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과 미영은 밝은 아침해가 자신의 집으로 새어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지금 막 깊은 잠에서 깼다. 미영은 여기 하원동에서 폐를 열어 첫 울음소리를 내던 때부터 지금 이십 대 중반까지 긴 세월 동안 하원동을 떠나지 않고 있는 토박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태어나 그곳 어느 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낸 캐서린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홀로 한국에 온 지 지금껏 딱 3년 째다. 그녀는 항상 소심한 태도를 보이며 살아왔지만 나름대로의 극단적인 면이 있었다. 자신을 한국으로 이끌어준 것에는 극단적인 이 성격이 그 중심에 있었다. 미영은 부모님 그리고 3살 어린 여동생과 함께 26년째 그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이 주택은 현관을 나가면 작은 마당이 있어 미영의 부는 크고 작은 화분 대여섯 개를 마당 곳곳에 놓고 일주일에 한 번씩 천천히 그리고 소중하게 화초들의 목마른 전신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언제든 원한다면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캐서린은 13평 원룸에서 살고 있다. 호기롭게 한국에 두 발을 디딘 캐서린은 이렇듯 호기롭게 한국에서 없어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소심하지만 그렇다고 모험심이 없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굉장한 모험심을 가진 여자였다. 그녀의 극단적인 성격이 대단한 모험심과 합심해 캐서린을 여기 하원동까지 오게했다. 이 두 친구는 모두 개 1마리를 키우고 있다.
미영의 개는 2년 전 하원동 시내에 있는 강아지 분양 샵에서 산 작고 하얀 '말티푸'다. 지금 그 분양 샵은 없어졌다. 대신 분양 샵이 있던 자리에는 라지사이즈 커피를 이 천원에 파는 작은 카페가 새로 자리했다. 일 년 전 일이다. 아무래도 커피 맛이 별로라 미영은 이 작은 카페를 즐겨하지 않는다.
캐서린의 개는 6개월 전 '외국'에서 사는 대부분의 '외국인'이 느꼈을 법한 고향에 대한 향수병 혹은 엇비슷한 허전함을 채우고자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해온 '믹스견'이다. 그녀는 직접적인 따뜻한 온기가 필요했고 나아가 자신의 고향 런던에 있는 '터비'가 너무 그리웠다. 그녀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언제든 이곳 하원동을 떠날 수가 있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녀의 개는 암컷이었고, 정확한 나이는 몰랐다. 당시 보호소 직원이 4살 추정이라고 했던 것 같다. 개의 크기는 입양 초기에는 어림잡아 5킬로 정도였지만, 지금은 잘 먹고 잘 사는 탓에 7킬로 까지 몸무게가 불어났다. 캐서린의 외로움과 기쁨, 허전함과 슬픔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숨을 이어가는 캐서린의 개였다. 이 개가 머물렀던 유기견 보호소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시행하는 시보호소였다. 개체 수가 포화상태이니 보호소 측에서도 하는 수 없이 안락사를 통해 개를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미영의 개 이름은 '두부'이고, 캐서린의 개 이름은 '허니'다.
미영과 캐서린은 오늘 점심에 두부와 허니를 데리고 동네에 새로 오픈한 식당에 가기로 약속했다. 태국 음식을 파는 그 식당은 고맙게도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작은 레스토랑이었다. 하원동에는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공의 장소가 부족한 탓에 미영과 캐서린은 지금 무척이나 신이 난 상태이다. 약속 시간은 2시. 개가 있으니 너무 바쁜 점심시간은 피하자는 것에 두 친구는 모두 동의했다.
두 사람은 식당 근처 공원에서 만났다. 미영의 개 두부는 미영의 어깨에 메어진 갈색 가방 안에 담긴 채로 허니를 만났고, 캐서린의 개 허니는 목줄에 채워진 채, 미영과 그녀의 개가 그들을 발견하기 한참 전부터, 멀리서 다가오는 두부를 발견하고는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 희망에 찬 꼬리짓은 두부를 향한 것인지, 미영을 향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개들은 말을 못하기에. 어쩌면 자기를 데리고 나온 캐서린을 위한 것일 수도 있었다.
이 두 마리의 개는 만난건 몇 번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면이라 서로의 냄새에 익숙해져 있었다. 미영과 캐서린은 반가움의 표시로 가벼운 포옹을 했다. 캐서린은 미영을 깊게 포옹할 수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미영의 가슴팍에 두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영과 캐서린은 식당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가능성(개나 사람이나 언제나 우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배설의 욕구뿐이다.)에 대비해 각자의 개 두 마리에게 배변활동을 재촉했다. 미영은 갈색 가방에서 두부를 꺼냈다. 두부는 잔디밭 여기저기를 탐색하더니 이내 오줌을 갈겼다. 두부는 수컷이다. 미영은 손에 티슈를 쥐고 있었다. 그리고 두부가 배설을 마치자마자 그의 생식기에 묻은 오줌을 닦아주고서 다시 갈색 가방 안에 두부를 넣었다. 미영이 손에 쥐고 있던 티슈는 얼마 전 펫 샵에서 산 '강아지용 물티슈'다. 캐서린의 개 허니는 주인의 재촉에도 불구 배설을 하지 않았다. 이미 집에서부터 공원까지 오는 길에 제 욕구를 끝낸 상태였기 때문에 누고 싶어도 더 나올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 친구는 식당에 도착했다. 그들을 제일 먼저 반겨준 것은 식당 입구에 있는 개 두 마리였다. 이 개들은 입구에 마련된 넓은 울타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장 부부의 개들이었다. 울타리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 서있던 미영은 이 개 두 마리는 무슨 품종일까 하고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미영의 뇌 속에는 이렇게 생긴 개들은 없었다. 한 마리는 시바견 같은 구석이 있었고, 또 한 마리는 스피츠 같은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기에는 그들의 생김새가 너무나도 애매모호했다. 그리고 몸집 크기 또한 시바 혹은 스피츠라고 하기에는 조금 커 보였다. 두부를 이십 삼만원에 구입하기 전, 미영은 자신에게 맞는 품종의 개를 찾기 위해 개 품종 공부를 조금 한터였다. 미영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는 두부는 낯선 개 두 마리를 보자 난리가 났다. 분명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자기를 소개하고 싶었으리라. 미영은 여사장에게 개들의 품종을 물었다. 사장은 '우리 개들은 믹스견이며 나이도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동물병원 원장은 이 개들은 아직 1년이 안된 혹은 조금 넘었을 것 같다고 말했을 뿐이다'라고 미영의 질문에 답했다. 미영은 사장의 말을 듣고서 식당 입구로 몸을 돌렸다. 그녀의 몸은 개들이 있는 울타리를 등지고 있었지만, 두부만큼은 아니었다. 두부는 미영과 여사장이 대화를 나눴던 짧은 시간에도 한 번도 그 개들에게서 눈을 뗀 적이 없었다. 마음에 드는 테이블을 발견한 미영은 품에 안긴 두부와 함께 착석했다.
캐서린은 자신의 개 허니를 반갑다며 인사를 건네는 듯 보이는 두 마리 개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리드 줄을 앞으로 당겼다. 그리고 다가오는 사장에게 자신의 개 허니를 울타리 안에 같이 둬도 되느냐고 물었다. 사장은 '너무 좋죠. 저희 애들은 강아지 친구들을 너무나 좋아한답니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어 보였다.
캐서린은 울타리 입구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다. 자신의 몸집에 비해 울타리 입구는 턱 없이 좁았던 것이다. 울타리 안에 있던 개 두 마리는 캐서린에게 향하려던 발걸음을 거두었다. 캐서린의 발이 울타리에 차일 때 소리가 제법 요란하게 났기 때문이다. 개들은 큰 소리를 싫어하는 법이다. 내가 알기로는 어떤 개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밤 천둥이 치면 밤 새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인다. 그만큼 녀석에게 천둥소리와 같은 큰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위협적인 적임이 틀림없다.
엉겨 붙은 세 마리의 개들은 자신의 코를 서로에게 들이밀며 상대방을 알아가기에 분주했다. 태어나서 처음 맡는 냄새에 도취된 세 마리의 개들은 이내 그 내장 어떤 기관에서 분비되는 도파민과 엔도르핀에 취해버리고 말았다. 미영과 캐서린 그리고 사장 부부 중 홀서빙을 맡고 있는 여사장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이리저리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세 마리의 개들을 보았다. 역시나 예상대로 녀석들은 잘 어울려주었고, 캐서린은 식사를 위해, 여사장은 서빙을 하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갔다. 미영은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이미 통창 넘어 자리한 테이블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식당의 홀과 개들이 있는 울타리는 통창으로 연결되어있다. 식사를 하면서 개도 구경하는, 흡사 전 세계 곳곳의 동물원이 이색적인 이벤트랍시고 열심히 광고를 하는 '동물원에서의 아침 그리고 저녁식사'를 연상시킨다. 그들은 인터넷 상의 동물원 공식 홈페이지에 대문만 한 사진을 걸어 놓곤 한다. 코끼리 두세 마리(그들의 모습은 기분이 좋은 듯 역동적인 모습이다. 코를 높게 치켜 올린채로 앞다리 중 하나를 공중으로 들어올려보이는 그런 모습.) 사이에서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네모난 식탁에 둘러앉아 건배를 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말이다. 여기에서 부모의 잔에는 맥주가 담겨 있고, 자녀들의 잔에는 오렌지 주스가 담겨있다. 메인 요리는 역시나 스테이크.
식당에 들어선 순간부터, 캐서린이 미영이 잡아놓은 테이블에 도착하기 까지, 모든 시간의 과정이 벌어질 동안 미영의 개 두부는 세 차례 크게 짖었으며, 네 차례 작은 제 몸을 떨려 낑낑거렸다. 미영은 두부가 짖고 낑낑거렸던 일곱 번 동안 두부의 둔부를 툭 툭 툭 토닥여주며 두부를 더욱더 꼭 안아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친구들이 너보다 커서 무섭구나. 엄마 여기 있어."
미영은 메뉴판을 들여다보면서도 여사장이 웃으며 캐서린에서 무어라 말하는 모습, 캐서린의 발이 울타리에 걸려 그녀가 넘어질 뻔한 모습, 세 마리의 개가 엉겨 붙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물론 미영의 곁에 있는 두부도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개들에게 향하는 두부의 시선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영은 갈색 가방에서 두부를 꺼냈다. 그리고 그 갈색 가방을 판판하게 핀 다음 의자 위에 깔았다. 그리고 그 위에 두부를 올려뒀다. 두부는 익숙한 듯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다. 자신의 몸뚱이가 위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혹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리저리 움직여질 동안 이 수컷 두부는 덩치가 큰 세 마리의 개들에게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캐서린과 미영은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미영은 자신의 개 두부에게 집에서 미리 챙겨 온 물을 물통에 조금 따라 부어 두부에게 주었다. 이 물통은 두부의 외출 전용 물그릇이다. 탄탄한 고무소재로 되어있다. 말하자면 텀블러 같다고나 할까. 왠일인지 두부는 물을 핥작이지 않았다. 미영은 물을 물통에 도로 집어넣고 물그릇을 휴지로 닦았다. 그리고는 다시 그것들이 있었던 가방에 집어넣었다. 반면 캐서린의 개 허니는 울타리 안에 놓여있던 물그릇에 담긴 물을 단번에 마셔버렸다. 시간은 짧았지만 강렬한 느낌을 느꼈기에 허니는 목이 말랐다. 여사장은 목마른 허니 그리고 자신의 개들을 위해 그릇 가득 물을 채워주었다. 이번엔 두 마리의 개 중 스피츠를 닮은 개가 물을 홀짝거렸다. 시바견을 연상시키는 검은 개는 물그릇 주변을 맴돌았지만 결국 물은 먹지 않았다. 이렇게 한 템포 쉬어간 개들은 다시 한번 서로의 몸을 뛰어넘으며 엉겨 붙기 시작했다. 캐서린은 즐거운 몸짓을 하는 개들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 순간 미영과 캐서린이 주문한 음식이 테이블에 놓였고 두 친구는 지체없이 젓가락을 들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미영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두부는 주인에게 식탁 주변을 지분거리지 말라는 훈련을 잘 받아왔다. 때문에 눈앞에 차려진 진수성찬에 두어 번 시선을 두었지만 이내 짧은 한숨을 내쉬고 눈을 꿈뻑댔다. 이때가 처음으로 울타리 개들에게 두부가 눈길을 거둔 두어 번의 순간이었다. 통창 너머에 있던 허니는 밥을 먹는 주인을 응시했다. 허니는 주인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갑작스러운 집중력을 십 분 발휘한다. 대부분의 유기견들은 새로운 자신의 주인이 자기를 또 버릴까 불안해한다고 한다. 캐서린은 허니가 그런 이유에서 자기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하지만 여유 있는 몸짓과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허니가 고개를 든 채로 가만히 다리를 구부려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자 캐서린은 금방 마음이 놓였다. 그 모습이 진실로 안정돼 보였기 때문이다. 나머지 두 마리의 개들은 허니의 갑작스러운 정적 상태를 당황해했다. 하지만 이윽고 캐서린의 개 옆에 나란히 앉아 자신의 주인을 바라봤다. 네 개의 맑고 경쾌한 눈이 여사장 얼굴에 미소를 가져다주었다.
식사의 중간 어디쯤에 왔을 때였다. 졸던 두부는 갑자기 세 마리 개들에게 관심이 쏠리기에 이르렀다. 갈색 가방이 푹신하게 놓인 의자를 내려가려고 버둥거린 것이다. 미영은 들고 있던 수저와 젓가락을 내려두고 두부를 진정시켰다. 미영은 이럴 줄 알고 미리 간식을 챙겨 왔다. 그저 미영은 두부에게 간식을 주면 그만이었다. 두부는 작은 육포 조각을 냄새도 맡지 않고 바로 혀로 날름 집었다. 이미 아는 맛이었기 때문이다. 그 일련의 순서를 보고 있던 캐서린은 그러지 말고 두부도 애들이랑 놀게 하는 건 어떠냐고 미영에게 물었다. 미영은 캐서린의 말을 듣자마자 '아니' 라며 거절했다. 저기 울타리에 있는 개들은 몸집이 크고, 두부는 작다는 것이 그녀의 타당한 이유였다. 캐서린은 수긍했다. 그리고 한창 중이던 식사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 와중에 두부는 세 마리의 개들이 자신의 시야에 찍힐 때마다 깡깡 짖어대기 시작 했다. 주변 테이블에서 코를 박고 밥을 먹던 식당손님들은 그녀들의 테이블, 정확히는 두부에게 그들의 시선을 내리꽂았다. 캐서린은 족히 열개는 넘어 보이는 눈들이 자기를 보고 있다고 느꼈다. 대중의 관심을 순간적으로 받는 것에 캐서린은 어색함을 느낀다. 특유의 소심한 성격 때문이리라. 미영은 그런 시선들을 그대로 반사시키며, 갈색 가방으로부터 두부를 들어 올려 자신의 품 안으로 집어넣었다. 한 손에는 젓가락이 들려있었고, 나머지 한 손에는 두부의 둔부가 그녀의 손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저 미영의 밥 먹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을 뿐이었다.
각자의 식사를 마친 미영과 캐서린은 각자의 개를 데리고 식당을 빠져나왔다. 음식 맛은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 그로부터 3시간 뒤, 그녀들의 머릿속에 오늘 먹었던 메뉴가 갑자기 떠올랐고, 두 친구는 아직까지 두 개의 위 속에 머물러 있을 그 음식을 그리워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두 친구는 정확히 일주일 뒤(매주 화요일이 그들의 휴무일이었다. 다행히 휴무일이 같았다.) 오늘 갔던 식당을 또 가기로 약속했다. 다만 일전의 약속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각자의 개를 데려올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캐서린은 약속을 잡을 때 이미 자신의 개를 데려갈지 아니면 데려가지 않을지에 대한 답을 내린 상태였다. 자신이 맛있게 배를 채울 동안 나의 소중한 개 허니 또한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으니 허니와 함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 식당에서의 캐서린과 허니의 경험은 그 둘 모두가 만족는 결과로 결론이 난 것이었다. 그리고 캐서린은 생각했다. '아마 미영은 두부를 데려오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오늘 식사 때 그녀는 결코 편안해 보이지 않았거든. 만약 일주일 뒤에도 두부를 동반한다면 우리 허니와 그리고 그 개들과 함께 놀게 해 줬으면 좋겠어. 그 두 마리의 개들은 너무 착했거든.'
일주일 뒤 미영과 캐서린은 같은 공원에서 만났다. 목줄을 채운 허니와 함께였던 캐서린이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캐서린이 공원에 도착한 10분 뒤, 미영이 공원 근처에 다다랐다. 그리고 약간의 팔자걸음이 이색적인 미영을 캐서린은 신기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예상과는 달리 미영은 갈색 가방을 메고 있었고 그 의미는 그 안에 그녀의 개 두부가 들어있다는 뜻이었다. 순간 캐서린은 지난주 식당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던 것을 상기했다. 그녀의 노르스름한 피부에 짙은 주름이 생겼다. 미영의 존재를 잠시 잊은 채 그녀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만 것이다. 미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언짢은 캐서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