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힘
올해 3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퇴근 후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낭독 연수를 시작하게 되었다. 계기는 전국에서 기간제 사서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단톡방이 있는데 그곳에서 한 사서 선생님의 주최 하에 1년 장기 코스로 낭독에 관련된 수업을 함께 배워보자고 하셔서 한 치의 고민 없이 신청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학창 시절 특별한 꿈이 있지는 않았다. 사서 고생하는 사서로 14년 차 밥벌이하면서 20대 초반에 성우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고, 내 목소리의 부심이 있었다. 그래서 늘 마음속 한편에 성우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이번 낭독 수업을 통해서 조금 내 꿈에 다가가길 바라며 첫 수업은 3월 6일 월요일 오후 7시에 줌으로 이루어졌다. MBC 성우 출신 '조예신' 강사님으로부터 [보이스 컬처]라는 연수명으로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줌이지만 함께 수강하는 20명의 사서 선생님들과 각기 다양한 목적과 목표로 이 수업에 참가한 이유를 들으면서 '성우'라는 직업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게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강사님이 매 수업 시간 낭독을 할 때 제일 중요한 점은 자세라고 알려주셨다.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기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바르지 못한 척추를 지탱시키기 위해서 척추 근육이 긴장하고 이런 척추 근육의 긴장과 경직이 목소리의 통로를 방해하고 차단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그래서 아래쪽 척추가 약해지면 배 근육이 몸통을 떠받치게 되는데, 이렇게 배 근육이 몸을 받치게 되면 호흡이 자유롭지 못해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기본자세는 발을 11자로, 어깨너비로 벌리고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양발에 무게의 중심을 싣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이때 무릎을 약간 구부리는 것이 빳빳하게 선 상태보다 발성에 더 좋다고 한다. 가수 박정현도 이런 자세를 노래 부를 때 추천한다고 한다.
어깨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그리고 숨을 편안하게 쉬면서 앉아서 소리를 낼 때에도 오른손을 배꼽 위에 올려두고 왼손으로 빨대 모양을 만들어서 입 가까이에 갖다 대고 숨을 넣고 불면서 뱃고동 소리를 내는 방법으로 실습을 해보았는데 소리가 퍼져 나가는 게 달랐다. 평상시 우리가 낭독할 때에도 이런 자세를 유지하면 순간 집중력에도 좋고 발성도 다르다고 한다.
퇴근 후 3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일은 즐겁고 유익했다. 강사님이 매일 자신이 좋아하는 책의 한 페이지 정도를 낭독해 보는 것을 권유하셔서 수업을 듣고 바로 다음 날부터 실천에 옮겨보았다. 김춘수 시인의 ‘꽃’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50개가 넘는 녹음파일이 매일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나는 새벽형 인간이라 늘 5시 반에 기상하는데 아침 루틴에 낭독이 들어가니 일상이 무언가 더 풍요로워졌다.
낭독을 하면서 좋은 시나 글의 문구들은 가족 단톡방과 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송해 보기도 했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너 목소리가 이랬어?”라며 의아해하는 친구도 있었고, 목소리가 좋다고 칭찬해 주는 피드백들도 있었다.
어버이날 아침에는 아버지에게 음성편지를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편지를 낭독해서 카카오톡으로 음성파일을 보내드렸다. 아버지의 답장은 딸의 목소리가 따뜻하고 위로가 되어서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시며 고맙다고 하셨다. 때로는 진심이 담긴 내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총 10번의 낭독 수업을 통해 실력이 일취월장하거나 하는 커다란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아침 책을 소리 내어 읽고 글의 형식에 따라 목소리와 음절의 높낮이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이 자연스럽게 읽는 연습을 통해서 글을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섬세하게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사실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볼 일이 없는데 낭독을 통해 내가 나의 목소리를 먼저 좋아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사님이 알려주셨다. 처음 녹음해서 들어본 내 목소리는 어색하기도 하고, 속도가 너무 빠르고 숨을 제대로 쉬지 않아서 발음도 조금 꼬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목소리를 좋아해 보기로 했다.
아직까지 빠르게 읽는 습관을 고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매일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변화되어 있는 내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직접 낭독해서 오디오북으로 출간해 보고 싶은 꿈도 있고, 현재 초등학교에서 사서교사로 근무하고 있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낭독 동아리나 시 낭송 대회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고 싶기도 하다. 낭독 연수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20명의 사서 샘들이 없었다면 아마 완주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각자의 목표가 다르지만 낭독으로 연합된 이 모임의 함께하는 힘을 믿는다.
사서교사는 학교에서 늘 외로운 존재이다. 담임과 비교과 교사들 중에서도 도서관의 위치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비주류에 속하다 보니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일이 많다. 각자 근무하고 있는 학교도 지역도 다르지만 낭독을 통해 함께 하게 된 사서 샘들에게도 이 글을 통해 감사함을 전해본다.
1년 뒤 우리들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며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며 남은 시간들도 낭독을 통해 조금 더 발전된 나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