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만료 통보서

기간제 사서교사의 일상

기간제 교사는 말 그대로 일정 기간 동안 교사로 근무하겠다는 것을 정해 계약을 체결하고 근무를 하는 계약직 교사이다. 계약이 끝나면 일을 그만둘 수도 있고, 재계약을 할 수도 있다. 나는 현재 기간제 사서교사로 경기도에 있는 초등학교에 근무 중이다. 예전에도 사서로 공공도서관과 연구원 자료실에서 계약직으로 일해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내 생애 처음으로 계약 만료 통보서라는 걸 받아보았다.


계약 만료 통보서라는 종이에는 직위, 성명, 담당업무, 계약 종료일이 쓰여있었다. 직위는 기간제 교사(사서교사) 그리고 담당업무는 독서교육 및 도서관 운영 그리고 계약 종료일은 2023년 2월 28일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아직 계약 만료일이 두 달이나 넘게 남아있는 시점에서 굳이 이 계약 만료 통보서는 왜 주시는 건지 순간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전임자 기간제 사서 샘에게 물어보니 이런 통지서는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교감선생님이 너무 철두철미 하신 건지 좋은 게 좋다고 이해해보려고 했다가 오전 내내 서운한 마음이 가득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사서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졸업했지만 내가 졸업할 당시 2001년에만 해도 사서교사로 일할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당시만 해도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는 거의 없는 실정이었고, 사서로 채워져 있는 학교들이 대다수였다. 올 한 해 초등학교에서 사서교사로 근무하며 1학기에는 도서관 이용자 교육으로 전 학년에게 수업도 해보았고, 2학기에는 독서교육으로 그림책과 독서토론, 논설문 쓰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서 후회는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방학 중 근무에 관한 것이다. 아직도 기관장 교장, 교감선생님들은 방학 중에 학교도서관 개방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학교도서관 개방을 한다고 해도 공평하게 모든 선생님들이 방학 중에 당직 근무조가 있어서 당직근무표대로 한 명씩 돌아가면서 근무하지만 유독 사서교사에게만은 그렇지 않다.


지난여름방학에도 독서캠프 이틀과 2주 동안 도서관 개관을 하며 나는 비록 오전 출근이기는 했지만 2주를 출근했었다. 이건 명백히 헌법에 위배되는 차별행위이다. 기간제 교사 중 유독 사서교사에게만 정규교사와 달리 방학 중 근무를 강요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전국 기간제 교사 노동조합에서 보내온 공문에도 현재 교장, 교감선생님은 나에게 차별대우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신다.


교사들은 방학 중에 모두 '교육공무원법 41조(연수기관 및 근무장소 외에서의 연수)'를 사용하여 학교 근무가 아니라 자택 등에서 연수를 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사서교사에게는 이 조항이 항상 예외가 된다. 이번 겨울방학에도 본관 화장실 공사가 아니었다면 거의 60일 나 되는 겨울방학 내내 나와서 근무하라고 했을 것이다. 다행인 건지 그나마 화장실 공사로 인해서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만 오전 3시간 9시부터 12시까지 도서 대출, 반납 업무만 하라는 기관장의 지시를 받았다.


학교도서관은 양질의 도서를 비치하여 학생들과 교사들이 양서를 읽도록 하는 것이 업무 중 하나이다. 그리고 방학 중 도서관을 반드시 개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지난여름방학에도 도서관 이용자는 일 평균 2~3명이었다. 그리고 대출 이용자는 1~2명 내외였다. 방학 중 대출도서의 권수를 늘려서 개학 후에 반납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또한 학교도서관을 개방한다면 근로장학생 등 대학생 등을 신청하여 학교도서관 대출, 반납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정규교사들이 당직으로 학교에 출근하니 그들이 순번대로 돌아가며 3시간만 도서관에서 대출, 반납업무를 할 수도 있다. 또한 요즘은 지역의 마을 도서관들 공공도서관들이 매우 잘 되어 있으므로 방학 중에는 반드시 학교도서관을 개방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대안들을 기관장들에게 요구해보고 알려도 드렸지만 내 의견은 묵살당했다. 그들은 도서관 담당인 사서교사가 주 1회 출근하여 도서 대출, 반납업무를 하라고 했다. 이렇게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이 갑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에게 민주적 시민을 교육하면서 정작 학교의 조직문화는 아직도 민주적인 모습이 별로 없다. 많은 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정규교사와 동일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말로만 교사라고 하지 말고 원래 공무원과 교육계가 제일 보수적이고 늦게 변화되는 곳이란 것은 익히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늘 근거가 없고 원래 그랬다. 그게 관례다 등등으로 밀어붙이는 불합리하고 맞지 않는지는 점검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해라 하는 식의 조직 구조와 업무는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고 많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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