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도우미 이와 함께 키우던 어느 날.. 기억에는 아마 50일은 넘었지 싶은데.. (아침에 먹은 밥도 생각이 잘 안 나니.. )
분유 시간이 되면 늘 소리가 들렸다.
"꿀꺽, 꿀꺽, 꿀꺽..."
처음엔 산후도우미 이모가 분유 타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달콩이가 분유 마시는 소리였다.
"달콩이가 분유를 엄청 맛있게 먹네요"
산후도우미 이모도 신기해했다.
마치 어른이 맥주 들이켜는 소리 같다고.
그 옆에서 알콩이는.. 젖병의 젖꼭지 물고 뭔가 심각한 고민 중..
이게 뭔 시추에이션?
달콩이(꿀꺽파)
젖꼭지를 입에 넣자마자 바로 맥주(?) 마시기 시전.
꿀껄꿀꺽 사운드와 함께 120ml를 5분도 안돼서 클리어~
심지어 트림도 시키면 바로 어른트림~
소리도 커서 매번 놀랬다.
완벽한 마무~~ 리..
분수토란 무엇인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알콩이(머금파)
젖꼭지는 물고 있는데.. 아무 변화가 없................. 다..
분유가 입에 들어가긴 하는 것 같은데 삼키는 건지 아닌 건지 도통 모르겠다...
80ml 다 먹이는데 30분...
먹긴 먹었냐??
분유가 사라진걸 보니 먹긴 먹었는데 먹다 소화 다 됐겠다!!!!
"이유식 시작하면 달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말하더라..
(헉! 대학생 되면 살 빠진다는 소리랑 동급이었는데... 또 믿었다.. )
달콩이의 이유식 도전
여전히 후루룩 스타일. 씹을게 별로 없으니까 그냥 마신다.
내가 애써 만든 당근, 브로콜리, 단호박, 야채 이유식 등을 5분 만에 클리어하고 "더 내놔!"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때는 그게 좋다고 생각했다.
잘 먹는 애라고..
개뿔...
알콩이의 이유식 마라톤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어주면..
10분 후: 여전히 입안에서 대기 중(씹기는 하냐? 씹을 건 있고?)
20분 후 : 아직도 머금고 있음(입에 뭐가 있긴 해?")
30분 후: 설마.. 아직도? (환장하겠다! 성질 급한 니 애미 돌아가시겠다)
"삼켜야지. 알콩아~ 꿀꺽! 삼키는 거야.. (나만 공기 먹느라고 바쁘다)
내 간절한 설득도 소용없다.
한 끼 먹이는데 진짜 한나절이다.
옆에서 달콩이가 다 먹고 놀아달라는데 어찌 놀아주냐~ 니 누나 굶는다..
지금 알콩이 보면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싶다.
알콩이는 태생이 신중파
지금도 물 한 컵 마시는데 1시간
최애 음료수도 조금씩 홀짝홀짝
알약은 꿈도 못 꿈
뭔가 입에 들어오면 분석모드
아~ 그래서 분유도 그렇게 먹었구나.
혼자 맛보고 온도 체크하고 성분분석하고..
달콩이는 타고난 폭풍 흡입러
7살 때 알약을 삼켰다. 어른들도 못하는 걸 아주 자연스럽게~
근데 함정이 있었다.
2~3살까지는 뭘 줘도 일단 입에 넣고 봤는데, 5살 되니까 갑자기 까칠해졌다.
"윽! 맛없더!"
사회생활(유치원)을 하더니 이상한 걸 배워왔다. 그 이후로 편식왕 등극!
뭐.. 이런 것도 닮냐?? 쓰잘떼기 없는 건 안 닮아도 돼!!
알콩아: "네 속도로 먹어라"
달콩이: "지금 잘 먹는다고 방심하지 마라"
그때 그 '이유식 전쟁'이 전쟁이 아니라 각자 페이스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진짜 몰랐다. 그때는..
먹는 것도 기질이구나..
또 하나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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