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과 예리함이 만나면 언제나 예리함이 이긴다

by 니디

백화점에 빈 지갑들고 간 기분으로

오늘은 신도시에 다녀왔다


백수에다가 무주택자까지 더해지면

자고로 그런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우와우와

탄성을 터뜨리며 동네를 구경했다

마침 날도 좋아 주변은 반짝반짝 빛났다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자전거가 많았다

사람들은 자기 몸 한 편에 자전거를 꼭 끼고

유유히 길을 지났다


왜 인도에서 자전거를 끄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 것인가


의아했지만 이것이 신도시의 문화 인가 하고

그들을 지났다


네이버 부동산을 켰다

이 동네 제일 저렴한 아파트 시세가 6억 중반


내 집을 마련하는 꿈을 자주 꾸는 이유가 있다

결국엔 꿈일 뿐이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말했다


집에만 있으면 더 우울해할까 봐

억지로라도 밖에 나가려고 한 거야

이제 기분 안 좋냐느니 하면서 눈치 안 줄 테니까

잘 추슬러봐

그러다가 정말 우울증 올 수도 있어


난 예민했고 남편은 예리했다

남편은 가만히 날 지켜보고 있었다


예리함이 한 수 위였다

예민함이 맥도 못 추고 누그러진다


예민함과 예리함이 만나면

언제나 예리함이 이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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