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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자. 길에서 주은 예쁜 돌멩이나, 입지도 못하는 어린 시절의 가장 좋아하던 옷이나. DVD 플레이어가 없는 방 안의 DVD들 처럼.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자. 이걸 어디에 써? 같은 말들을 조금만 참아보자. 어딘가에 올리기 위해서가 아닌, 내가 보기 위한 사진처럼. 아무도 읽지 않지만 쓰는 글처럼. 색이 곱고 형태가 아름다운 은행잎 처럼, 굳이 책갈피로 만들지 않아도. 책 사이에 곱게 끼워 넣기만 해도 충분한 것 처럼. 어떤 책의 어떤 페이지인지 기억도 하지 못하더라도, 그럼에도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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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이 사람이랑 친해져서 뭐해, 이 사람의 생일을 챙겨주면 뭐해. 반대로 이 사람은 친해져야 해, 관계를 이어가야 해 같은 마음을 버리고 싶다. 마음에 드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것.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관계를 이어가지 않는 것. 거기서의 아무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또 아무에게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미움 받고 싶지 않지만,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예뻐하는 사람은 적지만, 예쁨 받고 싶은 사람에게는 사랑받고 있지 않는가. 결혼식 하객 수 처럼, 단톡방의 갯수 처럼. 관계를 채점하지 말자.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자. 나의 진급이나 사회적 위치나, 클라이언트로서의 유용함 같은건 창고에 넣어 두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