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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넬의 서재 Jan 27. 2024

내 세계가 넓어져가는만큼 당신도 희미해져가네요.

첫사랑조차 시간 앞에서 마모되어 가네요. 



내 세계가 넓어져가는만큼 당신도 희미해져가네요. 


한때는 내 세상의 전부였던 것 같던 그대가, 

한때는 내가 숭배하던 모든 것이였던 그대가, 

한때는 나의 모든 걸 내어줄 수 있던 그대가, 

첫사랑조차 시간 앞에서 마모되어 가네요.


미숙하고 형상을 갖추지 못했던 내 세계는 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치며 형체를 띄고 단단해졌어요. 한없이 여릴 줄만 알았던 나는 이 넓은 세상 속에서 나만의 자리를 굳히는 법을 배웠고 어느새 두 발로 서게 되었어요.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더 잘 알게 되었고,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터득했으며, 세상의 파도에 맞춰 적당히 흘러가는 법도 익히게 되었어요. 더이상 사무치는 외로움에 밤을 지새우지도 않고, 한없이 퍼주기만 하는 공허한 거짓된 사랑에 상처받지도 않아요.


세상 꼭대기에서 형이상학적으로 논하기만 하던 세상에 직접 내려와 모든 걸 직접 경험하고 느끼며 살아있음을 느껴요. 여전히 종종 불안하고, 어설프고, 두렵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보내며 스스로의 성장에 희열을 느껴요. 세상 속으로 뛰어들기 전에는 막연히 두렵기만 하던 것들이 막상 뛰어들고 보니 별 것 아니라는 생각까지 종종 느끼지요.


당신과 스쳐지나간뒤, 몇 번의 사랑과 이별도 겪어봤어요. 누군가와는 달리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의 언어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만나봤구요. 흙탕물 속에 버려져있던 나를 건져내어 내가 마땅히 받아야할 관심과 사랑을 받도록 도와준 사람들도 있었어요. 내게는 과분하다고 생각했던 내리사랑을 한없이 퍼주는 사람도 만나게 되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나름 행복하고 평화롭다는 기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요. 세상은 여전히 증오와 미움으로 가득차 있고, 심지어 핵폭탄까지 터지고 있지만, 세상은 영원히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기에, 나는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최대한 밝고 따뜻한 것들을 좇아요. 더이상 내가 행복해지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요. 오히려 내가 가진 행복을 어떻게 더 퍼뜨릴 수 있을까를 자주 고민해요.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나 이제는 서로 온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그래도 한 번씩 그대의 사진에 잊었던 아려움이 전해와요.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매일 같이 우주가 세상에 심어놓은 당신의 이름도 보는 걸요. 그대와 나의 인연은 그 역할을 다했기에 더이상 당신과 함께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주가 자꾸만 당신의 이름을 내게 보여주는 건 그래도 그대도 나를 가끔 기억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만약 우리가 어쩌다 다시 스쳐지나간다해도 나는 그저 그대의 삶과 사랑을 응원하고 다시 내가 사는 삶으로 걸어나갈 거예요. 내 세상이 더 넓고 견고해진만큼 나는 더 큰 세상과 더 많은 사람들을 선택하고 싶거든요. 당신은 분명 형체조차 없던 내 세상 속에 작은 씨앗을 하나 심어주었지만, 당신 덕분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만큼 나는 더 크고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언제나 영원히 내 세상 속에 특별한 사람으로 남을거에요. 그때도 말했듯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을 조건없이 사랑하고, 당신은 나를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믿을테니까요. 


내 세상이 견고해질 수록 감정은 조금씩 무뎌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절제된 감정이 더 좋아졌어요. 슬픔 속에서 나를 잃지도 않고,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를 구원하는 법을 터득했으니까요. 사랑하면서도 거리를 지키고, 보고싶으면서도 적당히 참고 기다리는 법을 이제는 알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내가 나를 이렇게 다스릴 줄 알게 되어서 생각난 김에 글을 남기고 싶었어요. 


어디서든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래요. 언젠가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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