐까. 하물며 필자의 글을 읽어 주신 독자분과의 관계는 깊은 인연이라 생각한다. 다음에 판교에 방문할땐 류형규님께 꼭 연락 드리고 뵙기로 약속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환대해 주신 배재경님과 류형규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제주도 카카오 굿즈

  카카오 본사 안에는 프렌드샵이 있다. 여기에는 제주도 특선 인형들이 판매되고 있다.


  "제가 직원할인 도와드릴게요."

  

  혹시 천사 출신이신가요? 덕분에 면세점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카카오프렌즈를 업어올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치킨 세 마리를 절약해 주셨어요."

  "허허. 많이 사셨네요. 저는 한 번도 사 본 적이 없어요."

  "얘네들 브랜딩을 너무 잘 했어요. 저는 이런거에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이거든요."


전리품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직원할인이 없었다면 제주도까지 왕복 비행기값보다 프렌드샵에서 쓴 돈이 더 많았을 것이다. 저렇게 귀여운데 어떻게 안 살 수가 있겠는가! 세상에, 귤에 매달린 라이언이라니! 귤을 한아름 안고 있는 라이언이라니! 돌하르방으로 변장한 라이언이라니!


  

댓글이 핵심입니다. 보고있나, 넥슨?

  여튼 생각지 못했던 인연으로 카카오를 즐겁게 둘러보고 왔다. 쏘카를 반납하고 숙소까지 오는 길이 정말 힘들었다. 짐이 많아서. 화구통 정말 불편하다. 그런데 곧장 숙소로 오지 않고 생각없이 동문시장을 구경하러 갔다. 그래서는 안 됐다.


고등어, 갈치, 딱새우회

  이번에도 떨이빔을 맞아버렸기 때문이다. 하, 참. 제주도 사람들. 정말. 저렇게 해서 만원에 주시겠다니. 나 다이어트 방해하려고 다들 합심하셨나. 하 참. 정말.


  학회 첫 날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내일은 꼭 학회장에 붙어있어야지!"


  결심을 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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