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글만 있으면 아무도 안 읽으니깐-" 이란 전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깔고는 한다. 확실히 나부터가 리디북스보다 왓챠 디즈니 유튜브를 만배는 넘게 자주 누르는데, 사람들 보고 나 글 썼으니까 글 읽어주시오 하는건 조금 염치가 없다고 해야 하나. 생각해보니깐 심지어 난 직업부터가 영상 만드는 인간이잖아. 딱히 애초에 글만 있으면 아무도 안 읽는다는 말에 발끈해야 할 사람이 아니잖아. 그런데 뭐가 이렇게 아니꼽지.
생각해보면 결국 극단적인 목적의 문제다. <내 글을 사람들이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가 아닌 <내가 만든 무언가를 사람들이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로 바뀌었고, 거기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이봐요 많이 찾아오면 뭐해, 난 글을 쓰고 싶다고! 라고 말하는 사람을 무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는 한심한 부류 정도로 취급하는 요즘이다. 꽃집 차리고 싶다는 인간에게 대마초 사업 권하는 꼴이다. 뭐 시발 어쨌든 많이 팔리면 되는거 아니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굳이 한번 더 쓸 정도로, 정말로 그렇지 않다.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래~ 하고 시작한 유튜브 따위는 아무도 보고 싶지 않다. 뭐 조회수 잘 나온다고? 돈벌이가 꽤 괜찮다고? 그래 그런거에 휘둘릴 인간이라면 애초에 글이든 그림이든 영상이든 뭔 상관이겠나. 여기까지 읽어준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가서 찍던 틱톡이나 마저 찍으시고, 사실 조금은 장인정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뒤늦게 생각한다. 범람하는 장사꾼들 사이에서 장인 정신이 살아남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보자.
내가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생각하시오.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면, 장인 정신 같은거 구차하게 찾아 헤매지 말고, 돈 되는거면 다 하시오. 하지만 당신이 서 있는 바닥에 애정이 있다면. 개인의 성장 뿐 아니라 씬의 성장까지 추구한다면. 당신을 대표하는게 곧 당신의 작업이라면.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가 깊히 자리잡고 있다면. 결코 유행을 따르지 마시오. 절대 남의 말을 듣지 마시오. 하지만 유행을 따르는 사람들보다 앞서 걸으시오. 이런 말투는 한번 쓰면 도중에 바꾸기 힘드니, 다음 부턴 평범하게 말하시오. 네 죄송합니다.
4문단으로 끝나는 글을 좋아하긴 하지만, 조금 지저분하게 마무리하자면. 여러가지 자료조사와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건 물론 중요하다. 그렇다고 그게 나의 본질만큼 중요할까? 어디까지나 본질이 있다면 얘기지만, 마냥 물살에 휩쓸려 떠다니는 것도 좋지만. 내가 추구하는 나를 지키며 작업일 이어가는게 훨씬 더 짜릿하다 이말이야. 지킬 가치가 있는 본질을 품고 있다면. 역시 마지막 문단은 안 붙이는게 나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치만 이게 내 본질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