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달차 자리 비워주세요

by 윤동규

0.

열심히 하지 않는 핑계로, "열심히 해도 안된다"만큼 매혹적인게 없다. 어차피 곧 이사할건데 청소를 할 필요가 어디있는가. "청소해!", "어차피 곧 더러워질건데!"


1.

하지만 우리의 삶은, 3월 14일에 이사합니다 용달차 자리 비워놓아 주세요 따위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열심히 해도 안된다는건 열심히 해봐야 알 수 있다. 어제 열심히 해도 안됐다고 해서 오늘 열심히 해도 안된다는걸 알 수 없고, 내일 열심히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하는 것,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도전하는 것. 그야말로 타협이 필요없는 자세가 아닐까. 해도 안된다고 치자, 그래서 그거 안하는 동안 뭘 할건데? 그거 하는게 뭐가 그렇게 손핸데? 그게 무슨 주식이나 담배나 술이 아니잖아. 그냥 열심히 하는거잖아.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되지 않겠니.


2.

네 알겠습니다. 명심할게요.

작가의 이전글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