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초단편

아담(Adam)

실낙원을 통한 인간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힌 무의식에 관하여

by Anarchist

나는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알지 못합니다. 나는 나의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말해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습니다. 오직 이 세상에 '나 혼자' 밖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나’라는 존재는 의도적으로 창조주라고 하는 어떤 존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홀로 지내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 속에서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함께 있는 내 아내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는 내 아내밖에 없습니다. 그녀는 내가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사실을, 나는 아내의 몸을 보았기 때문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몸은 나의 몸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숲 속에서 여러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우리를 만들었다는 창조주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자유로왔고 먹을 것들도 풍부했으며 우리가 사는 환경도 따뜻했습니다. 하늘을 덮고 있는 거대한 또 하나의 물층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우주의 다른 세계에서부터 오는 해로운 방사선들에게서 보호해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햇빛은 찬란했고, 바람은 시원했으며, 하늘은 푸르렀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시간들이 영원이라는 시간인 줄도 모른 채 우리는 서로 믿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말입니다.




우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숲에서 다른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는 어찌어찌하여 서로 멀리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나는 내 아내와 비슷하게 생긴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아내와 비슷한 몸을 가진 ‘여자’라는 동물이었습니다. 창조주가 지어준 그녀의 이름은 리리스. 그녀가 내게 먼저 말을 걸어왔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 유일한 남자인가요? 그렇다면 그동안 같이 있었던 여자는 버려두고 이제부터 나와 함께 살아요. 제가 지금보다 더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답니다.’

그녀는 내게 와서 속삭였습니다.


아주아주 달콤하게....


나는 그녀의 달콤한 유혹을 이겨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나의 창조주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나는 나의 처음 맞은 아내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까마득히 잊어버린 채로 나에게 다가온 리리스와 정말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 나날들이 얼마나 흘러갔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어느 날 나는 그녀에게 아름다운 백합꽃을 꺾어 목걸이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그것을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는 숲 속에서 수차례 동침을 했고, 정말로 황홀한 시간이었습니다. 리리스는 나의 품속에서 진정 행복한 듯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서로에게 잘못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녀가 어디에 계신지 모르는, 지금까지도 알지 못하고 지내왔던, 나의 창조주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무슨 내용의 이야기였는지는 모릅니다. 그녀는 흥분해 있었고 창조주가 계시다고 생각되는 하늘을 향해 험악한 표정으로 저주의 말들을 퍼부었습니다. 나는 당황했고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녀는 창조주와 대화를 마친 후 나를 바라보더니 눈물을 흘리며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나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또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하늘은 더 이상 파랗지 않았고 바람은 더 이상 부드럽지 않았습니다. 땅위에 풀들은 역겨운 악취를 풍기기 시작하며 벌레들이 나무 열매를 갉아먹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제야 버려둔 첫 번째 아내가 생각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 헤매었습니다. 다행인지 그녀는 바위로 둘러쌓인 산 속 깊은 동굴에 누워있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그동안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었고 혼자서 많이 외로웠다고 말하며 슬프게 울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했으나 지난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특별히 리리스란 다른 여자를 만난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나는 몹쓸 죄를 그녀에게 지은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은 또다시 흘러갔고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한가로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리가 넷이고 커다란 날개를 가졌으며 이마에 뾰쪽하게 구부러진 뿔 하나가 있는 피부가 매끌매끌한 어떤 짐승 한 마리가 나의 아내에게 다가왔습니다. 그 동물은 위협적으로 혀를 날름거렸습니다. 하지만 그 동물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아내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창조주께서는 이 별에 있는 모든 열매를 먹지 못하게 하셨니?”

아내는 대답합니다. 나는 가만히 아내와 동물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습니다.

“아니란다. 이 별에 모든 열매를 먹어도 좋지만 저 산 위에 있는 빨간 열매는 절대로 따먹어서는 안된다고 하셨지. 그리고 만일 그 열매를 따먹으면 우리는 ‘죽음’이라는 상태가 된다고 하셨단다.”

뱀이 말을 이었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죽는다니 그건 말도 안 돼. 저 열매를 먹으면 너도 창조주처럼 지혜로와지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된단다. 게다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지. 창조주는 너희가 자기처럼 강한 능력을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해 열매를 못 먹도록 금하시는 거란다. “

아내는 얼마 동안 생각을 하는 듯 싶었습니다. 아내는 그 짐승이 하는 말에도 의심이 생겼으며, 지금까지 자신들을 돌봐준 창조주에 대한 의심까지 생긴 듯 싶었습니다. 그리고는 무슨 결심이 생겼는지 높이 솟은 동산의 꼭대기로 뛰어올라갔습니다 나도 몰래 아내를 뒤따라 올라가 봤습니다. 그 짐승도 쏜살같이 아내를 따라 동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마침내 아내는 창조주가 따먹지 말라고 경고했던 바로 그 나무 아래에 도착했습니다.

아내는 그 나무 열매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습니다.

“참 아름답고 먹음직스러운 열매로구나. 정말이 열매를 먹으면 죽는 걸까? 아니면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고 창조주와 같은 존재가 될까? 창조주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신 것일까?”

그녀는 한참 동안 그 나무 주위를 서성였습니다. 요리조리 둘러보기도 했다. 나는 그녀를 말려야 할 책임이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다가가려던 순간 내 앞을 그 짐승이 막아섰고 위협적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허연 이빨을 드러내기도 하고 혀를 날름 거리기도 했습니다. 나는 겁이 났습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어떤 동물에게서라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습니다.

그녀는 결국 그 열매에 손을 데었고 힘을 주어 꼭지를 땄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심히 먹음직스럽게 보인 열매였습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크게 한입을 베어 물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나를 불렀습니다. 보기처럼 정말 맛있다며 나에게도 먹어보라고 권했습니다. 나는 망설였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자기가 한 입 베어 먹은 그 열매를 통째로 건넸고 그녀는 또다시 그 열매를 땄습니다. 그녀는 이제는 정신없이 그 열매를 따먹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두려워졌습니다. 그대로 그녀가 열매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나는 창조주의 말에 거역할만한 용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두려움 없는 모습이 그저 감탄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또 한 가지 의문이 내 마음속에서 싹트고 있음을 알아냈습니다.




나는 왜 지금까지 내 인생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창조주가 시키는 대로만 살아왔던 것인가?라는 아주 본질적인 질문이었습니다. ‘과연 나는 진정한 자유인이었던 것인가’ 나는 창조주로부터 해방되어 창조주와 동등한 존재가 되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힌 권력에의 욕구였습니다.

그리고 열매를 먹고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내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창조주가 우리를 속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열매를 입으로 가져가 크게 한 입을 베어 물고 천천히 씹기 시작했습니다. 그 맛은… 천상의 맛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생각보다 그 맛은 달지 않고 떨떠름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곧 두려워지기 시작했고 내게 열매를 따다준 내 아내 또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에게 거짓말을 한 창조주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맛있게 보였던 열매가 실제로 먹어보니 맛이 없는 것을 알고는 저 나무와 동물식물들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창조주가 자신을 속여먹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그 사실을 진작부터 알지 못했던 자신의 무지에 나 스스로도 믿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나는 내가 벗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으며 동물들과 식물들의 언어도 잃어버렸습니다. 아까의 동물이 음흉한 미소를 짓는듯하면서 혀를 또 날름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열매를 따먹던 아내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먹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벗은 몸을 부끄러워했습니다. 나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던 그녀는 나를 향해 눈도 마주 지치 않고 땅만 내려다본 체 자신의 치부를 손으로 가리려고 애썼습니다.

하늘은 지난번 리리스라는 여자와 헤어졌을 때처럼 캄캄해졌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천둥과 번개가 내리쳤습니다. 동물들의 음산하고 슬픈듯한 울음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식물들도 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창조주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아담아. 네가 어디에 있느냐.’

나는 두려워졌습니다.

그는 또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결국 나의 말을 듣지 않았구나. 너와 나의 관계는 깨어졌다. 서로 간의 믿음의 증표를 너와 네 아내가 망가뜨렸기 때문이란다. “

나는 두렵고 떨리기는 했지만 또 하나의 감정이 솟구쳐 올라왔습니다. 바로 ‘분노’라는 감정이었습니다. 나는 창조주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내게 보내준 저 여자가 나에게 열매를 권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내 아들. 아담아.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너의 영혼은 이미 죽었고 앞으로 너는 땀을 흘려 일을 해야 너의 생명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는 지금 이 별에서 처럼 영원히 살 수도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너의 힘은 약해질 것이고 마침내는 죽게 될 것이다. “


나는 아차 싶었습니다. 나는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습니다.

내 아내가 원망스러웠고 아내를 유혹한 그 동물도 미웠습니다. 이런 감정 또한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습니다. 창조주는 말씀을 이었습니다.


“여자여…. 앞으로 너는 해산의 고통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먼 미래에 너희들을 구원할 여자의 후손이 태어날 것이고 그 여자의 후손이 짐승과 원수가 될 것이다. 짐승은 여자의 발 뒤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여자의 후손은 짐승의 머리를 부서뜨릴 것이다. 그리고 짐승은 평생 배를 땅에 붙이고 살아야 할 것이고 흙을 먹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너희들의 사악한 뿔과 영광스러운 날개를 꺾어버리리라. “


짐승은 울부짖으며 어디론가 떠나갔고, 창조주 역시 모습을 감추셨습니다. 나와 아내는 서로 부둥켜안고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너무나 세상이 두려워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심히 통곡하며 울었습니다. 나의 전 생애 동안 이렇게 울어본 적은 정말로 처음이자 마지막일이었습니다. 하늘은 여전히 검은 구름으로 덮여있었고, 비와 바람도 그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동굴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마침내 찾아낸 동굴에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몸을 녹이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유혹했던 그 짐승이 슬그머니 뒤따라 들어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순간 심장이 멎어버리는 듯했습니다.




그 짐승의 모습을 보고 놀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짐승은 목에 내가 리리스란 여자에게 걸어주었던 그 순결한 백합 목걸이를 걸고 돌아온 것입니다. 그러더니 나의 마음속으로 이야기했습니다. 허나 이것은 예전에 있던 나의 능력이 아닌 그 짐승의 능력인 듯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한때 잠시 동안 사랑했던 그 여인의 자식이라오. 그녀는 창조주에 의해 버림받고 당신에게도 버림받은 천상의 여왕이었고, 우리는 그녀와 당신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이오. 그녀를 버린 당신의 자손들은 영원토록 우리들의 유혹을 받아야 할 것이요. 우리는 끊임없이 천상의 천사들과 전쟁을 벌일 것이며 당신들을 죄에 빠지도록 유혹할 것이며 이 세계를 만들고 당신을 만들고 우리를 만드신 창조주에게 대항할 것이요. 그녀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아!! 또 혹시 모르겠소만, 창조주가 예언한 그 앞으로 태어날 ‘여자의 후손’이라는 인간에 의해 우리 종족이 멸망당하기 전까지 말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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