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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동규 Jul 18. 2022

로프 (1948)


1.

오늘의 영화는 그 유명한 히치콕의 로프다. 히치콕 최초의 컬러 영화이며, 당시에는 획기적이기 그지 없던 원 테이크 기법으로 이루어진 영화로 유명하다. 물론 당시의 필름 길이는 9분 30초 뿐이어서 10번을 나눠서 촬영하고 원테이크인 것 처럼 붙였지만, 과연 그 당시 어떤 기술로 원테이크를 연출했을까? 궁금해서 유튜브를 찾아 영화를 관람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테이크고 자시고 영화가 너무 재밌잖아 이건.


2.

영화는 브랜든과 필립이 친구인 데이비드를 "아무 이유 없이"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영화의 제목인 로프가 시작부터 등장하는데, 이 사건은 실제로 하버드에서 일어났던 일을 소재로 한다고 한다. 단지 자신들은 우월하기 때문에, 한심한 사람은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데이비드를 목 졸라 죽이고 상자 안에 집어넣는다. 


3.

이 과정에서 필립은 죄책감과 공포에 휩싸이지만, 브랜든은 우월감과 성취감. 그리고 일종의 뿌듯함까지 느낀다. 감독은 같은 살인범이지만 몹시 대조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어, 서스펜스의 화법을 저글링 하듯 가지고 논다. 살인범이 둘 중 하나의 캐릭터만 가지고 있었으면 밋밋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괜히 인간 서스펜스가 아니다. 창 밖의 풍경은 처음엔 라이트 패널인가 싶었다. 당시에 저정도의 장면을 크로마키로 작업할리도 없고. 실제로 뉴욕 한 복판의 집에서 촬영했나? 했더니, 워너 브라더스 세트장이었다고 한다. 도시 풍경의 복제품은 세트장의 3배 크기라고 한다.


4.

극중에 이건 죄와 벌이 아니다, 라는 대사도 나오는데. 필립은 마치 라스콜리니프 처럼 시종일관 불안과 죄책감에 떨어대지만, 브랜든은 기고만장하며 살해당한 데이비드의 부모님까지 파티에 초대한다. 브랜든 역할의 존 달은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봤는데, 거의 안톤 시거나 조커 급의 악당 캐릭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섬뜩했다. 히치콕의 스타 캐스팅은 정말...


5.

극의 긴장감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겠지만, 두 사람은 데이비드의 시체가 들어있는 상자 위에 촛대를 놓고 음식을 준비한다. 데이비드와 그의 아내, 부모님, 친구들을 초대하기 위해서. 우리는 영화가 끝날때까지 저 상자를 누가 열어보진 않을까 조마조마할 수 밖에 없게 된다.


6.

파티가 시작되었고, 기고만장해진 브랜든은 심지어 필립과 데이비드의 은사인 루퍼트 카델을 부른다(이창과 현기증의 그 제임스 스튜어트 맞다). 필립은 왜 그를 부르냐고 브랜든을 원망하지만, 브랜든은 그를 속일 수 있어야 비로서 완벽한 살인이라고 생각하는 듯 한다. 그리고 역시 만만치 않은 루퍼트는 조금씩 사소한 단서를 발견하고 사건을 눈치채기 시작한다.


7.

제임스 스튜어트는 정말 좋은 배우다. 그가 등장하면서 극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고, 연기력 뿐 아니라 그냥 무진장 잘생기기도 했으니까. 연기 외적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등 훌륭한 스펙을 갖추고 있지만... 히치콕은 현기증의 흥행실패 요인이 스튜어트의 노안이라고 보고,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서 케리 그랜트를 캐스팅한다.


8.

참고로 처음에 이 영화를 보기로 했던 이유인 "페이크 원 테이크 기법"은 보면 알겠지만, 그 무성의함에 오히려 박수가 나올 지경이었다. 칠드런 오브 맨이나 버드맨 같은걸 생각했던 내가 미친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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