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I_사람_10. 동네책방 주인장님
제주특별자치도 내 어린이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동료 사서 선생님이 기획했던 ‘동네책방이 소개합니다’ 라는 기획 도서 전시 프로그램이 있었다. 두 달에 한 번씩 동네 책방과 협업하여 제주도 내에 작은 책방들을 소개하고, 책방 주인장이 추천해주는 도서들을 컬렉션해서 전시하는 것이었다.
제주도에는 다양한 특색과 컨셉을 가진 동네 책방들이 여기저기에 많았다. 지역 내에 작은 책방들을 소개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출장을 핑계로 다양한 지역에 있는 책방들을 둘러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억에 남는 몇몇 책방들이 있는데 그 중 제주시 관덕정 원도심에 있는 ‘미래책방’은 오래된 식당 간판(수화식당)을 아직도 그대로 두고, 책방 주인장님은 서울에서 이주한 지 9년차 된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다가 책이 좋아 책방주인장 되신 분이었다.
책방 이름도 ‘미래책방’인 이유가 미래를 항상 고민하고 살기 때문에 ‘미래책방’이라고 지으셨단다. 환경과 관련된 책들부터 우리 삶에서 고민해볼 만한 단행본들까지 주인장분의 세심한 기준이 투영 되어있는 책방 컬렉션이 눈에 뛰었다. 그리고 책방에 함께 동거하고 있는 고양이도 편안하게 책들 사이에서 누워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었다.
그리고 제주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소리소문’ 책방도 기억에 남는다. 한 여름 7월 뜨거운 햇볕을 뚫고 도착한 책방은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다. 남편분이 서점에서 10년 동안 일하면서 우연히 제주로 한 달살이 여행을 오면서 그 당시 여행 때 발견한 지금 책방 자리를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제주도로 이주를 결심하고 책방을 만들었다고 한다. 책방 내부 인테리어도 부부가 함께 만든 공간이라 여기저기 매력적인 모습들이 많은 곳이었다. 제주의 옛 전통가옥을 내부만 개조해 만들어서 한땀한땀 책방 주인장들의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책방에서 북 큐레이션도 다양하게 기획하고 전시하고 있어서 도서관 사서로서 많이 자극을 받은 곳이었다. 당시에 내가 책방을 방문했을 때는 영화 '기생충'이 핫 이슈였는데 기생충 영화를 보고 난 뒤 생각나는 주제들을 책과 연결 지어서 추천해주는 북 큐레이션도 인상적이었고 기억에 남는다. '그림책 코너', '라이프 스타일', '이달의 작가 코너' 등 책방 여기저기를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십진 주제 분류가 아닌 주인장님만의 주제 분류로 나누어서 공간을 나누고 각기 다른 책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책방이 존재하는 이유는 책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세상에 다양한 책들 중에서 읽기 쉬운 책들을 잘 선정해서 소개해주고 싶다는 주인장님의 멘트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신제주에 위치한 동네책방 ‘북스페이스 곰곰’ 주인장님이다. 이 곳도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서울에서 이주하신지 8년차 되시는 분들이었다. 수학을 가르치는 남편분과 책을 만들고 논술을 가르치는 아내분이 함께 다양한 소모임과 수업을 기획해서 진행하며 운영하고 있으셨다. 어린이 책방 컨셉으로 그림책도 많았고, 책방 공간을 대여해주기도 하고 ‘도토리 마켓’이라고 해서 제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플리마켓(벼룩시장)을 개최하기도 했다.
2018년 11월 마지막 주에 책방에서 주관하셨던 ‘모리스 샌닥 판타지 3부작’ 강연도 주인장님이 초대해주셔서 참여하였는데 글로연 출판사의 대표님께서 직접 작은 책방들을 응원하기 위해 제주도까지 오셔서 3시간 반 동안 귀한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모리스 샌닥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 다양한 자료들을 보여주시면서 시대적 설명도 들으며 함께 모인 회원 분들과 책을 서로 낭독하고 여러 작품들을 함께 읽어보니 여태까지 그냥 책을 봤던 것과는 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리스 샌닥의 가족 관계부터 시작해서 그의 작품을 하나씩 꼼꼼하게 살펴보니 원서와 번역서의 차이점들과 작품에 드러난 상징과 다른 작품들과의 관련성도 알게 되었고, 모리스 샌닥의 심리와 그를 당시에 지지해주었던 작가, 편집자들까지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인연이 닿은 ‘북스페이스 곰곰’ 주인장님과는 도서관에서 2019년도 상, 하반기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독서회’ 강사로 섭외할 수 있게 되었다. 평소에 논술을 가르치기도 하셨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많이 해보셔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하반기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추천도서 목록을 책자로도 발간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추천도서를 매주 프로그램이 끝나면 1층 꿈자람 책방 입구에 전시하기도 해서 이용자들의 호응도 높았다. 2019년도 연말에는 독서동아리 운영 우수사례로 (재)평생교육장학진흥원 성과 공유회 사례발표에 도서관 프로그램 대표로 '북스페이스 곰곰' 주인장님이 직접 발표도 해주셨다.
여러모로 도서관이 하고 있지 못하는 역할을 마을 내에 작은 특색 있는 책방, 서점들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와의 만남'뿐만 아니라 지역서점만이 할 수 있는 소규모 모임과 지역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독서문화프로그램들이 더 활성화 되고 앞으로도 제주도에 가면 더 특색있고 재미있는 책방들이 많이 남아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