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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고생하는 사서 Oct 17. 2023

보이스 컬처

낭독연수 28회 차

10월의 세 번째 월요일 저녁 7시부터 시작되는 낭독연수도 어느덧 28번째 시간이다. 나만의 오디오북을 만들어보는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는데.... 강사님이 11월 말까지는 최소 1개 이상의 한국 단편소설을 녹음 완성해 보자고 하신다. 'Audien'이라는 플랫폼에 녹음이 왼성된 오디오파일과 몇 가지 서류들을 제출하면 오디오북을 다른 사람들이 내가 책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듣게 된다고 한다. 


이왕 시작한 낭독연수를 통해 무언가 결과물도 나온다고 생각하니 아직 미완성이지만 무언가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만은 뿌듯했다. 


오늘은 방정환의 '4월 그믐날 밤'이라는 작품을 릴레이 낭독으로 6줄 정도 씩 낭독해 보았다. 방정환 선생님은 일제강점기의 아동문화 운동가이며, 사회 운동가, 아동 문학가로 유명하신 분이다. '4월 그믐날 밤'은 우선 분량이 많이 않아서 강사님이 무조건 낭독해 보라고 추천하신 작품이기도 하다. 


아래는 내가 낭독했던 작품의 일부분이다. 

5월 초하루! 거룩한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복사나무 가지 위 꽃그늘에서 온갖 새들이 일제히 5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거기에 맞춰서 나비들이 춤을 너울너울 추기 시작합니다. (어미의 끝을 길게 늘이면서 구연동화 하듯이) 모든 것이 즐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잔디풀, 버들잎까지 우쭐 우쭐하였습니다. 


강사님의 피드백은 목소리의 톤을 조금 올리고, 발음에 유의하며 부드럽게 살짝 미소를 머금고 낭독을 하면 글의 밝은 분위기를 잘 전달할 수 있다고 하셨다. 어미의 끝을 살짝 길게 늘이면서 ~다.로 낭독해 보라고 하셨는데 쉽지가 않았다. 


평소 내 낭독은 속삭이는듯한 발성이어서 소리를 크게 전달하는 게 어려웠다. 그리고 글의 적혀있는 것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그 풍경을 그려보며 낭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두 번째로는 이상의 '날개'를 5줄 정도씩 릴레이로 낭독해 보았다. '날개'는 작품의 특성상 살짝 톤을 내리고 침울한 느낌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감정을 살짝 빼고, 담백하게 체념한 듯한 느낌으로 낭독해 보라고 하셨다. 


아래는 내가 낭독했던 '날개'의 일부부 인다. 

밥은 너무 맛이 없었다. 반찬이 너무 엉성하였다. 나는 닭이나 강아지처럼 말없이 주는 모이를 넓적넓적(발음 주의하며 넙적넙적으로) 받아먹기는 했으나 내심 야속하게 생각한 적도 더러 없지 않다. 

나는 안색이 여지없이 창백해가면서 말라 들어갔다. 나날이 눈에 보이듯이 기운이 줄어들었다. 영양 부족으로 하여 몸뚱이 곳곳의 뼈가 불쑥불쑥 내어 밀었다. 하룻밤 사이에도 수십 차를 돌쳐 눕지 않고는 여기저기가 배겨서 나는 배겨낼 수가 없었다. 


최대한 천천히 낭독하고 목소리를 조금은 어둡게 내보라고 강사님의 피드백을 받았다. 


7개월 정도 수업이 진행되고 이제 내년 2월까지 총 4개월여의 시간이 남았다. 오디오북 녹음까지 무탈하게 잘 완성할 수 있길 소망해 보며 함께하는 사서샘들의 힘을 믿어보며 월요일 밤 두 시간여의 낭독수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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