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날 때부터 2마리의 짐승과 함께 자라났다. 그 녀석들이 도대체 어떻게 나와 함께 살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내가 병원에서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조그만 알이 2개가 나왔다고 한다. 의사는 그것을 신기하게 생각하여 인큐베이터에 본인과 함께 넣어두었는데 그것들이 곧 부화하였고 조그마한 짐승들이었다고 한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다만 어렸을 때 다른 집에 보내려고 할 때 조차 이 녀석들은 나의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부모님들도 어쩔 수가 없어서 그냥 함께 살아온 것이 벌써 20년이 넘게 나와 함께 살고 있다. 그 짐승들은 공통적으로 늑대 또는 개와 비슷하게 생겼다. 다리가 네 개 있고 꼬리가 있으며 주인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 그 중 한 마리는 참으로 온순하고 푸근하고 폭신폭신한 털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나의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그 녀석은 나와 동고동락하면서 한 번도 거친 행동을 하지 않았다. 화장실 교육도 의외로 쉽게 시켰으며 집에 놀러 오는 친구들에게도 매우 친절하다. 그래서 친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 녀석은 내가 가르치는 것들을 모두 잘 배우는 편은 아니지만 참으로 성실하게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물론 내가 그 녀석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그렇다고 보는 것이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이 녀석을 E라고 지칭하기로 하겠다. 하지만 다른 한 마리는 E와는 다르게 머리 한가운데에 뿔이 있으며 발톱도 날카롭고 몸의 털도 없이 매끈하다. 눈은 붉은색이고 몸 전체는 검은색이다. 녀석은 포유류라고 보기는 약간 불가사의하게 생겼다. 마치 파충류처럼 생겼다고 하면 될까…?
이 녀석은 성질이 상당히 날카롭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지하실의 철장 안에 갇혀있다. 부모님의 말에 의하면 이 녀석 때문에 내가 여러 번 위험한 상황을 겪어왔다고 한다. 어찌 된 일인지 이 녀석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점이 참으로 이상하다. 20년이 넘게 녀석을 보아왔으면서도 마치 전혀 같이 살지 않았던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도대체 뭘까? 부모님들은 이 녀석을 다른 곳에 버리려고도 해봤고 총으로 안락사를 시켜보기도 했다고 한다. 부모님께서는 분명히 녀석의 죽음을 확인하였고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녀석은 어찌 된 일인지 다음날에는 전날 에아 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신의 철장 속에 얌전히 누워서 잠을 자고 있다고 하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녀석은 내가 정말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을 때 어디선가 나타나서 도와주고는 사라지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그 위험상황에서 벗어났을 때는 녀석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기억 역시 누군가의 증언에 의한 것이지 본인의 기억력에 의한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요즘도 녀석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지하실로 꽤나 깊이 내려가야 한다. 역시 편의상 이 녀석을 I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I에 반해 E는 나와 함께 거실과 방을 돌아다닌다. 집안의 남은 음식들을 먹기도 하고 우리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산책을 하거나 놀러 갈 때도 항상 함께 한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우리는 함께 하겠지. 그런데 도대체 이 짐승들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그것이 항상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E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는 집 근처의 여기저기를 찾아 헤매었다. 도대체 어디에 간 것일까? 보신업자에게 넘어갔으면 대략 곤란하다. 왜냐하면 이 녀석의 정체는 ‘개’가 아니라 다른 어떤 종류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공원에도 없고 길거리에도 없다. 옆집에 물어보아도 못 보았다고 한다. 경찰에 신고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지하실에 있어야 할 I 녀석이 유유히 부엌을 돌아다니고 있지 않는가? 녀석은 무언가를 훔쳐먹기 위해 어슬렁거렸다. 나는 녀석을 다시 지하실로 넣기 위해 다가갔다. 녀석은 위협적인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약간 두려워졌다. 그래 지금은 녀석을 상대할 때가 아니다. E를 찾는데 집중하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전화가 걸려왔다. 나를 찾는 전화다. 경찰이란다. 반갑게 전화를 받았으나 뭔가 찜찜함을 느꼈다. 잠시 경찰서로 와달란다. 그러 마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서둘러 차를 몰고 경찰서로 달려갔다. 경찰서에 당도하니 대뜸 나에게 수갑을 채우지 않겠는가!!!
무슨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들은 나를 의자에 앉히고 조서를 작성해야 하니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을 하라고 협박을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나는 거리에 서있고 손에는 피가 묻어있었으며 한 손에는 아직도 수갑이 걸려있었다. 내 옆에는 I가 서있었다. 그 녀석의 입가에 붉디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녀석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물론 녀석은 입을 열지 않고 말을 한다. 나의 마음속에 직접 말을 걸어왔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나는 너 자체의 형상이다. 나는 너의 마음 깊은 곳의 너 자신의 욕망이 형상화되고 물질화되어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하는 행동은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행동 이고 내가 생각하는 생각 역시 네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그 생각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너를 지키려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세상은 나를 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악이 아니다. 다만 인간의 약함을 극복하고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그 무엇이다. 나도 내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너의 집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도시의 모든 사람의 집의 지하실에 감금되어있다. 이도시뿐만이 아니다. 나는 인간들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에라도 존재할 수 있으며 나는 지금까지 수만 년을 넘게 인간들과 동고동락해왔다. 아프리카의 원주민들도 나를 알고 정글의 인디언들도 나를 알며 북극의 에스키모들 뿐만 아니라 고대의 아틀란티스인과 그리스인들도 나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었다. 현대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 나의 힘은 점점 강해지고 있으며 나는 세계를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다. 나는 인류 전체의 정신과 기억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거대한 창조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세계는 바로 나 ‘이드’의 세계인 것이다. 너는 나에게서 도망칠 수 없으며 나를 거부할 수 없다. 다만 나의 존재를 잊을 수는 있겠지. 바로 E라는 녀석을 길러가면서 말이지.. 하지만 E에게는 욕망이 없고 욕망이 없기에 창조력도 없다. 그저 너에게 순종할 뿐이지. 다시 말하지만 E에게는 창조력이 없고 그로 인해 자신의 존재 자체를 스스로 정립해나갈 수가 없다. 항상 주의를 주고 곁에서 보살펴주지 않으면 E 역시 나와 같은 I가 되어버리고 말지. 너는 그것을 몰랐던 것이다. 지금 보고 있는 내가 네가 예전에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길러왔던 E의 모습이란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나는 영원히 존재하는 그 무엇이고 인간들이 멸종하지 않는 한 나 역시 멸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너의 인생은 나와 E를 얼마나 잘 컨트롤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나는 이제 다시 지하실로 내려가 조용히 너의 생활을 지켜보도록 하겠다. 하지만 명심하라. 나는 언제든지 다시 올라와서 너를 파괴시킬 수도 있고 네가 혹시라도 저항할 수 없는 위험에 빠 질경우 너를 구원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 녀석은 그렇게 말하자마자 사라져버렸다. 아마도 우리 집 지하실 자신의 철장 안으로 들어가 있겠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거실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이란다. 섬뜩하여 수화기를 놓으려는데 그쪽에서 소리를 친다. 약간의 오해가 있어 사람을 잘못 봤다는 것이다.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나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실수를 용서해 주길 바란다면서 굽실거렸다.
자신에 대한 치료비는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치료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나는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그는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느냐고 의아한 듯이 물었다. 그리고는 자초지종을 설명해준다. 나를 살인강도를 저지른 지명수배자로 잘못 보고 구속을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커다란 검은 짐승이 경찰서를 습격하였고 그 짐승이 나를 물고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다 뭐 믿기지는 않지만 그쪽에서 미안하다고 하니 그렇다고 해 두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