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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넬의 서재 Feb 06. 2021

세상에는 3가지 종류의 글이 있다.

무조건 성공하는 글들의 특징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온라인에 글쓰는 누구나를 지칭하는 말이 될만큼 글쓰기는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간혹 격상인지 폄하인지 잘 모르겠는 '컨텐츠 크리에이터'라는 표현으로 디지털 형태의 창작을 하는 모든 이들을 묶어서 말하기도 한다. 글쓰는 작가, 영상을 만드는 영상감독,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을 모두 묶어 컨텐츠 크리에이터라 부름은... 랄까...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통틀어 '동양인'이라고 묶어 표현하는 느낌이랄까? 


사람은 누구나 창의적으로 태어난다. 단지 그 창의성이 사회화됨에 따라 억눌릴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작이 대중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은 건 어찌보면 기뻐해야할 일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실제로 발현되고, 그것이 심지어 다양한 예술의 형태를 가진다는 것은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쥐어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으로 욕구표현이 가능해진 세상에서 사람은 본연의 창의성이 되살아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창작활동의 기초가 되는 글쓰기는 생각보다 고전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한 시대를 잠깐 휩쓸고 지나가는 일시적 유행(fad)가 아닌 여러 시대를 지나도 살아남는 "위대한 글"은 꽤나 뚜렷한 공통점을 가진다. 이런 고전적인 토대를 기반으로 이리저리 틀어보는 글들이 일시적인 유행을 타 성공을 하기도 한다. 글이라는 소프트웨어에 딱 맞는 매개체라는 하드웨어를 입히는 순간 히트를 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성공하는 글'들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크게 보면 다음 세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1. 미화된 글 


현실과는 다르게 기-승-전-결이 완벽한 글. 완독 후 교훈과 깨달음을 주는 글. 성장형 주인공으로 시련을 이겨내고 재탄생하는 모습의 글. 주인공에게 나를 투여할 수 있는 글. 꿈과 희망을 키우고, 권선징악을 배경으로 하는 글. 읽는 이에게 여운을 남기는 글. 감성을 자극하는 글... 등을 지칭함. 


대부분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 세상만사가 하나라고 해도 실제로 그 일들 사이의 연관성과 타인의 심연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든 일들의 인과관계를 따지면서 현실을 해석하려다가는 자기합리화에 능한(!) 인간이라고 욕먹기 딱 좋다. 세상이 아무리 정교하게 짜여졌다 한들, 그 퍼즐을 완벽하게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인생사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고, 그냥 실패든 성공이든 경험을 교훈삼아 살아가라고 한다. 


그런데 글을 쓸 때만은 기승전결이 완벽해야 완성력이 높다는 평을 듣는다. 떡밥을 뿌렸으면 모든 떡밥을 회수해야 찝찝함이 남지 않는다. 캐릭터의 심리변화와 성장방향이 수긍이 가야 산으로 가는 글이 되지 않는다. 이렇듯 현실에서는 그러려니 하는 것들이 글 속에서는 논리와 방향을 가지고 일정하게 흘러가야 억지스러운 글이 되지 않는다. 


뿐만인가.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주인공이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면 그 기록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현실에서는 17살이나 27살이나 큰 차이가 없는 걸 내심 인정하면서도, 글 속에서만은 어쨌든 하나라도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글을 읽은 보람이 있고, 기쁨이 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선(善)이었던 주인공이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면 그건 그것대로 뭘 읽었나 싶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현실과는 다르게 미화되고 정제된 글은 필수 성공요소 중 하나다. 노래 한 소절을 뽑듯, 읽는이의 감성을 기승전결 파도를 타듯 이끌어가며 자극을 해야 성공하는 글이 된다. 이때, 글쓴이의 의도대로 따라오는 독자를 보며 느끼는 묘한 희열감은 말할 것도 없다. 




2. 지적인 글 


지식 전달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글.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한 글. 읽고 난 후 뭔가 똑똑해졌다는 느낌을 주는 글. 지식중독 시대의 가장 인기있는 글. 이미 널려있던 정보를 가공해 보기 좋게 떠먹여 주는 글. 뭔진 모르겠는데 나중에 쓸모있을 것 같아 구독과 저장을 부르는 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는 글... 등을 지칭함. 


비문학적 성격을 지닌 글로 미화된 글과는 다르게 감성이나 교훈적인 면에서 조금 더 자유롭다. 대신 '지식습득'이라는 읽는 목적이 뚜렷한 독자를 상대하는 만큼 글의 주제나 결론이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만큼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이 팩트를 기반으로 최대한 많은 백업할 증거가 있을수록 글의 공신력이 높아진다. (물론 '팩트체크' 자체의 신빙성과 타이틀 수집으로 변해버린 공신력에 대해서는 할 말 많지만 죄다 생략하기로 한다.) 


구독경제 시대 가장 인기가 많은 지식 큐레이션 형태의 글도 여기에 속한다. 지식은 널부러져 있는 상태만으로는 독자를 관통하지를 못한다.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쏟아져나오는 방대한 양의 지식을 정리해 상대방이 알아듣도록 큐레이션 (일명 "짜집기")을 해줘야 성공하는 글이 된다. 어떤 개념을 완벽히 이해했다는 것은 그것을 5살짜리에게도 이해시킬 수 있을만큼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 지적인 글 또한 상대방이 알아듣게 쓸때 비로소 먹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지적인 글들의 특징은 또 구독과 저장과 공유를 부른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은 안 읽지만 언젠가 필요할 것 같으니 저장부터 하는 글. 나한테는 직접적으로 도움이 안 되지만 이 글을 읽으면 도움될 사람에게 공유하는 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서 글을 읽고 난 후 세상이 달라보이는 글 등이 지식 전달로써 성공한 글이 된다. 전파력이 글의 생명줄이 된 시대에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할 만큼 '괜찮은 글'이라는 증거가 여기 있지 않을까. 




3. 재밌는 글


한마디로 웃긴 글. B급 감성. 전파력이 가장 좋은 글. 뇌없는 유머도 많지만, 수준 높을수록 뼈 때리는 글.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글. 성공적인 유머를 위해서는 통찰력이 필요한 글. 역사적으로 가장 진실과 가까운 글. 짧은 시간내 무의식에 침투하기 가장 좋은 글. 사람을 무장해제시킬 수 있는 힘... 등을 말한다. 


전혀 안 그런 것 같지만 가장 강력한 형태의 글쓰기다. 감동을 주거나 지식을 전달하는 글은 그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누구나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을 '제대로' 웃긴다는 건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일이다. 유머가 제대로 먹히려면 그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꼬집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훅치고 들어오는 경향이 많아 위의 두 종류의 글과는 달리 사람을 무장해체시키는 어- 마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다. 


안그래도 컨텐츠가 범람하는 디지털 시대에 3초 안에 사람을 휘어잡을 수 있는 글이다. 밈(meme), 이모티콘, 짤빵의 유행에서도 엿볼 수 있듯, 그 전파력은 말할 것도 없고 순간적으로 뇌리에 콱 박히는 글이다. 반드시 깊이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특정 상황적 배경의 이해와 참여 없이는 절대 웃지 못하는 글이다. 


역사적으로도 사회풍자와 해학 등을 통한 글이 가장 장수했다. 세상이 부조리하다고 정면으로 들고 일어나는 사람들은 깜방으로 직행했다. (트위터와 유튜브가 막혀버린 트럼프 전대통령을 보라.) 대신 일명 블랙유머(black humor)를 통해 사회를 비판하고 비꼰 사람들의 이야기는 멀리멀리 전파되어 살아남았다. 어떤 글이 웃긴건, 진실한 사건의 본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준 높은 유머를 구사하고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건 가장 고난이도의 글쓰기라고 볼 수 있다. 




위의 세가지 특징을 섞어서 글을 쓸 때 가장 완성도가 높은 글이 된다. 


-정보전달을 하되, 읽는이가 수용하기 쉽도록 웃기게 전달한다던지 (일타강사들을 생각하자) 

-스토리전개가 완벽한데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전해준다던가 (디즈니 시리즈를 생각하자) 

-유용한 정보를 전해주면서 이로인해 나의 인생이 어떻게 개선될지를 전한다던가 (마케팅의 기본요소) 


등의 다양한 콤보가 가능하다.


부가적으로 (상업적으로) 성공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위의 3요소뿐만 아니라 시대상에 따라 부가적인 성공요소를 만족시킬 필요가 있다. 일례로, 아무리 훌륭한 글이라도 성격이 맞지 않는 플랫폼에 올린다던가, 올바른 매개체를 (영상, 사진, 음악 등) 사용하지 않는다던가, 키워드나 검색어가 잡히질 않는다던가, 아무도 안보는 시간에 올려 묻힌다던가, 커버나 제목이 거지같아 아무도 클릭하지 않는 등의 사소하지만 매우 중대한 요소들을 말한다. 


그렇기에 성공적인 글쓰기를 위해서는 위의 글쓰기 3요소는 말할 것도 없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잘 따라갈 필요가 있다. 언젠가 누군가가 "헤밍웨이도 2020년에 태어났으면 절대 위대한 작가로 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댓글을 남긴 걸 본 적이 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UI/UX 라이팅처럼 짧고 굵은 글이나 검색되는 글이 최우선시 되는 시대에 헤밍웨이 같이 깊은 사유를 요구하는 글은 살아남기 힘들다. 


또한 '잘 쓴 글'과 '잘 팔리는 글'은 분명하게 구분됨을 인지할 필요도 있다. 대부분의 잘 팔리는 글은, 솔직히 말해 잘 썼다고 보기는 힘들다. 차라리 베스트 셀러 형식에 맞춰 썼다고 보는게 더 정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이가 있는 글이나 통찰력이 있는 글이 대중에게 어필을 하지 못하면 그건 그것대로 허무한 일이다. 그러니 글을 쓰는 자는 항상 상업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적절한 자기만의 중심을 찾으며 써갈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써야하는가- 에 대한 질문에 자그마한 답변이 되었길 바라며! 


그래도 우선 오늘 뭔가를 써보자. 






내면아이를 치유하는 기록 <말장난> 

모두가 한번쯤은 마주해야 할 깊은 무의식으로 떠나는 성장형 에세이. 숨겨두었던 기억 속 어둠을 의식 밖으로 끌어내어 내면의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는 치유의 여정. 태어나버린 모든 이들을 위한 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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