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딸의 미스터리한 이중생활
나는 전형적인 ESTP이다.
뭐.. 대학 때까지는 ESTJ였지만.. 환경에 의해 ESTP를 선호하게 되었다.
빨리빨리, 실행하면서 배우고, 사람들이랑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스타일, 일단 해보고 생각하는 타입.
이제는 이게 편해서 계속 쓰는 MBTI유형이다.
나는 2006년부터 MBTI강사 자격을 갖추고, 여러 분야에서 많은 상담을 했었다.
특히,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학부모 상담이 주를 이루었고,
대학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대학생은 연령의 갭이 엄청난 20대부터 60대까지의 학생이었다.
요즘은 대학을 한 번만 다니면 더 이상한 것 같다. 물론 나도 여러 번 다녔다.(아무도 묻지 않았지만..ㅋㅋ)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알콩이 달콩이를 만나게 되었고..
'아는 게 병'인 엄마가 쬐매 난 아가들을 보면서 MBTI 유형을 생각해 보고 있더라.. 미친 거지.. ㅋㅋ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
아니 모르고 있는 게 있다.
MBTI는 성격선호유형검사다.
선호라는 말에 집중!!
좋아한다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성격이 어떤 유형이냐는 거지~
그렇다면 사람들은 좋아하는 게 바뀔 수도 있잖아~
그럼 좋아하는 성격도 바뀌는 거야~ (절대 불변이 어딨어!)
그런데 MBTI유형이 무슨 금메달이나 되는 거 마냥..
이야기하는 게 참.....
내 방식대로 표현하자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다'
"걍 어설프게 알고 있어서 사람 잡을 것 같으면 모르는 게 나아~!!"
제발 육아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지금은 조금 사그라들었는데 MBTI 열풍이 있었다. 요즘도 이야기 많이 하긴 히드라만..
SNS나 대중매체에서 너무 MBTI가 유행을 하다 보니까 애기들이 물어봐.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집 쌍둥이도 물어봐
"엄마! 나는 ESTP야? ESTJ야?"
(엄마 멘붕!)
"잉? 그게 뭔지 알아?"
"알지~ MBTI잖아."
"MBTI가 뭔데?"
"있어~ 그런 거.."
초등학교 1학년이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아무리 유행이라지만.. 이건 아니지 싶다..
특히 MBTI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강사 입장에서 봤을 때는...(진짜 밥벌이야..ㅠㅠ)
나는 MBTI를 검사해 주고 상담해 줄 때의 철학이 있다.
[MBTI는 나를 알아가는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타인을 알아가고 관계를 원만하게 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스킬을 배우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8살 꼬맹이가 재미 삼아한다??
뭐시여.. 이건 아니잖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학부모들이 대충 자기 아이의 유형만 알고 싶어 한다..
유형을 알면.. 그 뒤는?
아이랑 나랑 유형이 잘 안 맞으면 어쩔 건데??
뭐.. 아이랑 맨날 싸우면
'에휴~ 너랑 나랑은 안 맞아' 이러면서 평생 살려고? 그거 아니지 않아?
엄마들도 참 그래~(미안 ㅋㅋ)
한참 SNS에 아이 MBTI테스트라면서 챌린지가 유행한 적이 있다.
나도 재미삼이 해봤다.(재밌잖아..ㅋㅋ)
분석해 보니까 MBT를 바탕으로 만든 한 문장이었는데
위험한 게 달랑 한 문장으로 우리 아이를 딱! 결정해 버리는 거였다.
MBTI 공부를 하고 잘 알고 있는 엄마라면 정말 재미삼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엄마들은 그대로 믿을 것 같다는 것이 아쉬웠다.
실제 MBTI는 초등 4학년 이후에 검사할 수 있는 MMTIC라는 아동용 MBTI검사가 있다.
각설하고 이 검사에서도 아이가 어리고 유형이 확실하지 않을 때는 U밴드라는 영역을 설정하고 있다.
"아직 잘 모른다"라는 정직한 표시다.
당연하지!
아이가 지가 좋아하는 성격이 아직 뭔지 모를 수 있지!
심지어 어른들도 지가 좋아하는 성격이 뭔지 모르고 맨날 이랬다 저랬다 하는데
애는 얼마나 왔다 갔다 하겠어!! 그게 당연한 거고!!
제발 아이들 MBTI 유형 단정 하지 말고 아이를 이해해 보라고 귀에 대고 소리치고 싶다!
아이를 이해하는데 MBTI를 활용한다면 내 적극 도와드리리다~
알콩이는 느린 기질이다.
그런데 노는 데는 빠른? 기질이다.
공부하자고 하면 책상정리하고, 책상정리하면 하품하는 아이가
워터파크 가면 그리도 빠르다..
"엄마! 저거(슬라이드) 타러 가자! 빨리 와~!" 하면서 먼저 뛰어가서 줄 서고 있다.
'애는 뭐냐..'
무서움도 없다. 지치지도 않는다.
조금 한가한 워터파크 가면 줄이 길지 않아서 내려오면 바로 다시 올라간다.
그걸 한 50번 하면, 지가 먼저
"좀 쉬자~"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이럴 때 보면 파워 넘치는 외향형이다.
모든 집들의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우리 집만 그런 거 아니지?)
우리 집도 매일이 전쟁이지 뭐..
둘이 디지게 싸우다가 보면
알콩이가 사라졌다!
어? 어디 갔지?
한참만에 어디선가 나타난다.
눈이 부어 있다.
울었군..(이때 건들면 또 운다! 가만히... 가만히... 그냥 놔둬라...)
그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둘이 다시 놀기 시작한다!
한참 지난 후에 물어본다.(거의 잠자기 직전)
"아까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달콩이가 내가 하자는 대로도 안 하고 맨날 지맘대로만 하고, 나 안 시켜줘."
"그래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데?"
"성질나서 방에서 울었어"
"울고 나니까 조금 기분이 괜찮아졌어?"
"응"
"엄마가 뭘 도와줄까?"
"아니. 이제 괜찮아졌어~"
"다음에는 그런 일 있으면 엄마한테도 바로 말해줘~"
"알았어"
이럴 때 보면 영락없이 100% 내향형인 아이다.
스트레스 상황을 내적으로 풀어간다.
알콩이는 지금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중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외향적이고,
어떤 상황에서는 내향적이고,
어떤 상황에서는 감정적이고,
어떤 상황에서는 무섭게 이성적이다.
그게 정상이다!! 8살이니까
8살 아이는 모든 것이 성장형이다. 아이도 지맘이 왜 그런지 모를 텐데
부모가 단정 짓는 것처럼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 없다.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아이를 따스히 안아주는 것이 부모 아닐까?
그런 면에서 끝을 모르고 치솟아 있는 T(사고형) 성향인 이 애미는 힘들다..
자고로 애미라는 사람은 아이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베푸는 휴먼이어야 한다.
매일 이 애미는 8살 쌍둥이들이 같은 휴먼으로 느껴진다.(이게 문제야 문제!)
그러다 보니 지극히 이성적인 대화만 날린다.
"왜 그렇게 생각해?"
"왜 그렇게 행동했어? 이유가 있어?"
"논리적으로 설명해 봐"
아니. 8살에게 당췌 무슨 소리야!
매번 말하기 전에 '아~, 감정적으로 공감부터 해줘야지 ' 하고 .. 뇌 풀가동.. 날마다 노력 중입니다..
이 짓을 약 20년간 해오고 있다.
초반기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에게..
중반기에는 대학교 제자들에게..
지금은 우리 집 내 귀한 새끼들에게..
그럼에도 안 바뀌는 내 성향도 참 대단하다.
내 고집도 참 무시무시하고..
그럼에도 참 굼긍하다.
교육학을 백그라운드로 하고 있는 나는 아이들의 미래가 궁금하다.
알콩이는 어떤 아이가 될까?
달콩이는 어떤 아이가 될까?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주고 싶다.
그런데 말이야..
혹시 내가 너무 분석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이럴 때 교수본능 발동)
워터슬라이드에서 신나게 놀 때는 그냥 "우리 딸 용감하네!" 하고 끝내면 안 될까?
방에서 울고 나올 때는 그냥 "힘들었구나" 하고 안아주면 안 될까?
굳이 E형이니 I형이니.. 이런 걸 따져야 할까?
아니면.. 이런 고민 자체가 우리 아이를 더 잘 이해하려는 엄마의 마음일까?
(다음 편은 이 고민의 답을 찾아가기 위해 나랑 똑 닮은 달콩이 일기를 써봐야겠다.. 얘는 또 어떤 녀석일지 ㅋㅋ)
#옆집교수언니 #쌍둥이육아 #기질육아 #MBTI #유아교육 #육아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