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야외 에어로빅을 했던 그날 저녁 나른한 풍경

by 니디

우리 동네 하천 흐르는 물소리가 부드럽습니다


산책 나왔다가 잠깐 쉬다 가려고 물가에 앉았어요

물결 위로 비치는 가로등 불빛이 마음을 평온하게 가라앉혀줍니다


복작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깡깡 짖어대는 강아지 소리

깔깔대는 학생들의 수다 소리


그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오는 시끄러운 음악소리


부서지는 물소리에 젖어들 때쯤

음악소리는 점점 볼륨을 높여갑니다


매일 저녁 7시 30분부터 8시 30분

한 시간 동안 열리는 공원 에어로빅


경쾌한 음악소리에 맞춰 많은 사람들이 몸을 흔들고 있습니다


잇차잇챠

흔들흔들

쿠쉬쿠쉬


낮은 단차로 구분되어 있는 무대에서 금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강사가 동작들을 이어가는 동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고 있습니다


사실 삼삼오오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 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은 먹구름이 하늘에 가득하고

이따금씩 빗방울이 흩날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오늘 저녁은 모처럼 저녁하늘에 선명한 달이 반짝일 만큼 날씨가 맑습니다


가끔 공공장소에서 춤을 춰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척 자유로울 것 같은 마음에


잠시 망설이다가 이때다 싶어 맨 뒷줄 가장자리에 섰습니다

강사가 잘 보이는 위치를 확보한 다음, 동작을 관찰합니다


강사님은 헛둘헛둘 챱챱

나는 빼뚤 삐뚤 어기적


몸에 익지 않은 동작들로 슬슬 숨이 차오를 때쯤 모두가 박수를 칩니다

한 곡이 다 끝난 겁니다


우리는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힘껏 박수를 쳤습니다

해냄을 기특해하며


4분 정도 곡이 이어지고 끝나고 우리는 박수를 치고

그렇게 5곡을 다 추고 나서야 운동이 마무리됩니다


시야가 뚜렷해지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피부를 간지럽힙니다

나란히 서서 함께한 아줌마에게 수고하셨다고 말했습니다

아줌마는 내일 또 보자고 말하셨습니다


달빛이 길 위에 드리워질 만큼 주변이 어두워졌습니다

흐르는 물소리는 여전히 평온하고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오리만이

혼자에서 둘이 되었습니다


서로 나란히 마주 보고 부리를 맞댄 오리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별빛이 점점 뚜렷해지는 밤이 오면

그제야 숨 좀 쉬겠다는 듯 돌 위로 걸어 나와 날개를 푸드덕거립니다


좀 더 아늑한 물 위를 찾아 날아보기도 하고

깃털 사이사이를 부리로 쪼아대며 나름의 단장을 하기도 합니다


오리의 밤은 점점 더 분주해져만 갑니다


달과 별이 켜지고 해는 꺼진 이 밤

머무르지 않고 흐르는 물을 따라 오리들은 유유자적 그들만의 낙원에 도착했습니다


자려고 누운 침대에서 높이 떠있는 달에게 말을 걸어 봅니다


오늘은 그래도 나 잘 살았지?

안 해봤던 것도 했잖아

근데 내일은 가지 않으려고

홀가분한 마음은 있었는데 더 당기진 않네

네 생각은 어때?


달은 말을 못 합니다

입도 없고 목소리도 없잖아요

그 점이 쏙 마음에 들어 저는 자주 달에게 말을 걸곤 합니다


하지만 전 달의 답을 항상 듣습니다

달이 답했습니다


가기 싫으면 가지 마


역시 달과의 대화만큼 속 시원한 대화도 없는 것 같습니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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