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에 출근을 하려고 넥타이를 찾던 도중…
회색과 흰색이 겹쳐진 줄무늬 넥타이가 하나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물어보았더니 그런 것이 있었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럼 다른 걸 메고 가세요.’라고 간단히 결정지어 버린다.
이 일로 씨름할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눈에 띄는 푸른색 바탕의 넥타이를 대충 둘러메고 회사에 갔다.
그리고 퇴근시간…
집에 돌아와 보니… 거실의 탁자 위에 있던 읽다만 잡지가 치워져 있다.
‘여보. 여기 내가 어제저녁에 읽다만 잡지 말이야. 그거 어디다 치웠어?’
‘거기엔 잡지 같은 거 없었어요’
‘아니야. 분명히 여기 있었어. 어제 내가 읽었던 페이지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지금 장난치는 거지? 그렇지?’
하지만 아내의 표정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거기엔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없었다고요. ‘
라고 말하고 는 하던 일(설거지)을 계속했다. 나는 잡지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tv를 켜기 위해 리모컨을 찾았다.
‘여보. 리모컨은 어디 있어?’
‘글쎄요… 어디 있더라?’
이런이런… 무언가 우리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할 때… 마침… 벽에 걸려있던 큰 글자로 쓰인 ‘가화만사성’이라 적힌 표구가 스르르 없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외에 다른 것은 모두 그대로인 듯 싶었다. 나는 TV를 켜기 위해 tv앞으로 다가갔다. 리모컨을 찾지 못해 손으로 켜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tv를 켜고 저녁뉴스를 보고 연속 드라마를 보고 졸음이 몰려와서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의 분위기는 약간 변해있는 듯 싶었으나 정확히 무엇의 배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기억해낼 수가 없었다. 찜찜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어제 멧던 넥타이를 매려고 옷장을 뒤적거려보았으나 웬일인지 보이질 않는다.
이상한 기분이 계속 들어서 아내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여보 어제 메고 갔던 넥타이 말이야… 내가 어제 퇴근하고서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
‘옷장에 걸어뒀잖아요. 그렇게 하는걸 제가 똑똑히 봤어요.’
‘어… 그래? 그런데.. 왜 지금 없지? 그것 참 이상하네…’
어제와 마찬가지로 넥타이 찾는 일을 그만두고 후닥닥 아침을 먹고 출근을 했다.
이상하게도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고 시간만 멍하니 흘러가서 어느덧 퇴근시간에 가까워졌다. 회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퇴근을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대충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화장실에서조차도 뭔가 빠진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째서일까?
나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면서 아내에게 또 물어보았다.
참 어제 찾던 tv리모컨은 찾았어?’
“아니요.. 그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네요. 정말 이상하죠?”
“음.. 정말 이상하군…”
그때 다시 거실의 배치가 바뀐듯한 기분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방금까지 분명히 있던 탁자가 없어졌다. 의자도 마찬가지로 사라졌다. 그리고 주위에 물건들이 점차로 투명해지더니 그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 말았다. 그쪽에 손을 대어봐도 만져지는 것이 전혀 없다. 내 손 은허 공을 지나치며 내 마음은 점차로 불안해지고 있다.
“여보!! 지금 거실의 물건들이 마구 사라지고 있어!!
여보!! 여보!! 내 말듣 고있는 거야? 여보!! 대답해!! “
나는 무언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주방으로 가보았다. 이럴 수가….
방금까지 있던 아내가… 내 사랑 스런 아내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아내가 저녁을 하기 위해 토막 내놓은 오징어도 없다. 주방의 식기들도 하나 둘 스르르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렇게 거실과 침실과 주방과 내가 문을 여는 방이면 방마다… 그곳을 채우고 있던 물건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
내가 지난 15년 동안 수많은 노력과 돈과 정열을 들여 채워놓은 것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버리고 있다. 그 이유 또한 알 수가 없다. 나는 허탈해 방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단 몇 분 만에….. 이 집은터엉 비어 버렸다.
그렇다면… 이제 이집에서 더 이상 없어질 것은 무엇인가…
나는 나의 손을 보았다. 점차 투명해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나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어둠이 내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