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서 고생하는 사서 Oct 12. 2023

보이스 컬처

낭독연수 27회 차

9월 말 추석 황금연휴도 지나가고, 10월 9일 한글날이지만 오래간만에 낭독연수가 있는 월요일 저녁이다. 줌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아 본다. 11월 말까지는 각자 한국 단편소설로 녹음파일을 완성해 보기로 했다. 연휴도 다 지났으니 다시 정신 차리고 매일 녹음하는 습관을 가져봐야겠다. 


오늘은 김유정의 '봄봄' 작품을 1차로 릴레이로 10줄씩 낭독해 보았다. '봄봄'의 주인공은 20대 남자로 우직하고 조금은 바보 같은 순진한 캐릭터를 상상하며 읽어보라고 강사님이 팁을 주셨다. 그리고 대사와 대사가 이어질 경우에는 톤을 다르게 해서 변화 있게 낭독하라고도 하셨다. 그리고 대사를 평소 낭독하는 속도보다 더 포즈를 두고 여유 있게 읽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래는 내가 낭독했던 봄봄의 일부분이다. 

나는 잠시동안 어떻게 되는 심판인지 맥을 몰라서 그 뒷모양만 덤덤히 바라보았다. 

봄이 되면 온갖 초목이 물이 오르고 싹이 트고 한다. 사람도 아마 그런가 보다, 하고 며칠 내에 부쩍 (속으로) 자란 듯싶은 점순이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이런 걸 멀쩡하게 아직 어리다고 하니까......(생각하는 것 상상하며 포즈를 두기)

[포즈를 두고 천천히] 우리가 구장님을 찾아갔을 때 그는 싸리문 밖에 있는 돼지우리에서 죽을 퍼주고 있었다. (죽을 강조) 서울엘 좀 갔다 오더니 사람은 점잖아야 한다고 웃쇰이 얼른 보면 지붕 위에 앉은 제비 꼬랑지 같은 양쪽으로 뾰족이 삐치고 그걸 애헴, 하고 늘 쓰다듬는 손버릇이 있다. (동작을 상상하면서)


우리를 멀뚱히 쳐다보고 미리 알아챘는지, "왜 일들 허다 말고 그래?" 하더니 손을 올려서 그 에헴을 한번 후딱 했다.  (포즈를 두고)

'봄봄' 작품은 말하는 느낌으로 듣는 사람이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낭독하는 것도 포인트라고 강사님이 알려주셨다. 


두 번째로는 성우님이 직접 각색한 여름 여름이라는 작품을 오디오 극처럼 각자 역할을 맡아서 낭독해 보았다. 내레이션, 며느리, 시어머니 등으로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나이를 고려하여 낭독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세 번째로는 이상의 '권태'를 7줄 정도씩 릴레이로 낭독해 보았다. 권태의 작품은 특성상 무미건조하며 시대가 지나도 작품성이 높아서 낭독하면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작가의 마음에 이입하게 된다. 


아래는 내가 낭독했던 작품의 일부부이다.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다. 어제까지도 죽는 것을 생각하는 것 하나만은 즐거웠다. 그러나 오늘은 그것조차 귀찮다. 그러면 웅덩이 물은 썩었다. 썩지 않은 물을 찾아가는 것은 귀찮은 일이고...... (생각하면서 포즈를 두고 낭독하기)

썩지 않은 물이 여기 있다기로서니 나는 목욕하지 않으리라. 옷을 벗기가 귀찮다. 아니! 그보다도 그 창백하고 앙상한 수구를 백일 아래에 널어 말리는 파렴치를 나는 견디기 어렵다. 


한국 단편소설들은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나 어휘들로 발음도 어렵지만 내용이 조금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낭독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지나도 고전은 고전이다 싶다. 매일 한 페이지씩 연습해서 낭독해서 11월 말까지는 적어도 3편의 한국단편소설을 낭독해 보는 것이 목표이다. 


혼자는 할 수 없지만 3월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사서샘들이 있기에 3분기 낭독 수업도 힘을 내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보이스 컬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