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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고생하는 사서 Aug 17. 2023

보이스 컬처

낭독연수 21회 차

7월 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고, 영국으로 꿈만 같았던 9박 10일간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그래서 낭독연수는 총 3회 결석하였다. 뭐든 성실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하지만 휴가기간과 겹쳐서 어쩔 수 없이 3번의 수업은 빠졌지만 시간은 지나 8월이 되었고, 여행에서 돌아와 시차와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필사적 노력을 하였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낭독연수는 어느덧 6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이번 수업은 줌으로만 만났던 강사님과 수강생들이 오프라인으로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나기로 했다. 강사님이기도 하신 조예신 성우님이 매일 방송되는 SBS 생방송 투데이에 '방방 여행사'라는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맡고 계셔서 마침 8월 15일에도 녹음이 있다고 하셔서 방송 녹음하는 현장을 직접 참관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셨다.


총 8명의 사서샘들과 처음으로 대면으로 SBS사옥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래도 그동안 줌으로 만났던 차라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보여서 신기하기도 했다. 방송국 견학 온 초등학생들 마냥 설레기도 하고 방송국 로비에서 우연히 컬튜쇼 진행자로 알려진 개그맨 '김태균'님도 직접 볼 수 있었다.


방송국 8층 녹음실에서 성우님이 직접 내레이션 하는 모습도 지켜보고, 요즘은 대본도 스마트 패드를 활용해서 실시간으로 받는다고 한다. 녹음실 부스는 생각보다 크고 기기들도 뭔가 다양한 것이 신기했다. 한때 성우를 꿈꿨던 나에게는 무언가 꿈의 공간이었는데 직접 눈에 담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배테랑 성우님은 녹음시간이 20분도 안 걸리게 NG도 거의 없이 쑥쑥 거침없이 내레이션 하는 게 신기했다. 대본도 당일 바로 받으셔서 하는 거라고 하는데 어떤 일이든 역시 경력은 무시 못하는 것 같다.


성우님의 녹음이 끝나고 녹음실 부스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방송국 13층 회의실을 미리 예약해 두셔서 그곳에서 22번째 낭독 수업을 하게 되었다. 뷰도 너무 좋은 회의실에서 대면 수업을 받으니 더 좋았다. 아무래도 줌 수업은 집중도가 떨어지는데 역시 대면 수업은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첫 번째로 호흡을 연습해 보았다. 코로 숨을 쉬고 내뱉으면서 복부에 힘을 주고 숨이 들어가면서 복부를 오른손으로 지긋이 잡으며 복부에 힘을 머금으면서 소리가 나가는 연습을 했다. 횡격막을 밀어내는 느낌으로 복부를 살짝 부여잡는 느낌으로 낭독은 역시 호흡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또 배웠다.


어깨에 힘을 빼고 숨이 들어가면서 배를 내 밀어주는 식으로 복식호흡과 온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신체 훈련 그리고 은은하고 공기반 소리반처럼 포근한 목소리로 시를 낭송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감정 상태를 잘 알면 낭독을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나눠보았다. 낭독하는 글의 등장인물의 마음 상태를 이해하고 글을 읽으면 더 좋다는 것이다. 감정을 쾌적함과 활력의 높고 낮음으로 다양한 감정들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살펴보면서 어떤 감정인지를 나눠보았다.


가령 격분한, 화가 치밀어 오른, 공황에 빠진, 불쾌한, 불안한, 우려하는, 근심하는, 염려하는, 짜증자는, 마음이 불편한 등의 감정은 활력은 높지만 쾌적함이 낮은 상태의 감정이고 침울한, 시무룩한, 비관적인, 낙담한, 실망스러운, 의욕 없는, 슬픈, 기죽은 등의 감정은 활력도 낮고 쾌적함도 낮은 상태의 감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긍정적인, 흥겨운, 아주 신나는, 동기 부여된, 흥분한, 활발한, 행복한, 희망찬, 기쁜, 재미있는, 낙관적인 감정은 활력도 높고 쾌적함도 높은 감정 상태이며 다정한, 충만한, 감동적인, 안정적인, 자족하는, 만족스러운 감정은 활력은 낮지만 쾌적함은 높은 상태라는 것이다.


"지금 내 감정은 어떤 감정인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자고 강사님이 질문하시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각자의 감정상태에 대해 나누었다. 몸은 내면의 생각과 느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도 한다. 몸은 항상 우리에게 말을 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시간을 내서 귀 기울이면 몸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세포는 우리의 생각과 모든 말에 반응할 것이라고도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회의실을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돌면서 시를 낭독해보기도 했다. 아래는 우리가 함께 낭독한 시의 일부분이다.


[바람만이 알고 있지] - 호흡을 조금만 사용해서 속삭이는 것처럼 공기로만 낭독해도 좋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 나에게 말하듯이 대화하듯이

얼마나 더 고개를 들어야 하늘을 볼 수 있을까 : 직접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낭독하기

얼마나 더 귀 기울여야 내 아픔을 들을 수 있을까: 살며시 눈을 감으며 지그시 낭독하기


시나 에세이는 속으로 내는 소리로 나에게 말하듯이 낭독하는 것이 좋다고도 강사님이 피드백을 주셨다.


마지막으로 '사랑별에서 온 아이'라는 이정순 글의 동화책을 7~8줄씩 릴레이로 낭독해 보았다. 이 동화책도 오디오북으로 제작하게 되는데 강사님이 신경 써주셔서 한 명이나 두 명의 사서샘이 오디션을 통해 오디오북을 직접 낭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로 했다. 동화책이면서도 아이들의 대사도 있는 책이라서 나 자신에게 말하기보다는 '친근한 사람' 또는 아이들에게 얘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낭독해 보라고 하셨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강의해 주신 강사님과 멋진 참관 수업의 경험까지 선물처럼 주셔서 목동까지 오고 가는 길이 멀긴 했지만 감사했다. 광복절날 처음으로 대면으로 만난 사서샘들도 반갑고 함께 이 연수를 할 수 있어서 서로에게 고맙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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