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들의 나라

노마드 아프리카 트럭킹 투어, Day 25 (말라위 입국, 말라위 호수)

by Nell Kid
무사히 입국하여 정말 다행

반도의 지형에 분단 국가라는 특수성까지 겹치며, 우리에게는 '해외'가 '외국'이고, 또 '외국'이 '해외'로 인식되곤 한다. 육로로는 외국으로 나갈 수 없고, 따라서 모든 '외국'이 '바다 건너'에 있다고 말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외 여행과 해외 여행이 거의 완전한 등가의 의미이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에게 '외국'을 갈 수 있는 방법은 비행기나 배를 타는 것 밖에 없으니까. 그런 국가의 국민으로서, 유럽이나 아프리카를 이번에 여행하며 이런저런 국경들을 참 많이도 넘어봤지만, '국경을 넘는다'는 건 마치 군대에서의 '나를 넘는다'처럼 아직도 조금은 긴장되면서도 떨리는 일이다. 잠깐 자랑을 하자면 나는 이번 여행에서 모든 교통 수단을 다 활용하여 국경을 넘어봤다. 비행기, 기차, 버스 등은 물론이고, 배를 타고 영국에서 아일랜드로 갔고, 또 산맥을 걸어 올라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향했다. 그 중 최악은 물론 도보를 이용한 것이었지만, 어쨌든. 유럽에서는 기차나 버스를 타고 마치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를 여행하는 것처럼 국경을 스을쩍 넘곤 했다. 쉥겐 국가들 내에서의 이동은 자유롭기에, 별도의 여권 검사나 비자 심사를 받지 않아도 괜찮았다. 아프리카는 그렇지 않고,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국경 포스트에서 출입국 신고를 해야 한다. 국경을 넘는 일이 원래도 떨리기도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손까지 덜덜 떨릴 때가 많다. 비자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몇 만 원의 금액이 일순간에 사라지고야 마는 어쩔 수 없는 비극이다.

19113745_1990083374554978_8763081580204360419_n.jpg 우리가 점심을 먹은 휴게소에서 촬영한 말라위의 어떤 곳

그런 아프리카 나라들 중에서도, 조금은 더 긴장되는 나라들이 있다. 이를테면 오늘의 말라위 같은 국가다. 빈곤율이 무척이나 높아 최빈국들 중 하나인 이 나라는, 국경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무척이나 불확실했다. 가이드 역시 '거기 가야 알 수 있어(We only know when we get there)'라고 할 정도였다. 비자 비용이 불확실했던 건 물론이거니와, 어떤 나라의 국민이 사전 비자를 받아야 하고, 또 어떤 나라의 국민은 사전 비자가 필요 없이 국경에서 비자를 받을 수 있는지 역시 명확하지 않았다. 지난 12월 전체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머리 한 켠에는 말라위 입국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비자의 유효기간이 3개월 미만이었기 때문에, 12월 전에 주한 말라위 대사관에서 비자를 미리 받는들 소용이 없었다. 여기저기 문의를 해도, 한국인은 괜찮다는 말과, 한국인은 안 괜찮다는 대답을 동시에 들었다. 케이프타운에서 아프리카 투어를 시작할 때, 나이로비까지 향하는 일행은 나를 포함해서 세 명이었다. 우리 셋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라위에 대해 얘기했다. 우선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런 나라는 비자 수입이 굉장히 중요할 텐데, 굳이 와서 돈을 쓰고 가겠다는 우리를 만류할 이유가 없다, 라는 희망적인 추측이었다. 그러면서도 입국이 거부될 만일의 경우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따라서 만약이라도 국경에서 비자 발급이 거부된다면,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로 간 뒤 여기서 저가 항공을 타고 탄자니아의 잔지바르로 바로 날라가겠다는 플랜 B를 수립했다. 든든하긴 했으나, 정작 걔네는 발급되고 나만 안 되면 어쩌나, 싶은 두려움도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마음도 손도 모두 떨리는 마음으로 말라위 국경 지대로 향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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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1_104315.jpg 말라위에 입국해서, 차창 밖으로 보인 모습.

사우스 루앙가 공원에서는 지난 이틀 동안 이동 없이 지냈다. 이동이 없다는 것은, 텐트를 접지 않아도 되는 평화로운 아침과 역시 텐트를 펴지 않아도 괜찮은 행복한 저녁을 함께 의미한다. 늘 하던 행위를 단 하루 예외적으로 하지 않았던 것 뿐이었는데, 오늘 아침 텐트를 접을 때의 피로는 어쩐지 상당했다. 미국인 친구인 얘와 텐트를 공유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남은 후반기가 힘들었을까, 라고 아침에 함께 텐트를 해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확실히 텐트만큼은 둘이 쓰는 게 편하다. 어차피 나는 지난 몇 개월 내내 호스텔과 알베르게 등의 공용 숙소에서 취침을 했으니, 잘 때 옆에 누가 하나 더 있다고 하여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물론 이전에 혼자 쓸 때 보다는 확실히 조금 더 조심스럽기는 하다. 저녁 때 이 친구는 거의 맨날 나 보다 먼저 잠에 드는 편이고, 따라서 텐트를 '드르륵' 열고 들어가 '부석부석' 나의 침낭을 찾은 뒤에도 잠깐 더 '들썩들썩 '거리는 게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다. 다행히도 자기는 잠을 깊게 자서 별로 안 깬 단다. 참 캠핑에 최적화된 친구 같으니. 이 조금의 불편한 미안함보다, 매우 이기적이게도 둘이 함께 텐트를 공유할 때의 편리함이 아직은 압도적으로 더 크다. 음,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텐트 안에서,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가끔 나눌 때도 있는데, 이것 역시도 색다른 경험이다. 현재까지의 주된 주제는, 가이드를 향한 뒷담화다. 전반기의 가이드들이 정말 좋았고, 그러면 안 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이들과 지금의 가이드를 비교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이런저런 아쉬운 것들이 생기고는 한다. 그걸 함께 '성토'할 수 있는 공간이 또 텐트 안이다. '텐트'라는 미시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후반기가 이 점에서는 확실히 나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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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1_150550.jpg 역시 차창 밖으로 보인 모습

사우스 루앙가 캠프 사이트에서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우린 국경 지대에 도착했다. 잠비아를 출국하는 건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아닐 테고, 결국 관건은 말라위였다. 가이드들은 특히 소지품을 주의하라고 몇 번을 강조했다. 국경 지대에서 한 슈퍼 마켓에 들렀고, 우린 말라위 화폐로 환전을 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캠프 사이트들에서는 어지간하면 미국 달러화가 다 통용되지만, 중간중간의 마켓이나 작은 슈퍼에서는 현지 통화만을 써야하는 경우들도 많다. 어디를 가든, 또 어떤 금액이든 카드 결제가 되는 우리나라의 편리함을 외국에서 특히 많이 느끼고 있다. 현금은 없고 카드밖에 없는데 최소한의 카드 가능 액수를 맞추기 위해 필요치 않은 것들을 구매한 적도 있었다. 환전을 할 때 마다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게 가장 아깝다. 환전과 간단한 쇼핑까지 마치고, 우린 마침내 말라위 국경으로 향했다. 말라위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나를 비롯한 몇몇 일행들은 혹시라도 비자가 발급 안 되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을 내내 해야 했다.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비자는 무사히 발급되었다. 다만 비용이 조금 비쌌다. 75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8~9만원 정도의 액수였다. 하지만 입국 자체가 거부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기 때문인 걸까, 큰 돈이긴 하지만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비자 등의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다. 노마드 회사에 문의해 볼 수는 있지만, 이것이 나라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개인이 알아보고 준비해야 하며, 혹시 입국이 거부되면 어쩔 수 없이 그룹에서 잠시, 혹은 아주 이탈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아득히도 끔찍한 상황이 펼쳐지지 않은 게 그야말로 다행이었다. 예쁘게 생긴 비자가 여권의 한 페이지에 첨부되었다. 이제 정말, 큰 시름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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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1_163735.jpg 오늘의 캠핑장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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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1_165727.jpg 호숫가에 달려온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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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1_173919.jpg 해질녘은 언제나 아릅답다

말라위는 '아프리카의 따뜻한 마음'이라 불리는 곳이다. 정확히는 'Warm Hearts of Africa'인데, 이 별칭 때문인지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서보다 유난히도 많은 듯 했다. 아이들은, 마치 예전 우리나라에서 소독차를 보면 뛰어갔던 것처럼, 우리의 트럭을 따라 달려왔다. 말라위에서의 첫 캠프 사이트는 말라위 호숫가 바로 앞에 위치한 곳이다. 사우스 루앙가에서의 캠핑지도 좋았지만, 바로 앞에 맑디 맑은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는 이 곳의 캠핑 사이트도 정말 훌륭하다. 호수가 이럴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마치 바다같은 느낌이다. 같은 캠핑지에서 2박 3일을 묵게 되어, 내일과 모레에는 텐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것 하나 없을 뿐인데 어쩐지 홀가분한 느낌이다. 잠깐 호숫가로 일행들과 나갔는데, 저 멀리서 아이들이 떼로 달려와 우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쁘지는 않았는데, 한 아이가 자신을 안고 싶으면 1달러를 달라고 했다. 이건 무슨 신종 돈벌이인가 잠시 멍했는데, 이 나이대의 아이들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게 어쩐지 조금은 슬펐다. 아프리카의 따뜻한 마음이란 나라지만, 그럼에도 현실은 최빈국이고, 아주 아이들조차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 어쩐지 내가 괜히 미안해지기도 했다. 아프리카는 참 멋진 대륙이지만, 관광객의 여행과 현지인들의 삶 사이의 괴리가 유난히도 큰 대륙이기도 하여, 가끔씩 마음이 복잡해질 때도 있다. 아무튼, 이렇게 멋진 호수에 왔으니, 이제 조금 즐겨보아야지.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는, 임헌일의 'falling in lov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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