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는 실수보다 실력에 가깝다. 원래 잘하는 선수가 가끔씩 놓치는게 실수지, 나같이 무례한 사람은 원래가 딱 그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인거다. 가끔 어쩌다 나온 말실수 정도로 자신의 실례를 과대평가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명심하자. 인성이 올바른 사람은 실수로라도 실례를 범하지 않는다. 실례를 저지른 순간 이미 나의 인성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런 덜떨어진 실력으로 인해 멀어진 관계를 어떻게 회복하는가? 온갖 종류의 무례함을 던져놓고 관계가 회복되길 원하는건 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다음 주 화요일 쯤에 다시 주워 먹어야지 생각하는 것과 같다. 운 좋게 불광 마트 아주머니께서 “새로 하나 줄게 가져가 학생”할 수는 있어도, 어쨌든 당장의 아이스크림은 흙바닥에 팽개쳐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관계 회복을 원한다, 이 시점에서 이미 양심이 없는 행동이다.
그런데 혹시 상대방이 나와의 관계 회복을 원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순간이 있지 않나? 왜, 내가 한도 끝도 없이 무례하게 굴었음에도 생일을 축하 해주거나 안부 인사를 보낼 때. 그런 때의 난 몸둘바를 모르고 지난 잘못들에게 밤새도록 두드려 맞습니다. 차라리 절 멀리 하고 기억에서 지우면 언젠가 제가 저지른 무례함들도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스토리 확인한 사람 리스트에 익숙한 이름이 뜰 때면 심장이 덜컥 내려 앉습니다. 혹시 상대방이 관계 회복을 원하는데, 내가 그걸 무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무시라니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단지 얼굴을 마주하고 또 말을 섞는다는 것 자체가 무례함을 상기시킬 뿐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불쾌한 사과보다 그냥 사라지는걸 택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를 찾아올때는 이런 내 선택조차 무례했나. 나는 나의 무례를 반성하는 태도조차 무례한가, 하는 생각에 두려워합니다. 그것이 나의 무례가 실수가 아닌 실력이란 증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