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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닐슨 Nov 04. 2021

쓸데없고 황당한

조각 수필 #27

“쓸데없고 황당한” 이야기 하나 해줄까?

내가 말이야, 어릴 적에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 내가 바로 절대자가 후계자로 삼은 유일한 사람이라는 거지.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세팅해 놓고 나를 이곳으로 보낸 거라고 생각했어. 여기서 많이 배우라고 말이야. 지금 생각하면 아주 우습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었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부잣집 도련님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잖아. 그리고 그 도련님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거대한 기업을 물려받고 그 기업의 총수가 되는 스토리 알지? 나는 스케일이 더 크다고 생각했었어. 왜냐고? 나는 나니까. 내가 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거지. 절대자니까 세상을 이 정도 정밀하게 세팅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믿었어. 거기에서 더 나가서 나는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나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 가령 이런 식이지.


길을 걸어가다가 침을 뱉는 사람을 봤다고 생각해봐. 썩 유쾌한 일은 아니잖아? 그러니 나는 길에서 침을 뱉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우게 된 거지. 또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어. 나도 당해봐서 아는데 무척 괴롭더라고. 그러면 나는 다른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걸 배운 거지. 나는 세상이 모두 그렇게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어. 


그런데 조금 더 크고 세상을 알게 되면서 나에게 좋은 게 남에겐 좋지 않을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더라고. 가령 이런 식인 거야. 오래된 동네를 부수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어. 그러면 그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거든. 개발은 좋은 거라고 배웠으니까. 그런데 그곳에 원래 살던 사람들은 아파트에 살 수 없다고 하더라고. 아파트에 살게 된 사람한테는 좋은 일인데, 원래 있던 사람에게는 안 좋은 일이 된 거잖아.

또 이런 게 있어. 물고기를 잡아서 먹고사는 사람은 물고기를 많이 잡아야 좋은 거잖아. 그래서 그 사람들이 물고기가 없어질까 봐 물고기를 잡아먹는 돌고래를 없애고 있대. 그러면 그 사람들을 나쁘다고 해야 하는 걸까? 

또 이런 것도 있어. 콜라 공장에 플라스틱 병을 만들어서 납품하는 회사가 있어. 그런데 앞으로 콜라를 플라스틱 병에 넣어서 팔 수 없다면 그게 잘 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환경을 생각하면 아주 잘 된 일이겠지. 하지만 플라스틱 병을 만드는 사장님에게는? 그 가족들은, 그 직원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세상은 한쪽이 올라가면 반대편은 반드시 내려가야 하는 시소처럼 느껴지기도 해. 절대자가 나에게 이렇게 복잡한 세상에서 어떤 것을 배워오라고 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 참, 여기서 ”쓸데없고 황당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해줄게. 내가 절대자의 후계자가 될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후계자가 될 사람들인 거야. 그리고 세상에 태어나면서 각자 하나씩의 숙제를 가지고 태어난 거지. 절대자가 세상에 보내면서 숙제를 내줬어. 그런데 사람은 그 숙제가 뭔지 알 수 없어. 그 숙제를 마치는 때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인 거지. 그때 절대자에게 돌아가는 거야. 숙제 검사받으러. 


그리고 한, 천 개? 아니 한, 만 개쯤 되는 숙제가 있는데, 숙제의 개수만큼 다시 태어나면 모든 숙제를 다 하게 되는 거야. 가장 먼저 모든 숙제를 마친 사람이 절대자의 후계자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 그럼 지금 나는 몇 번째 숙제를 하고 있는 걸까?

다른 사람들보다 ”쓸데없고 황당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거의 다 해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이제 첫 번째 숙제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 아무튼 나는 오늘도 내 숙제가 뭔지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면서 지내고 있어. 

“정말로 쓸데없고 황당한 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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