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 _장소_6. 중학교 도서관
2010년 11월 한국에 귀국해서 4개월간 구직활동을 했지만 영어교육과 관련된 일로 이직하는 일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간은 그저 속절없이 흘러가고 나의 마음도 덩달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또 다시 사서직으로 눈을 돌려 채용공고를 검색하게 되었다.
사서 고생하는 사서가 뭐가 그리 좋다고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사서로 복귀할 준비를 하게 된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는 중학교에서 학교도서관 사서를 채용한다기에 지원하게 된다. 근무시간도 오전 8시 출근 오후 4시 10분 퇴근에 여름, 겨울방학에는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근무 조건이 마음에 들었다. 방학 기간에도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박봉(당시에 150만원도 안되는 급여였던걸로 기억함)이지만 다시 학교도서관 계약직 사서로 컴백하게 된다.
2011년 학교도서관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국어과 담당교사가 도서관을 전담하고 있어서 사서채용과 도서관의 업무에 대한 결재권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서울시 초, 중, 고등학교에 정식으로 사서교사가 배치된 곳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이렇게 계약직 사서로 충원하여 학교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도서관을 담당하고 있는 당시 문학 선생님이 업무에 있어서는 크게 관여하지 않으셨고, 도서관 관련 업무는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만들어주셨다. 담당 선생님은 당시 중학교 3학년 담임까지 맡고 있으셔서 업무는 늘 과부하였기에 도서관까지 신경 쓸 여력이 되지 않으셨다.
내 주요 업무는 자료수서(도서 구입)와 정리(서지데이터 입력), 도서 대출, 반납 그리고 교과 시간에 도서관 활용수업이라고 해서 도서관에 교과수업을 하러 오면 기자재 셋팅을 해주고, 점심시간에 영화를 상영해주는게 주요 업무였다.
교내 행사 때에는 도서관 내에서 사진전도 개최하고, 다양한 독서 이벤트들을 할 수 있었다. 도서부가 있어서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으로 구성된 학생들이 도서관에 매일 와서 책정리 업무를 도와주었다. 도서부 아이들은 매주 한 번씩 CA시간에 도서관에 모여 독서모임도 하고 신간도서가 들어오면 아이들이 도서 장비작업(청구기호라벨 부착, 장서인 찍기 등)과 서가에 신착자료를 꽂아주기도 하였다.
내가 근무했던 중학교는 아침에 등교해서 1교시 전에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는 학생들도 있었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러 오는 학생들도 많았고, 학교도서관이 나름 활성화되고 잘 이용되는 학교였다. 당시에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따돌림을 받는 학생들이 도서관에 와서 서가 구석 어느 자리에서 책을 보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나에게 두런두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런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어떻게 도와줄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기도 했던 거 같다.
학교도서관에 근무하면서 크게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내 업무가 제한적이기도 하고 도서관 운영계획이나 실질적인 권한이 없기도 하고, 또 계약직이기도 해서 근무 중에도 나는 채용공고를 검색하며 안정적인 정규직을 꿈꾸고 있었다. 마침 종로구에 어린이영어도서관 정규직 사서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된다.
캐나다에서 힘들게 취득한 유아테솔 자격증도 활용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영어를 사용하는 업무환경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도서관에서 일하지만 영어로 된 자료를 다루고 도서관의 설립 취지도 내가 일하고자 하는 도서관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서 채용공고를 보자마자 지원하고 다행히 면접까지 볼 수 있었다. 관장님과의 면접 때에는 합격을 자신만만하게 기대했었는데 최종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아쉽기도 했고 영어도서관에서 꼭 일해보고 싶은 꿈이 있어서 영어도서관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기관의 이사님께 E-mail(이메일)을 발송했다. 언제라도 사서가 필요하시면 꼭 연락을 달라고 정말 영어도서관에서 일하고 싶다고 지금 생각하면 그런 열정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싶다. 나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그 후 한달 뒤에 사단법인 영어도서관문화운동 이사님께 연락이 왔다. 송파구에 2011년에 개관하는 어린이영어도서관이 있으니 도서관 멤버로 같이 일해보자는 메일을 받게 된다. 그래서 6개월간 근무하던 학교도서관에 퇴사소식을 전하게 된다. 담당 선생님부터 교장 선생님까지 모두 축하해주시며 무엇보다 정규직으로 취업되서 축하한다며 영어도서관에서 꼭 정착하라고 당부도 하셨다. 그렇게 나는 계약직을 종료하고 정규직 사서가 된다는 것에 기뻐하며 다섯 번째 퇴사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