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틱톡을 하게 되다니

by 윤동규

1.

얼어 죽었다 부활했는데 이거 하면 무덤에서 꺼내줄게 해도 그냥 죽는걸 선택할 것 같은 리스트가 있다. 술자리 게임에서 게임 구호 크게 외치기. 필름 끊겨서 몸도 못 갸눌 정도로 술 마시기. 상대방 귀에 들릴지도 모르는 거리에서 뒷담화 하기. 무슨 무슨 챌린지 따라하기. 그 중에서 어떤 형태로든 틱톡하기가 꽤 상위권에 있다. 이 리스트 중 하나라도 하는 일은 없을거다. 그런 내가 틱톡을 하게 되다니.


2.

그래서 얼른 핑계를 대고 싶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구요. 뭐 카메라 놓고 춤추고 이런거 할거 아니고. 또 연기하거나 호들갑 떨거나 챌린지 같은거 아니구요. 아니 딱히 그런거 하는 사람 꺼리거나 하는건 아니고, 그 중 몇몇은 팔로우하고 대단하다고도 생각하지만. 일단 저는 절대 할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냥 숏폼 콘텐츠에 대해서 궁금해서 몇개 찾아보다가, 꽤 괜찮은 계정을 소개받았단 말이죠. 그걸 보고 약간 충격 받았던게 뭐냐면, 그러니까 결국 플랫폼은 플랫폼일 뿐이다 였어요. 플랫폼의 사전적 의미는 몰라도, 다들 대충 어떤 뜻인지는 알잖아요. 그냥 뭔가 판매하거나 구매하거나 홍보하거나 할 수 있는 무대에요. 말하자면 그런거지. 집에서 쿠키를 꽤 맛있게 구워요. 그래서 간간히 동네 사람들 나눠주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 들어오는걸 소량씩 택배로 보내주기도 해요. 그러다가 규모가 좀 커지고, 맛있다는 사람도 늘어나니까. 아 이거 제대로 팔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시장에 가봤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막 골라 골라 하고 떠들고 몇개에 얼마 자 떨이입니다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어서, 그냥 판매 포기하고 연락 오는 사람들에게만 팔았던거죠. 그러다가 기껏 만들었는데 안팔려서 버릴때도 있고. 그래서 차라리 몇몇 카페에 납품하거나 원데이 클래스 같은거를 여는 정도로만 하고 있었단 말이죠.


3.

그러다가 어느날 친구가, 그 시장에 정말 괜찮은 독립서점이 있다는거에요. 무슨 소리야, 내가 그 시장 분위기를 아는데. 절대로 거기는 서점같은게 들어갈 터가 아닌데? 해서 속는셈치고 가보니까, 아니 글쎄 진짜로 조그마한 서점이 있는거에요. 안으로 들어가보니까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교보 같은데서는 절대 못보는 매력적인 책들이 잔뜩 있어요. 사장님은 몇몇 손님들에게 책 추천도 해주고, 자기가 쓴 책도 소개해줘요. 그래서 충격받는거지. 아 공간에 어울리는 장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간과 상관 없이 자신의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그럼 사람들이 오히려 이걸 보러 이 공간에 오는구나. 그래서 집에서 굽다 말은 쿠키가 떠올랐어요. 색다르게 패키징을 해서, 4평 정도만 해가지고 시장에서 쿠키를 팔아볼까. 아까 그 두부 가게 옆에 횡당보도 있어서 사람들 신호 기다리면서 들릴 것 같기도 한데. 그러고보니 버스 정류장도 바로 옆이잖아. 버스 기다리면서 쿠키 어때, 약간 붕어빵처럼. 신난다. 여기 시장 사람 바글바글하고 인기 많은건 알겠는데, 나같은 사람이랑 상관 없는 곳인줄 알았는데. 그 서점 가게 주인 덕분에 의욕이 생긴다. 야호!


4.

같은 마음으로 영상을 하나 올려봤다. 물론 멀고도 멀고 험하고도 험해 틱톡 세상이지만. 포기하고 있던 상권에 희망적인 마음으로 가게를 하나 내보는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뭐 하다가 아니다 싶어서 포기할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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