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초단편

페르시아 왕자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

by Anarchist

B.C 578년 세계를 지배하였던 거대 제국 페르시아에 왕자가 태어났다.

왕자는 왕과 왕비의 귀여움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 갔다.

왕자가 10살 무렵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동방의 나라로 전쟁을 하러 떠나셨다.

왕자 또한 아버지를 닮은 전사의 피가 흐르는 용맹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왕은 왕자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어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 포로들을 관리하는 곳에서 주로 생활하도록 하였다.

그곳에서 왕자는 스승님께 검술을 배우고 역사, 문학, 수리학, 철학 등을 배우고 있었다.

전쟁은 길어졌고 왕자도 가끔은 병사들을 이끌고 전투에 참여하는 일이 잦아졌다.

왕자는 그렇게 성장하여 19세가 되었다. 이제는 아버지의 뒤를 이을 정도로 늠름하게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왕자는 이웃나라의 파티에서 적국의 공주를 만나게 되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공주를 마음에 품고 결국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온 뒤 좋지 않은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적국이 폐망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페르시아 백성들은 기뻐했다. 하지만 왕자는 그다지 기쁘지만은 않았다 적국의 폐망의 소식에 왕자는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왕자는 혼자서라도 적국으로 잠입하겠다고 국왕폐하에게 고하고 길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왕자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적국의 수도, 그리고 경계가 삼엄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마법에 걸린 성으로 향했다. 단검 한 자루만 허리에 찬 채…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공주를 구하기 위해…

그렇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공주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위험으로 뛰어들어간다.

그는 밤에 몰래 적국의 국경을 넘는다. 왕자는 본국의 지원병력 일체 없이 혈혈단신으로 적국의 국경을 넘어버린 것이다.

수많은 위험을 넘었다. 공주를 가두고 나라를 차지하려는 음모를 꾸몄던 적국 궁중 마술사가 있는 성을 가기 위해…

때로는 노예 행색을 하기도 하여 굶주리기까지 했다.

드디어 도착한 공주가 갇혀있는 성.




이상하게도 그곳에는 그 나라의 시민들이나 궁전을 지키고 있는 병사 또한 눈에 보이지 않았다. 고요와 적막만이 감도는 궁전의 입구. 궁중 마술사에 의해 모두들 마술에 걸린 것이리라. 왕자는 결국 궁전으로 발을 들여놓았고 입구는 닫혀버렸다. 아마도 이 입구는 왕자가 이 궁전 전체에 마법을 걸어놓은 궁중 마술사를 없애지 않는 이상 다시 열릴 일은 없을 것이다.

왕자는 궁전 안에서 여러 가지 트랩들을 피해야만 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오기도 했다. 바닥에는 스파이크가 깔려 있기도 했으며 한줄기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통로를 지나가야 했던 일도 있었다. 곳곳에 마법에 걸린 사람들이 마물로 변하여 왕자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죽을 뻔한 고비도 많이 격었다. 사람의 피를 빠는 박쥐도 있었으며 대머리 독수리들은 왕자가 마물의 칼에 난자당하여 흥건히 피를 흘리며 죽고 나면 그 시체를 먹기 위해 궁전의 여기저기에서 왕자가 죽기만을 기다리며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왕자는 강한 정신력과 집중력, 뛰어난 검술과 유연한 몸놀림으로 궁전 안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들을 피해서 공주가 있는 방을 찾기 위해 나아갔다.

궁중 마술사는 자신의 수정구슬을 통해 왕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기도 했고 공주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공주의 방에 결계를 쳐놓기도 하였으며 마물 병사를 세워두기도 하였다.

그렇게 마법에 휩싸인 성에서 마물들과 지치지 않고 전투를 벌여왔던, 오직 공주님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왕자는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지?

왜 나는 파티에서 한번 마주친 공주를 위해 목숨을 버리고서라도 구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거지. 우리나라에 돌아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나와 결혼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수만 명이나 있을 텐데…. 이 춥고 어둡고 위험한 곳에서 나는 몇 달 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거지… 그 공주가 아직까지 살아있을지 벌써 죽었을지도 명확하지 않은 이 상황 속에서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왕자는 망설이기 시작했다.

과연 공주를 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마음의 동요.

결국 왕자는 공주를 구하기를 단념하고 마법에 빠진, 궁중 마술사가 지배하는 성을 뒤로 하고 페르시아로 돌아와 자신의 왕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집안 좋은 처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 성대한 결혼식을 하고 난 달 밝은 밤, 왕자는 새신부를 품에 안고 구하지 않은 적국의 공주에 대해 생각했다. 성에서의 의심은 어쩌면 마법사의 마술일 수도 있을 거라고… 어떻게 보면 그것이 자신의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단지 자신의 용맹성을 과시하기 위해 공주를 핑계거리로 삼았을지도 모른다고… 왕자는 그날 밤, 마법의 성에서 일어났던 일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일이라고 묻어두기로 했다. 그리고 왕자는 마법에 빠진 성에서의 경험으로 각종 전투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고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나라를 지혜롭게 다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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