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리 시인의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가 다시 읽고 싶어 찾아 보는데 집에 없다. 버렸을 리는 없고 집에는 없으니 필시 누군가를 빌려준 것이다. 대상이 기억이 안 나는 것이 문제다. 언제, 누구를, 무슨 연유로 빌려 주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내가 빌린 것도 내가 빌려준 것도 돌아서면 기억을 잘 하지 못한다. 게으른 내가 가장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있다면, 까먹는 일이다. 잊는 일이다.
그 책을 빌려준 이가 페이스북 친구라서 이 글을 볼지도 모르겠다. 그 시집은 보라색으로 참 예쁘다. 책장에 꽂아 두어야 하지만 안 돌려주셔도 된다. 새로 사면 된다. 무의적으로 당신께 드려 버린 선물이다. 당신께 빌려준 기억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사과다. 최선은 그런 것이다. 대신 나중에 저한테도 시집 한 권 선물해 주세요. 아니, 내가 아닌 누구한테라도. 그게 더 최선이다.
최악은 무엇일까. 다시 찾아 보니 우리집 어딘가에 그 책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있을 만한 곳은 대충 다 훑어 보았다. 최선을 다해 찾아 본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할 일도 아니다. 그럴 맘도 없고. 그리고 왠지 글을 쓰다 보니 누군가에게 빌려준 기억이 나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빌려준 것 같은 기억은 나는데 그게 "누군가"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최선을 다해 기억을 해 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 2015. 0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