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서원동 원룸촌. 정신 안 차리면 넘어질 듯한 비탈길을 끼고 회색빛 원룸 건물들이 숨막히게 들어서 있다. 얼마 전 어쩌다보니 동네 폐지 줍는 아주머니와 잠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곳은 오륙년 전까지만 해도 2~3층의 주택이 중심이었다고. 굳이 그분께 말씀 듣지 않아도 익숙한 풍경이지만, 다시 한 번 내가 사는 마을의 통시성을 인식한다.
얼마 남지 않았던 2층짜리 주택 하나가 며칠 전 완전히 헐어졌다. 몇 주 더 가봐야 알겠지만 그 자리에는 15개의 방과 15개의 화장실과 15개의 침대와 15개의 비밀번호가 생기겠지.
도시는 자꾸만 혼자를 모은다.
칸칸이 몇 층 더 위로, 혼자들을 쌓아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