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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동규 Aug 04. 2022

훈수는 쉬워요

행동과 사상의 불일치를 경계하라. 동성애자 고용 비율이 높은 회사라고 동성애 문제에 관심이 지대하란 법이 없다. 단지 전략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며 속으로 '더러운 호모들!'이라고 외칠지는 아무도   없다.


반대로.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행동으로 인해 사상을 욕할수도 없다. 길에 쓰레기를 버린다고 환경 파괴범이 아니다. 길에 쓰레기를 버린 실수를 한 환경 운동가일지도 모른다.


행동의 단면은 사상을 대표할 수 없다. 인간의 일정 부분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심리를 오랜 시간 연구했는데, 나의 결론은 "그냥 생각하는게 귀찮아서가 아닐까"였다.


꼴보기 싫은 행동에 그럴만한 이유를 찾는건 말도 안되게 귀찮다.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 라고 넘어가는게 얼마나 편하게요.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임산부석에 앉으면 여성혐오 노약자석에 앉으면 패륜아라 부르면 된다. 괜히 발에 깁스한걸 유심히 볼 필요가 있는가. 그럴만한 이유를 찾을 시간에 빠르고 편안한 혐오를 하세요! 세상은 좆같아지지만 내 마음은 평화롭습니다.


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이럴수가! 나도 무턱대고 생각없이 혐오하는 사람들을 "그냥 생각하는게 귀찮아서가 아닐까"하고 단정지어 버렸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그들이 왜 그렇게 혐오로 가득차게 됐는지를 생각했어야 하는데. 역시 훈수는 쉬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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