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연속

노마드 아프리카 트럭킹 투어, Day 20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

by Nell Kid
당분간 마지막이 될 숙소

가이드를 포함하여 스무 명이 훌쩍 넘는 이 많은 인원들 중, 내일도 볼 수 있는 사람은 단 두 명 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자신들의 아프리카 투어를 마친다. 음, 20일을 하다 보니, 그들이 현명한 것 같기도. 그래서인지, 조식 이후에는 내내 작별의 인사만 했다. 각자가 예약해 놓은 비행기 시각들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들과의 유대가 순례길에서의 그것만큼 깊지는 않았다. 순례길에서의 그 친구들을 떠올려 보면, 우리 다섯 모두 혼자 온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우리끼리 더 잘 뭉칠 수 있었다. 이 투어에서는 혼자 온 사람들도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온 사람들이 더 많다. 또 순례길의 성격 자체가 '걷기 위함'이 주를 이루는 일정인 것과는 달리, '투어'인 아프리카에서는 각자가 계획하고 하고 싶은 것들이 조금씩 다르기도 했다. 누군가는 혼자서 사진에 몰두하기도, 또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와 같이 술을 마시기도, 또 다른 어떤 이는 함께 온 애인과 오붓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각자의 관심사들이 조금씩은 달랐지만, 민폐가 되거나 저건 좀 그런데, 싶은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중 몇몇과는 또 이동할 때나 밤마다 재밌는 기억들을 많이 만들기도 했다. 어쨌든 이들과 함께 있어서, 그러니까 지금와서 첫 날 쓴 여행기에 따르자면, '정신 나간' 다국적 사람들과 동행해서, 트럭이 즐거울 수 있었다. 음, 안녕.


자식을 서울로 올라보내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까지는 조금 오버지만 어쨌든, 다소 이상한 마음으로 이들을 배웅했다. 아마 대부분은 다시 만나지 못 하겠지. 그래도 세상이 좋아져서, 만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또 이들을 만날 수는 있을 테다. 그런 점에서 한 편으로는,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비포>시리즈 같은 일이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곳이다. 못 해도 SNS 계정이 하나 씩은 있으니,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도 2017년 현대에 처음 만났다면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 후 20년 가까운 시간도 조금 다르게 흘러갔겠지. 그래, 좋게 생각하자. 이 정도로 여행했음에도 그런 낭만적 사건이 여태껏 발생하지 않았던 건, 내가 SNS를 해서였다. 퍼거슨 감독님의 말씀이 맞았다. SNS는 인생의 낭비. 이게 없었다면 조금은 애틋한 시간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었을까. 음, 역시, 사람이 몸이 편하니, 되도 않은 소리들을 자꾸 한다. 내일부터는 다시 캠핑을 해야 하지만, 오늘까지는 이 사랑스러운 침대에서 잘 수 있다. 텐트를 펼치지 않아도 괜찮고, 추운 텐트에서 침낭 하나로 떨 필요도 없으며, 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어둠을 헤치고 몇 분을 걷지 않아도 괜찮은 그저 사랑스러운 이 방, 이 침대. 절대로, 캠핑이 싫은 게 아니다. 난 캠핑이 좋다. 아직도 조금은 낭만적이기도 하고. 캠핑은 캠핑 만의 매력이 있다. 그런데, 힘든 건 또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열심히 체력을 보충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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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6_170433.jpg 오늘의 숙소

우리의 작별은 저녁 시간까지도 이어졌다. 나를 포함한 세 명은 내일부터 다시 캠핑 투어를 시작하고, 다른 몇몇은 빅토리아 폭포에 남아있거나 역시 다음 날 비행기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간다. 이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저녁 식사였다. 메뉴는 피자를 먹었다. 화덕에 직접 구운 피자였는데. 맛은 정말 있었다. 식사 이후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마침내 작별의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몇몇은 나중에 한국으로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그들을 보면, 또 새로운 느낌이겠지.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적적한 마음에, 는 딱히 아니고, 그냥 이 널찍한 침대위에서 빈둥빈둥 천국 체험을 누리고 싶어서, 맥주 네 병을 호텔 바에서 사왔다. 후반기의 일정은 전반기의 그것보다 조금 더 빡세다. 전반기에서는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이렇게 호텔 비슷한 숙소에서 쉬는 날이 있었는데, 후반기는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할 때까지의 열흘 동안 내내 캠핑이다. 오, 세상에. 그 일정은 지난 20일 보다 조금 더 '아프리카스러운' 일정이기도 하단다. 이미 충분히 아프리카스러운 것 같은데, 뭘 더 새삼스러울 게 있나 싶기도 하다. 침대 위에서 맥주를 마시는, 이런 느긋함도 당분간은 꿈도 꾸기 힘들겠지. 네 병을 사오기를 잘 한 것 같다. 이렇게 '편안하게' 취할 수 있는 것도 당분간은 마지막이다.

20170606_210137 (1).jpg 그리고 남겨진 맥주

이 숙소는 상당히 괜찮다. 이런저런 곤충들과 동물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수영장도 있고, 또 직원들도 친절하다. 전반적으로도 꽤 예쁜 편이고. 휴양에 대해서는 원래 아무런 욕구가 없었는데, 이런 곳에 오니 어디 칸쿤이나 발리 같은 동네에서 푹 쉬기만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칸쿤의 경우 대부분이 올인클루시브라던데, 가는 비행기 표가 비싸서 그렇지, 놀고 먹기에는 확실히 딱일 것 같다.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이젠 좀 가만히 눌러 앉아 놀고 먹고 싶은 모양이다. 어떠하냐, 내 자신아. 내일부터 또 캠핑인데. 몰라, 술이나 마셔야지. 심지어 내일은 오전 6시 반에 이 곳을 떠난다. 할렐루야. 잘 일어날 수 있기 만을 그저 바라며,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우리의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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