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것도 없고 쓸 말은 더 없고

노마드 아프리카 트럭킹 투어, Day 23(잠비아 사우스루앙가 국립공원)

by Nell Kid
오직 달릴 뿐

3일을 달려서, 드디어 루앙가 공원에 도착했다. 우왕. 너무 일찍 도착한 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멋진 캠핑 사이트고, 동물들을 볼 수 있는 확률도 참 높지만, 할 게 없다. 할 게 너무나도 없어서, 저녁도 먹지 않은 이 시점에 오늘의 여행기를 쓰고 있다. 그나마 이 정도로 간소한 바와 수영장이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싶기도 하다. 다른 멤버들은 선베드를 하나씩 잡고 태닝을 즐기는 중이다. 수영복을 빨리 하나 사든지 해야지. 말라위 호수에서 스노클링을 해야하기도 하니. 수영복이 없는 나는, 근처 쇼파에서 이렇게 여행기를 쓰고 있다. 날마다 글을 쓰는 게 무척 귀찮기는 하다. 그런데, 그나마 이거라도 해서 덜 심심한 역설적인 순간도 존재한다. 바로 오늘처럼. 사실 이게 뭘 했고, 뭘 먹었고, 또 어디를 이동했고, 이런 정도만 나열하는 메모였다면 덜 귀찮을 텐데, 여행지에서의 이런저런 감상들을 함께 적다 보니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오늘은 정말 최고봉이다. 어려운 걸 넘어, 일단 기록할 게 없다. 여느때처럼의 트럭 드라이브는 다소 지겨웠고, 캠핑 사이트에서는 아직껏 별 동물들을 발견하지는 못 하고 있으며, 그런다고 앞으로 뭐 더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리라 기대되는 것도 없다. 너무 부정적인가. 뭐, 그냥 이렇게 푹 쉴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괜찮은 하루일 수도 있겠고. 내가 쉬는 곳이 숙소가 아닌 텐트라는 게 문제지만. 캠핑의 맹점이 여기 있다. 침대가 절실한 순간에 제대로 누울 수 없으니. 글을 쓰다보니 원숭이 몇 마리가 보이기도 하다. 저런 게 지금은 굉장히 흔한 애들이라 이젠 사진도 찍지 않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또 이 사진들을 보며 내가 정녕 이 곳에 있었던 게 맞나 하는 때도 오겠지. 언젠가의 6월에는, 텐트를 어슬렁거리는 원숭이들과 함께 했었다, 라고 누군가에게 자랑삼아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한 페이지 정도는 채우고 싶어서 글을 쥐어 짜내고 있는데, 아무래도 여기가 한계인 것 같다. 그래도 이건 적어야지.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는, 넬의 ‘한계’.

20170609_062031.jpg
20170609_113451 (1).jpg 할 게 없어서 찍은 우리의 트럭
20170609_123202 (1).jpg
20170609_143742 (1).jpg
20170609_143744.jpg
20170609_143759.jpg 자연주의적인 오늘의 캠핑 사이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