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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동규 Jul 14. 2022

두근두근 영춘권 (2010)


1.

2010년은 DSLR의 태동기라고 볼 수 있다. 최초로 방송에서 DSLR로 촬영한 무한도전 텔레파시 특집도 2010년이고, 윤성호 감독의 <두근두근 영춘권>도 인트로부터 캐논 EOS의 협찬 문구가 들어간다. 당시 한참 캐논 5D(심지어 mark2 시절)에 빠져있던 젊은이들은 <두근두근 영춘권>과 사랑에 빠지고, 너도 나도 SLR 클럽에서 50.8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돈이 좀 없으면 5D대신 500D를 사서 "왜 나는 이런 느낌을 못내지?"하고 장롱에 카메라를 쑤셔 박았다. 나도 같은 입장에서 새삼스럽게 외장하드에 있던 <두근두근 영춘권>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첫 리뷰 영화는 이걸로 하자. 

2.

윤성호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몹시 유니크한 감독이다. 포켓몬으로 치면 최소 폴리곤이나 메타몽 정도는 된다. 한국은 인구 대비 명장 감독의 수가 신기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박찬욱도, 봉준호도, 최동훈도 가지지 못한걸 윤성호는 가지고 있는데. 그건 다름아닌 가벼움이다. 윤성호처럼 이야기를 가볍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가끔 텅 빈 것과 가벼움을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밀도가 가득 차 있지만 가벼운건 대단한 능력이다. 얇은데 따뜻한 옷 같은거다. 그냥 비닐 바지 같은걸 얘기하는게 아니라.

3.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윤성호만큼 꾸준히 단편을 만드는 감독이 잘 없다. 한국 단편 시장이 단순히 장편으로 가기 위한 단계처럼 된 탓도 있지만, 두근두근 시리즈를 아직까지도 이어가는걸 보면. 어지간히 단편이나 시트콤의 호흡을 좋아하는 감독이라고 본다. 한국에 이런 감독 잘 없지 않나? 신원호나 김병욱 정도?

4.

윤성호의 작품은 늘 일상 속에서 뭔가 다른 포인트를 하나 넣는다. 사실 뭐 안그런 감독이 얼마나 있겠냐만, 카페 알바와 학생의 러브라인에 영춘권이라니. 조합이 꼭 간장게장에 아이스크림 느낌이 나지 않나? 그것도 뭐 메론맛 이런걸로. 그런데 그게 맛있단 말이야. 사실 아포가토 같은것도 이렇게 탄생하지 않았을까.

5.

사실 이건 많은 감독들이 공감할텐데, 대부분의 감독은 이야기에 자신의 취향을 녹이고 싶어한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음악 선택이나 에드가 라이트의 대사. 웨스 앤더슨의 배우들을 보면 그게 너무나도 잘 느껴지는데,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 숀이 LP판 던지는 장면이 너무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윤성호 감독은 필시 이소룡, 성룡 류의 액션 영화를 보고 자랐을거다. 뭔가 "어릴땐 나이가 어렸을거다"같이 너무 당연한 말을 한 것 같은 기분이지만. 어쨌든.

6.

아마도, 예상일 뿐이지만. 이 이야기는 십중 팔구 이야기보다 배우가 먼저였을거다. 박희본과 조현철을 우연히 만난 윤성호는 자연스럽게 배역과 이야기가 떠올랐고. 대사는 그들과의 미팅 자리에서 다 완성됐을거다. 그런 이야기가 있고 그런 배우가 있다. 필시 그렇게 된다. 아니라고 암만 우겨봐라. 설마 이야기 먼저 만들고 그 캐릭터에 맞는 사람을 섭외했는데 그게 마침 조현철 박희본이었다고? 강원랜드에서 명상하는 소리하네. 

7.

처음으로 9와 숫자들에 대해서 알게 된 계기이기도 한데, <혜화, 동>에서의 브로콜리 너마저도 그렇고. 영화 한편의 메인곡으로 인디 뮤지션의 음악을 통째로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노래를 들을때마다 꼭 그 영화를 대표한다는 기분이 든다. 그럼 오히려 돈을 좀 써서 저스틴 비버나 카디비 뭐 백예린 같은 노래 쓰면 좋겠다. 그럼 이상 형편없기 짝이 없는 영화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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