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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빈 Aug 09. 2020

누가 감사해야 하는가

얼마 전, 어머님께서 자기 도마 사는 김에 우리 부부것도 사주시겠다며 쌈짓돈을 건네주셨다.

우리동네에 젊고 좋은 목수가 있어 나에게 주문을 넣으라고 돈을 맡긴 것이었다.


목수에게 찾아가 딱딱해서 오래오래 쓸 수 있는 호두나무로 주문을 넣었다.


이틀정도 지나자 정성스럽게 포장된 도마가 집으로 왔다.


더운 여름, 이 나무도마에도 그의 땀 몇 방울 묻어있을 것 같았다.


돈을 건네드리자 목수님이 "아고, 감사합니다."하신다.

뭔가 이상한 느낌. 과한 친절을 받은 듯한 부담감.


나는 그 느낌을 떨치기 위해 얼른  "아휴, 제가 감사하죠."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숫자가 적힌 종이를 드렸고 그 분은 몇 일을 직접만든 도마를 주셨는데 이상하게도 이 세상은 종이를 받은 쪽이 감사해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세상은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과는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사장이 돈을 주면 노동자가 감사해하고. 가장(노동자)이 돈을 주면 주부가 감사해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

분명 사장이 노동의 결실을 받았고, 가장이 살림의 결실을 받았는데

왜 종이가 그 결실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거지.

우리들은 왜 그렇게 인식하고 살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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