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 아름다운 사람 이야기
도서관은 단순히 책이 머무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곳은 살아 숨 쉬는 이야기의 숲이자,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특별한 곳입니다. 특히 제가 근무하는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그 생명력을 불어넣는 이들은 바로 ‘도서부’라는 이름으로 모인 어린 봉사자들입니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인 친구들과 함께하며 겪었던 소소하지만 특별한 에피소드들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 창고가 아닌, 성장과 배움의 공동체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2022년 코로나를 지나고 있는 시기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던 때라 도서관은 개방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많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도서부가 없던 학교라서 도서부를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홍보하고 함께 재미있게 책을 읽는 공간으로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그해 5월 5, 6학년을 대상으로 도서부원을 모집했습니다. 도서부 모집 포스터도 만들고 게시판에 붙이며 어떤 학생들이 도서부로 지원할지 두근거리며 지원서도 받고 면접도 봐서 총 12명의 도서부원들을 선발했습니다.
5학년 남학생 3명, 여학생 2명과 6학년 여학생 7명으로 회장과 부회장은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으로 선출해서 회장은 6학년 여학생이, 부회장도 5학년 여학생이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도서부원들에게 교육할 교육용 자료를 간단하게 만들고, 간단하게 서가 정리하는 법과 분류법, 그리고 대출 반납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제일 중요한 자원봉사자라로서의 마음가짐도 교육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소중한 1기 도서부원들과 다양한 독서 콘텐츠를 만들고, 재미있는 독서행사를 기획하여 학생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독서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제일 먼저 도서부원들이 한 활동은 아침 등교시간 도서 대출 반납 업무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책임감이 강한 아이들이라서 1학기에는 빠지는 사람 없이 한결같이 오전에 봉사하러 와주었습니다. 그리고 방과 후에는 6학년 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신나서 책 정리를 도와주러 왔습니다. 책을 정리하며 책 수선도 하게 되고, 청구기호도 저절로 알게 되니 일석이조였습니다. 아침 봉사 시간에 청구기호 순서대로 책을 정리해 주니 저학년들이 마음대로 서가에 꽂아 놓았던 책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니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그리고 도서부원들에게 도서관을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하도록 하였습니다. 브이로그 영상을 만들어서 도서부원들이 하는 일 그리고 도서관 이곳저곳을 소개하고 홍보 영상을 기대보다 더 잘 만들어주어서 아침 조회 시간에 방송으로 송출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매월 추천하는 북큐레이션도 홍보하고, 학생들에게 도서관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한국십진법, 도서 검색하는 법, 도서반납함과 책 소독기 사용법 등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은 너무나도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매월 도서부원들이 책을 추천해 주는 북큐레이션 공간을 도서관 입구에 만들어 놓으니 다른 학생들도 친구나 언니, 오빠가 추천하는 책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도서검색용 PC에 게시할 도서검색법도 저학년들이 이해하기 쉽게 손그림으로 뚝딱 그려서 직관적으로 보기 좋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두 달이 지나고 5학년 여학생 두 명이 갑자기 도서부 탈퇴하겠다며 활동 중단 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6학년 도서부 언니들 위주로 도서부 활동이 이루어지고 의사 결정이 원만하게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5학년과 6학년 여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감정싸움이라 교사인 제가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우선 단톡방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제가 모르게 만들어진 도서부 단톡방 안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오고 가고, 그로 인하여 서로 오해를 하게 되고, 회의는 무조건 대면으로 모여서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걸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5학년 여학생 두 명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어버려서 도서부를 더 이상 하지 않는 걸로 마음을 결정한 아이들의 마음을 되돌리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작은 선물을 준비해 포장하고 편지를 써서 점심시간에 5학년 여학생 두 명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렇게 12명에서 시작된 도서부는 총 10명으로 1학기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6학년 여학생들은 그림도 잘 그리고, 추진력도 좋아서 도서관 환경 개선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대출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잘 표현해 줘서 저학년들이 도서관을 처음 이용할 때 당황하지 않도록 해주었고, 연체자들에게 연체도서를 반납하게 안 내주는 반납독촉장도 도서부원들 중 금손들이 예쁘고 귀여운 그림들로 엽서 모양으로 만들어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적어서 놀이공원에서 볼법한 소품들로 동물 모자나 귀여운 머리띠를 착용하고 연체자들에게 점심시간에 찾아가서 반납독촉장을 전달하였습니다. 그 덕분인지 연체된 도서들을 빠르게 반납받을 수 있었습니다.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에는 도서분원들에게 저학년들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활동을 제안하여 활동을 했습니다. 저학년들이 책을 직접 골라오기도 하고, 도서부원들이 책을 골라서 읽어주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이 3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습니다.
12월 졸업을 앞둔 6학년 도서부원들을 축하해 주고, 한 해 동안 도서부 활동을 성실하게 해 준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도서실 그림책 코너에 파티존을 만들어서 다이소 파티 아이템으로 포토존도 만들고, ‘졸업을 축하해’, ‘슬도생 1기 수고했어!’라는 문구로 장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도서부원들에게 줄 학용품 랜덤 세트도 포장하고 마지막으로 포토존 앞에서 기념촬영도 하고 즉석카메라로 사진도 찍고 인화도 해서 선물로 아이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각자 소감을 나누고, 롤링페이퍼를 쓰며 서로에게 한 마디씩 남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초등학교 6년의 생활 중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활동이기를 소망하며 1기 도서부원(슬기로운도서부생활)들을 떠나보냈습니다.
도서부 아이들은 단순히 책을 관리하는 봉사자를 넘어, 도서관의 숨은 보석 같은 존재입니다. 그들의 엉뚱한 질문과 기발한 아이디어, 때로는 실수 속에서도 피어나는 책임감은 도서관을 늘 활기차게 만듭니다.
이제는 중학교 3학년으로 성장해 있을 슬도생 1기 친구들이 여전히 도서관을 사랑하고 책 읽는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기를 소망합니다.
학교도서관과 도서부 아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이들이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더욱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책 읽는 아이들의 작은 어깨 위로 쌓여가는 책처럼, 도서관은 아이들의 꿈과 이야기가 쌓여가는 곳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