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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면 떠오르는 책방 소리소문

내 삶에 따뜻한 햇살이 되어준 책방 이야기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제주특별자치도 내 공공 어린이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했었다. 함께 근무했던 사서샘이 기획했던 ‘동네 책방이 소개합니다’라는 기획 도서 전시프로그램이 있었다. 두 달에 한 번씩 제주도 내에 있는 동네 책방과 협업하여 책방을 소개하고, 책방 주인장님이 추천해 주는 도서들을 1층 열람실에 전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제주도에는 다양한 특색과 콘셉트를 가진 동네 책방들이 여기저기에 많았다. 지역 내에 작은 책방들을 소개하는 업무도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출장을 핑계로 다양한 곳에 있는 책방들을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억에 남는 책방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내가 가장 애정하는 책방은 ‘소리소문’이다.

책방 소리소문은 ‘작은 마을의 작은 글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사회의 흐름과 맥락, 다양한 개인의 삶을 반영한 책들을 큐레이션 하는 곳이다. 단순히 책을 읽고 사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기획을 통해 보고, 읽고, 듣고, 만지고, 쓰고, 생각하면서 책을 통해 확장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책방이다. 남편분이 서점에서 서점원으로 10년 동안 일하신 이력이 있고, 우연히 제주로 한달살이 여행으로 오면서 당시 여행 때 발견한 책방 자리를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드셔서 제주도로 이주를 결심하고 책방을 만드셨다고 한다. 책방 내부 인테리어도 부부가 함께 만든 공간이라 여기저기 매력적인 모습들이 많은 곳이었다. 제주의 옛 전통가옥을 내부만 개조해 만들어서 한 땀 한 땀 책방 주인장님의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책방마다 북큐레이션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데, 소리소문 북큐레이션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들이 많았다. 당시 2019년 내가 처음 책방을 방문했을 때는 영화 ‘기생충’이 뜨거운 화제였는데 주인장님이 영화 기생충을 보고 난 뒤 생각나는 주제들을 책과 연결 지어서 추천해 주는 큐레이션 코너도 만들어져 있었고, ‘그림책’, ‘라이프 스타일’, ‘이달의 작가 코너’ 등 책방 여기저기를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십진 주제 분류가 아닌 주인장님만의 주제 분류로 나누어서 다양한 책들을 소개해 놓아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서점원의 이력을 갖고 있는 주인장님은 책방이 존재하는 이유는 책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세상에 다양한 책들 중에서 읽기 쉬운 책들을 잘 선정해서 소개해주고 싶다는 목적으로 책방을 열게 되었다는 인터뷰도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2020년 제주를 떠나 육지에 왔지만 여행으로 제주를 방문하게 되면 잊지 않고 방문하고 싶은 곳이 된 ‘소리소문’ 책방은 지금은 제주의 핫 플레이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19년에 만났던 책방은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고, 인테리어도 더 멋져지고, 특색 있는 북큐레이션과 작가님들에게도 입소문이 나서 새로운 책을 출간하고 북토크나 작가와의 만남 장소로 손꼽히는 책방이 되었다. 그리고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세계의 서점 150곳에 선정까지 되었다고 하니 내가 다 뿌듯했다.


2023년 겨울방학에 제주를 여행할 때 책방 소리소문을 방문했을 때에도 여전히 책방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주인장님만의 특별한 안목으로 선택된 책들을 볼 수 있었다. 요즘 MZ세대들은 책 또한 힙하게 즐긴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책방 주인장님은 ‘사진만 찍지 마시고, 책 한 권은 꼭 구입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붙여놓은 것도 와닿았다.

책방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책들과 주인장님의 기획력으로 다양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곳이라서 제주를 찾는 분들에게는 꼭 한번 방문해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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