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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동규 Sep 14. 2022

표현의 자유를 욕할 표현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 표현의 자유를 욕하는 표현의 자유도 있는가?

예 아니오를 떠나 의도가 불순한 말장난이다. 그것도 역겨움의 정도를 넘어선 말장난. "국주 언니 예뻐요"라는 글에 달린 "님 이국주 닮았어요"수준으로 토악질이 난다. 애초에 비아냥과 혐오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주제에 정당한 대우를 받길 원하면 안되죠 선생님. 욕 쳐먹을 짓을 했으면 당당하게 욕을 쳐먹읍시다! 우리가 뭐 쇠고랑 채우고 콩밥 먹인다는거 아니잖아요. 왜 있는 힘껏 한심했으면서 점잖기를 바랍니까. 점잖길 바라면 점잖게 행동하면 됩니다. 도저히 점잖을 수 없어서 본성이 튀어나온다면, 그걸 받아들여요. 무슨 파리의 연인도 아니고 왜 말을 못해. 난 저 새끼가 싫다! 난 저 새끼를 존나 비난하고 싶다고 왜 말을 못하냐고. 


그러니 다시 돌아가보자.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 표현의 자유를 욕하는 표현의 자유도 있는가? 아쉽고 분하지만, 있어야 한다. 저기 용산구 윤씨가 아무리 헛짓거리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헛짓거리를 한다고 얘기는 할 수 있잖은가. 박정희까지 안가도 박근혜만 해도 블랙리스트가 넘쳐나지 않았나. 누군가를 욕하는 표현의 자유도 있으며, 그 자유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가 지어야 한다. 그리고 보통 그 책임감은 발언의 무게감에서 나온다. 최소한 "그새끼 존나 병신같음ㅋㅋㅋ"하고 비난하지 않는다 이거다. 아프리카TV 일부 몇몇 BJ가 아니지 않는가. "아프리카 TV BJ도 아니고ㅋㅋㅋㅋ"라고 하지 않는다고. 무언가를 비판할 자유를 누리기 위해선, 동시에 그 무언가를 존중해야 한다. 대상이 아니라도 대상이 몸 담은 씬이나 문화, 팬들을. 비판은 그렇게 신중하게 이루어진다. 물론 나도 아직 개같이 못하지만. 


그러니 비판에 대한 비판도 신중해야 한다. 대충 키보드 두드린 다음에 "왜? 나도 표현의 자유가 있는걸"이라고 생 떼 쓴다고 고급지지 않는다. 최소한 우리 아빠 힘 대따 쎄거든 수준보단 높은 자세를 보여주세요. 난 이 새끼가 싫어 말고, 난 이 사람의 이런 모습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주세요. 그걸 굳이 함축적이고 경제적인 욕으로 표현하고 싶다면, 자유에 대한 책임을 지세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거미맨 영화에서 주구장창 떠들어대잖아요. 개인적으로 삼스파 액션 씬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재료를 가지고 이렇게 심심한 요리를 내놓다니. 저는 파프롬홈의 피터 찌릿이 더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 안해도 "노웨이홈 개쓰레기임"이라고 얘기하셔도 됩니다만. 우리 품위를 지킵시다. 목적이 의견 교류에요, 뻑킹 존 왓츠에요? 그럴거면 영어로 쓰던가. 


결국 표현의 자유로 시작한 글은 인간은 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려 하는가로 이어질 것 같아서. 언제나 그랬듯, 도저히 감당이 안 된 상태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인간은 너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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