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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동규 Feb 10. 2022

이딴 영화를 서비스하는 너네가 더 나빠

[☆☆☆☆☆] 타짜: 원 아이드 잭 (2019)

[☆☆☆☆☆] 

1.

작년 한해 최고의 작품들은 꼽았지만, 사실 최악의 작품은 몇개 안되기도 하고. 굳이 최악을 꼽아서 뭐하나 하는 마음도 있다. 혹시라도 이 글 본 감독님이 상처 받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이번 <타짜:원 아이드 잭>은 감독이 제발 이 글을 보고 상처를 받고 영화를 때려치우든 이딴 영화를 만들어도 얼굴 들고 다니는 뻔뻔함을 때려치우든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왓챠에는 별 반개를 줬지만, 특수 기호는 반개 별점이 있는지 못 찾았다. 그럼 보통은 한개를 주는데, 넌 특별히 0개를 주겠어요. ☆☆☆☆☆


2.

이 영화는 포카칩과 오레오 오즈로 육수를 내서 뿌셔뿌셔를 넣고 끓인 메론맛 라면 같습니다. 그 맛있는걸 왜 이따위로? 그렇습니다. 박정민이 포카칩입니다. 박정민은 항상 좋은 배우였습니다. 단편 영화를 한참 보던 때에도 "어? 얘 뭔가 좀 다른데?"하고 찾아보면 늘 박정민이나 조현철이었고, 파수꾼의 완성도는 최소 3할 정도 박정민의 지분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너 쓰고 싶은 배우 다 써서 영화 만들어봐"라고 하면 박정민은 무슨 역할을 할진 몰라도, 일단 엑셀 시트에 올려놓고 보는 배우 중 하나죠. 하지만 다 말아먹었습니다. 이 영화는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의 지단 마테라치 박치기와 같아요. 박정민은 권오광 감독한테 어떤 모욕적인 말을 들었길래 이런 영화에 출연한건가요. 아니, 권오광이 박정민한테 들었나? 하나 확실한건, 이건 둘 다 죽여놨어요. <원티드>의 안젤리나 졸리처럼, 총알 한방이 관자놀이를 싹 다 꿰뚫었다 이겁니다. 박정민 류승범 이광수 윤제문 권해효 다 죽여놨어요. 


3.

타짜 3부는, 허영만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1, 2부 역시 훌륭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1부는 영화가 워낙에 잘 나왔기도 했고. 2부 역시 꽤나 볼만한 오락 영화로 만들어졌기에 색다른 재미로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원작을 좋아할수록 더 큰 데미지를 입습니다. 원작의 도일출과 포우, 마돈나를 안다구요? 그럼 지금 당장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세요. 감히 감당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와 싸우려면 <여선생 VS 여제자>나 <미스터 캣>, <생날선생>, <2009 로스트 메모리즈>정도는 가져와야 할 것입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감히 비빌수도 없습니다. 적어도 "짜장면으로 맞아볼래?"는 남겼으니까요. 이건 개뿔 남긴거라곤 세상에 믿을 인간 없구나 였습니다. 허영만도 박정민도 류승범도, 이제 아카데미 작품상이라도 안 받아오면 볼 생각 없습니다. 제가 뭘 믿고 보겠습니까? 모두 <타짜:원 아이드 잭>의 공범 아닙니까? 연대 책임이 아닙니다. 이딴 영화를 찍고 마피아 게임까지 해가면서 홍보하는건 징역 살아도 할 말 없는 악랄한 범죄입니다. 혼자 죽을 순 없다는 마인드였나요? 이딴걸 서비스하는 왓챠, 넷플릭스 너희도 마찬가지니까 쳐웃지마.


4.

화룡정점은 최유화 배우다. 최유화. 어딘가 익숙하다 싶으면, <비밀은 없다>에서 그 불륜녀 사투리 선생님 역이다. <타짜:원 아이드 잭>의 원작은 전형적인 3강 구도로 이루어진다. 도일출, 포우, 그리고 마돈나. 그냥 저냥 삼류 영화의 얼굴 마담이 아니다. 타짜 1부를 생각해보자. 정마담 역을 왜 김혜수가 맡았을까? 그냥 잘 어울려서 정도로 넘어가기엔 너무 거물급 배우다. 답은 단순한게, 정마담이 그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타짜의 핵심 캐릭터들. 고니, 고광렬, 평경장, 정마담, 짝귀, 아귀, 곽철용까지. 물론 화란 역의 이수경 배우는 존재감이 희미했지만, 원작대로 설정하기엔 애매했을테니 각색 과정에서 비중이 줄어든 캐릭터라고 봐야 한다(원작에서는 고니가 고광렬의 애인을 임신시킨다).  그럼 마돈나는. 왜 최유화인가요? 최유화가 충무로에서 단 1초라도 빛나던 순간이 있나요? 아니면 오디션에선 빛나지만 실전엔 약한 캐릭터인가요? 이정도로 약하면 오디션장에선 메릴 스트립이었다고 해도 잘랐어야 합니다. 이 영화에서 최유화는 멋대로 택시에 합승한 만취한 취객 같습니다.  자꾸 신경 쓰이고, 꼴 보기 싫고, 시끄럽고, 얼른 나가줬으면 하죠. 택시비 아까워서 "저 그냥 여기서 세워주세요"라고 말 못한게 한입니다. 이걸 내가 왜 끝까지 봤을까.


5.

타짜 1부가 그랬듯, 3부 역시 영화화 하기에 난감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진득한 성인만화를 대중영화로 끌어오는 과정에서 인물들의 인성 세탁이 필요했겠죠. 그래서 이야기의 핵심 갈등이라고 볼 수 있는 포우 <-> 마돈나 관계는 삭제됩니다. 좋아요, 표현하기 애매한건 지우면 되는군요. 아니 왜, 타이타닉에서 배가 침몰한걸 지우는건 어떨까요? 만들기 어려우니까요. 해리포터는 마법 학교가 좀 어려우니까, 특목고 정도로 바꾸죠. 매드맥스는 사막에 먼지가 좀 많으니까 북서울 꿈의 숲에서 찍는건 어떨까요? 4월 이야기는 촬영이 좀 딜레이 될 것 같으니 9월 이야기로 바꾸죠. 아니아니.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그냥 감독을 바꾸면 되지 않을까요? 


6.

이 영화에서 부족한건 한 두개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하나는 양심입니다. <타짜>라는 타이틀이 한국 대중영화에서 위치한 무게감을 모를리가 없었을겁니다. <타짜:신의 손>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짜 3, 4를 기다린다. 오리지널 스토리로 5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환호하겠죠. 누군가는 허영만을, 누군가는 최동훈을, 또 누군가는 고니와 아귀, 정마담을 떠올리며. 조건 반사처럼 기대하고, 자기도 모르게 극장으로 향할 겁니다. 그 말은 즉, <타짜>라는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넣어도 떳떳할 수 있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거고. 양심이 있다면. 아주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건 타짜 3부에서 시나리오를 각색하긴 했지만, 차마 제목에 타짜를 적기엔 부끄러운 작품이군요. 도박꾼들로 바꿔서 개봉하는게 어떻습니까?"하고 건의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뭐? 억지라고? 지랄 이딴 영화가 개봉한게 더 억집니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네. 롯데 불매합니다. 총 관객수는 2,228,821명? 뭐야 왜 이렇게 높아? 처참하게 희생된 관객들을 위해 묵념 하겠습니다. 


7.

타짜에 대한 모욕에 이어서. 이 영화는 타짜와 상관이 없습니다. 원작과의 관계성을 떠나, <타짜>라는 기술직이 메인이 아닌 영화에요. 굳이 비교하자면 케이퍼 무비, 여럿이서 판을 짜서 돈을 털어내는 사기극. 오션스 시리즈나 도둑들 같은 장르입니다. 타짜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나 배경 지식이 없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원작을 보긴 한거야...?'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영화 말미에 가선 '타짜 1편이라도 보긴 본거야?', 다 보고 난 후엔 '타짜가 뭔지는 아는거야?'로 이어집니다. 존중이 없다, 라는건 곧, 품위가 없다로 이어집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타짜라는 기술을 무슨 컴활용 3급 정도로 취급해요. 어떻게 직장 들어갈때 따놓으면 괜찮은 자격증 정도.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타짜에 대한 애정이 클수록 더 큰 데미지를 입습니다. 조승우와 허영만과 최동훈에게 학창시절 괴롭힘 당하던 학우가 원한을 가지고 만들었어도 이것보단 나을겁니다. 


8.

이 쯤 하고 마쳐야겠습니다. 왓챠에 별점 0.5점을 준 영화가 16편이 있는데, 몇몇은 워낙 본지 오래되기도 했고 어린 시절 봤던거라 기억이 희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올해 봤다 올해. 술 취했던 것도 아니고 졸렸던 것도 아니고 휴대폰으로 보거나 끊어서 본것도 아닙니다. 푹신한 소파와 대형 스크린에서 각 잡고 한 호흡으로 끝까지 봤습니다. 이정도 치욕을 당했으면 이런 리뷰 쓸만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고문해도 입을 열지 않는 스파이가 있다면 이 영화를 틀어주쇼. 루드비코 치료보다 효과적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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