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머님께서 자기 도마 사는 김에 우리 부부것도 사주시겠다며 쌈짓돈을 건네주셨다.
우리동네에 젊고 좋은 목수가 있어 나에게 주문을 넣으라고 돈을 맡긴 것이었다.
목수에게 찾아가 딱딱해서 오래오래 쓸 수 있는 호두나무로 주문을 넣었다.
이틀정도 지나자 정성스럽게 포장된 도마가 집으로 왔다.
더운 여름, 이 나무도마에도 그의 땀 몇 방울 묻어있을 것 같았다.
돈을 건네드리자 목수님이 "아고, 감사합니다."하신다.
뭔가 이상한 느낌. 과한 친절을 받은 듯한 부담감.
나는 그 느낌을 떨치기 위해 얼른 "아휴, 제가 감사하죠."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숫자가 적힌 종이를 드렸고 그 분은 몇 일을 직접만든 도마를 주셨는데 이상하게도 이 세상은 종이를 받은 쪽이 감사해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세상은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과는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사장이 돈을 주면 노동자가 감사해하고. 가장(노동자)이 돈을 주면 주부가 감사해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
분명 사장이 노동의 결실을 받았고, 가장이 살림의 결실을 받았는데
왜 종이가 그 결실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거지.
우리들은 왜 그렇게 인식하고 살고 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