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초단편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신인류에의 동경

by Anarchist

저녁 무렵 깨어나 거리를 방황한다. 어느덧 어둠이 깔리고 달이 떴다. 별들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하늘이다. 우주의 저끝에는 우리의 고향별도 반짝이며 빛나고 있겠지.


나는 뱀파이어다. 나를 만드신 분은 고명하신 불가리아의 드라큐라백작. 십자군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신 분이다. 전쟁당시 포로를 한명도 살려두지 않으셨고 적국의 병사, 노인, 아낙네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전쟁용 창으로 항문에서 입까지 꽂아놓은 후 성벽의 주변에 세우도록하셨던 분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는 지형적으로도 적국으로 둘러쌓여있을 뿐아니라 국왕자리를 노리는 지방의 영주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백작은 자신의 왕권을 공고히 하기위해 권력장악에 방해가 되는 지방호족들에게도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계셨다. 만약 왕권에 도전하는 기미가 보인다면 곧바로 병사를 이끌고 토벌을 하러 나가셨다. 물론 본인도 언제나 그분과 함께 동행했다. 그곳에서도 역시 그분께서는 긴 창을 사용하셔서 다른 호족에게 경고하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셨다. 그래서 생겨난 별명이 흡혈귀라는 것이었다. 그 일은 온나라에 퍼졌고 국외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그로 인해 국가는 안전할 수 있었고 나라를 지켜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분께서는 피의 축전을 즐기셨다. 나는 그분의 부관으로 섬기고 있었기에 더더욱 잘 알고 있다. 뛰어난 전술과 전략. 적에게 공포를 안겨주어 전의를 상실하게 만드신 명장이셨다. 실제로 그분은 적국의 병사들이 흘린 피를 마시기도 하셨으며 우리들에게도 곧잘 권하셨다. 아군의 병사들은 처음에는 꺼려했지만 전쟁에서 점차 승리해가면서 그분을 존경하게 되었고 마침내는 그분의 명령이 없다 하여도 공격대상이 되는 마을의 주민들을 몰살하는데 앞장서게 되었다. 그러나 그분은 십자군전쟁이 끝나갈 무렵 무슨 일인지 낮의 활동을 줄이셨고 건강도 매우 악화되어갔다. 우리는 서둘러 불가리아의 백작의 영지로 돌아왔고 우리가 전선을 떠난 뒤에 전쟁은 거의 종결되어가고 있었다.


그 무렵 나는 한가지 사실을 알아버렸다. 백작님은 정말로 이세상의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백작부인 역시 그 점을 알고 계신 듯 했다. 백작부인역시 아름다운 처녀들의 피를 즐겨마시셨고 그녀의 피부는 눈부시도록 고왔으며 낮의 해를 심히 두려워하셨고 밤의 외출을 즐기셨다. 또한 보통사람에 비해 총명한 두뇌를 가지셔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시기도 했다. 드라큐라 백작님은 백작부인보다 몇배나 더 명석한 두뇌를 가졌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전쟁이 종결되고 평화로운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어느날 밤이었다.

백작님이 급히 마부를 불렀고 호위사단소속인 본인도 출동명령이 떨어진 상황이다. 그런데 갑자기 출동명령이 취소되었고 백작님의 마차만 저택을 나간다는 보고가 들렸다. 우리는 더 이상 백작님을 호위하지 않아도 괜찮은가… 약간의 의아스러웠다. 하지만 마을은 평화로웠고 더 이상 전쟁도 없었으며 백작님께 대항할 만한 조직이나 그 정도 용기있는 단체 또는 사람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도대체 백작님은 이 밤중에 호위병도 없이 어디를 가시는걸까…

처음에는 그려려니 했었으나. 점차 백작님의 밤외출이 잦아지며 마을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시작했다. 어린아이들이 없어진다거나. 일가족이 산짐승에게 몰살당했다던가라는… 백작님영지에 치안을 담당하는것도 역시 호위대의 역할이었으므로 우리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던것이다.


영지에 피해가 속출하고 성안에서 까지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백작님은 태연자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다. 모두가 이제는 알고 있었다. 범인이 누구였었던가를….

다만… 그것을 입밖에 내는 사람이 없었을뿐이었던 것이다.

모두들 언제쯤 자기차례가 올지 만을 두려워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결심을 했다. 백작을 죽이기로…나에게는 가능하리라 생각되었다. 때는 화창한 태양빛이 비치는 봄날.

백작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태양이 빛나고 날씨가 맑은 날에는 외출을 삼가했다. 이미 성을 지키는 호위대의 반수가 사라져버린 시점에서 백작은 더 이상 호위를 받을 상황이 아니었고 더 이상 그를 호위하고 싶어하는 사람조차 없어져 버렸다. 모두가 떠나버리고 생활에 필요한 시종이 몇 명남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바로 나.


점심식사를 대충 끝낸 백작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백작이 뒤를 돌아 나가려할 때, 나는 백작의 등에 검을 꽂았다. 성공인가…. 아니다. 백작이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웃으며 자신의 등에 꽂힌 검을 뽑아낸뒤 나의 복부에 그 검을 찔러 넣었다. 실패했음을 느낀나는 죽음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때 백작이 나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 이 영원한 생명에 넌덜머리가 났다고, 그가 나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겠노라고 그는 자신의 손목을 물어뜯은뒤 흘러내리는 피를 보이며 제안을 했다.


그대는 여기서 그대의 짧은 생을 마감하겠는가, 아니면 나와 같은 어둠의 주민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얻을것인가 선택을 하라. 허나 한가지 약속을 하자. 내 피를 마시고 살아나게 된다면 반드시 자기를 죽여달라고…


나는….흐려져가는 의식속에서 그저 살고싶다는 충동에 그의 손목으로 입을 가져가 백작의 손목에서 흘러내리는 검붉은 피를 받아마시기 시작했다. 그때. 나의 몸은 타는것 같은 불이 몸속에 퍼져가는 듯한 전율과 고통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지옥불 속에서 내영혼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뜨거움이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고나서 의식을 잃었다. 그때… 이미 나는 생명을 잃은 것이다. 내 영혼은 이미 지옥불에 떨어져버렸던 것이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도 주인님과 같은, 밤의 주민이 되었고 그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인생이었다.

나는 젊은 날에 밤의 주민이 되었기에 젊음과 건강함 간직할 수 가 있었다. 나는 늙지도 않았으며 쇠약해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더 많은 운동과 검술연습으로 인해 점점 더 강해져 갔다. 물론 주인님의 능력에 비할바는 되지 않았으나 그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를 만든 주인님은 영혼없는 영원한 생명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했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우리의 존재 자체가 악이고 죄라고 생각했었다. 그토록 존경스럽던 백작이 꼴사납게 변해버린뒤, 나는 백작이 잠들어있을 때 그의 관을 광장에 가져다 놓았다. 그가 탈출하지 못하도록 높은 벽을 세워놓았다. 태양이 솟아오르고 정오가 되었을 때 그의 관은 불타올랐고 백작은 조용히 그의 영원한 생을 마감하였다.


나는 인간들속에 살면서 그들이 생산해 내는 피로 목숨을 연명해 나갔다. 하지만 그것에 죄의식은 없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있어서는 그저 식량에 불과할따름이니까…나는 점점 많은 학식과 재물을 거머쥘 수 있게 되었다. 세계는 나의 존재를 발견하기보다는 과학문명을 발전시키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더 이상 나의 존재는 인간들 사이에서는 미신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나는 나와 같은 외로운 밤의 주민이 좀더 늘어나기를 원했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은 존재들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세상이 어두워갈수록 우리의 수는 늘어갔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하지… 우리는 사회 구석구석에서 역사를 만들어가는 일을 했다. 예를 들면 정치인들에게 의뢰를 받고 그들의 반대세력을 암살하는…


유럽의 르네상스시대를 지나 산업혁명을 거치고 미국은 독립국이 되었으며 제1차,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냉전시대조차 종결된 뒤 미국이 지배하는 시대가 지나고 제3차세계대전까지 종결될 동안 우리는 낮의 인간들 속에 섞여 살아왔다. 과학문명은 발달할 대로 발달하여 달이주계획이 진척되기에 이르렀으며 화성식민지 건설에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들도 거기에 희망을 걸고 새로 펼쳐질 우주시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주시대..그리고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우리는 더 이상 인간들을 죽이지 않는다. 대신 그들에게 피의 대가를 지불하면서 우리의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더 이상 우리는 그들에게 배척받는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드디어 우리의 고향별을 발견했고 인간들과 우리는 공존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저 찬란하게 빛나는 별을 보아라.

더 이상 우리는 태양이라는 존재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우주는 암흑속에서 빛나고 우리는 영원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서야 나는 자신있게 당신들에게 말할 수 있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고….


- 2009년 1월 14일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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