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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창섭 Mar 23. 2020

7월, 8월, 9월

병원에 구월이를 데려갔다 왔고, 오는 손님도 없이, 요즘은 집청소를 자주 한다. 7월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8월에는 많은 일이 있다. 다복한 사람으로서의 나와 박복한 사람으로서의 내가 교차한다. 그 사람의 운을 평가하는 것의 다복의 최고치일까, 박복의 최저치일까, 그 중간의 평균쯤일까. 빨래는 잘 말라서 아침에 빨아 널어 놓은 것을 저녁에 입을 수도 있다. 널어 놓을 때는 아직 빨래이고, 다 말랐을 때는 입을 수 있는데 그 중간쯤은 무엇이라 불러 볼까. 명칭이 존재하지 않던 시공을 썸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썸은 긍정형이라서 부정일 때는 애니를 써야 한다. 무엇인가 있었다는 문장을 부정형으로 바꾸면 어떤 것도 없었다는 문장이 된다. 수의사 선생님은 구월이가 사회성이 강하지 않아 보여 둘째를 들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고 하셨다. 나는 가끔, 나를 바라보고 하는 말들은 모두 나에 대한 말인 것처럼 듣는다.



- 2015. 0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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