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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을 읽고 나서

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

1998년 양귀자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모순'은 출판되고 나서도 현재까지 132쇄를 찍으며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우연히 학교 선생님 중에 한 분이 '모순'을 대출하셔서 나도 한번 읽어보자 싶어 읽게 된 책이다.


17년 전 작품인데도 작품은 우리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고, 책 제목처럼 모순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 것이 인생인지 깨닫게 된다. 책의 큰 줄거리는 안진진이라는 25세 여성이 두 남자 김장우와 나영규 사이에서 누가 진짜 사랑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일란성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의 삶을 바라보며 모순투성이인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골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사는 삶이 맞는 건가 고민도 할 수 있었고, 작가님 특유의 섬세한 문장들로 여러 인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몰입하며 읽었다.


책 속에서 내게 와닿았던 문장은 아래와 같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런 말을 알고 있다. 인생은 짧다고,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고. 아버지는 참으로 긴긴 인생을 살았다. 그것이 진정 아버지가 원했던 삶이었을까.


새삼스런 강조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마찬가지다. 풍요의 뒷면을 들추면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에는 우리가 찾지 못한 풍요가 숨어있다.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만약 안진진이었다면 두 남자 중 어떤 남자를 선택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난 두 남자 중 한 명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너무 순수하고 맑은 사람이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도, 인생의 모든 것을 계획대로 해결해 가는 파워 J 성향의 철저하게 인생을 계획표대로 사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도 너무 힘들 것 같다.


아직 '모순'을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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