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종이 땡땡땡 (feat. 구글 홈 AI 스피커)
작년 퇴사 후부터 이번 9월 개강 전까지 실컷 놀았다. 정말 후회 없이 놀았다. 그렇다고 놀기만 한 건 아니고, 사업자도 내고 일이 있을 때 일하는 프리랜서로써의 삶을 만끽했다.
문제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였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했는데 일이 거짓말같이 뚝 끊겼다. 할 일이 없는 하루는 게임과 넷플릭스 드라마와 기본적인 수면과 식욕으로 채워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엉망인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회사를 다녔다면 절대 못 지내봤을 하루를 실컷 보내서 그랬을까. 우리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며, 우리의 게으름과 나태함에 반기를 들었다. 규칙적인 하루를 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안 할지를 정하던 중, 구글 홈 AI 스피커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구글 홈 어플에서 학교종처럼 특정 시간대마다 음악과 멘트(우리가 작성함), 농담이 나오도록 설정했다. 설명이 어려운데, 오후 1시 30분이 되면 구글 AI 스피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기하게 점심을 먹고 좀 쉬다가도 저 멘트를 들으면 작업실로 가서 뭐라도 했다. 인강을 보기도 하고, 개인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아래 영상과 같이 말해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1-2시간씩 걷기도 했다.
위에 언급된 건 하루 일과 중 일부분일 뿐이다. 우리의 AI 비서는 아침에 우리를 깨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학교종처럼 특정 시간대마다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을 알려줬다.
- 아침 기상: 구글 홈과 연동된 안방의 필립스 Hue 조명의 밝기 100%, 오늘의 날씨를 알려줌.
- 아침 설거지 안내
- 오전 작업 종용
- 점심 준비 안내
- 점심 설거지 안내
- 오후 작업 종용
- 저녁 준비 안내
- 저녁 설거지 안내
- 운동 출발 안내
- 잘 준비 안내
효과는 꽤 있었다. 특히 아침에 기상하는 시간이 이전에는 일정하지도 않고, 점심시간이 다되어서야 침대에서 어기적어기적 기어 나와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일이 확실히 없어졌고, AI가 깨우는 시간에 항상 일어났다. 그 이후 AI의 안내에 따라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오후 일과를 시작했다. 어딘가에 출근하지 않는 프리랜서는 이렇게까지 해야 규칙적인 일상을 살 수 있었다.
사람이 늘어지면 한 없이 늘어질 수 있다는 문제를 AI 기술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은 확실히 밀레니얼, 그리고 그 이후 세대의 특징인 것 같다. 그저 우리 입장에선 AI비서를 그냥 집에 들였을 뿐이긴 하지만.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영화에서나 봤던 AI비서는 이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AI 비서의 안내를 착실히 따랐더니 이런 서비스도 만들어보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