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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시나리오를 쓰다와서 습관적으로 커맨드+에스 버튼을 눌렀는데, 블로그도 저장이 되다니! 그렇지만 이거 올리면 그게 저장이잖아. 그냥 올려야지.
1.
거의 모든 경우 그렇지만, 막 만들어낸 단계에선 대단해 보인다. 지금 막 그린 그림, 지금 막 다 쓴 글, 지금 막 편집이 끝난 영상, 지금 막 엔딩을 쓴 시나리오. 왜 굳이 몇시간만에 또 블로그를 켰냐면, 바로 시나리오 하나를 완성했기 때문이지. 사실 완성이라고 할 것 까지는 아닌게, 이제 이걸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피드백을 받고. 나도 내 시나리오가 질릴 만큼 읽은 다음, 그걸 토대로 처음부터 다시 쓸거니깐. 명백히 따지면 완성까지는 한참 멀었지만, 작년 말부터 벌써 반년 가까이 생각 하던 시나리오를 이제서야 끝을 맺었다는건 의미가 깊다. 그래서 지금의 기분을 적어놓을 필요가 있지.
2.
나는 사실, 스스로의 작업에 무척 관대하고, 사랑하는 편이긴 하지만. 반면, 이것이 대중적인 성공이나 인기를 끌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비주류로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실제로 비주류인 모습이 크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렇게 생각하면 상처를 덜 받기 때문에. 그래서 가끔 유튜브나 비메오 들어가, 사람들이 달아놓은 댓글들을 정주행할때면 괜히 가슴이 벅차기도 한다. 이런걸 사랑해주는 사람도 많구나. 언젠간, 정말 주류의 것들을 정석으로 만들어 인기를 끌고 싶다. 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뭐 내가 비주류이고 싶어서 비주륜가.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를 마치고 가슴 한켠에 드는 생각은. '이건 세상을 뒤집을거야!'이다. 이거 지금부터 영어 자막 해줄 사람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아카데미나 칸 같은건 아니라도 선댄스 영화제는 노려볼만 한걸? 선댄스가 어디서 열 리지? 아 미국이구나. 이 기회에 공짜로 미국간다. 미국 가면 어디 놀러갈까. 총 맞는건 아니겠지. 집에 일찍 들어가자. 숙소는 뷰가 좋았으면 좋겠다. 등의 생각을 하는거다. 내가. 그렇게 평생을 비주류로 살던 내가! 물론 주류의 이야기도 아니고, 몇 일만 지나도 재미없다고 다시 쓸지도 모르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김칫국도 이 정도로 거하게 마시면 나트륨 과다섭취다. 그래서 블로그 말고는 어디에도 안 적을거다. 영화 제목도 안적을거야. 쪽팔리니깐. 근데 뭐, 성공하고 나서. '감독이 블로그에 적었던 글이다' 하고 이 부분을 캡쳐해서 씨네 21에 실릴지는 모르겠다. 어휴. 인터뷰할때 뱃살 신경쓰일 것 같은데 지금부터 살빼야지. 다들 알다시피 반쯤 농담이다. 중요한건, 나머지 반은 진심이라고. 반은,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단 말이야. 어이구 창피하다. 이럴땐 아카데미 수상작들 중 아무거나 한편만 봐도, 현실로 돌아오기 마련이지. 얼른 정리하고 햄버거나 사들고 집에 가서 영화나 봐야겠다. 창피하지만 '그녀'를 아직도 못봤는데, 오늘은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이쿠, 정신 차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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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건, 세상을 뒤집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