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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r 13. 2020

마가렛리버 생활 시작

마가렛리버

가까운 YHA로 가기 위해 기선이가 구글맵을 켰다. 나는 길치라 길 찾는 건 기선이가 영어 쓰는 일은 내가 하기로 만난 첫날 말했었다. 가방을 매고 낯선 동네를 지도를 보며 열심히 걸어 다녔다. 퍼스보다 훨씬 작은 도시라 그런지 사람도 거의 안보이고 날씨는 춥고 말 그대로 을씨년스럽다. 


YHA는 타운에서 한 20분 걸어가는 거리에 있다. 타운이라 해 봤자 큰 COLES가 하나 있고 주위에 가게가 몇 개 있을 뿐이다. (COLES는 WOOLWORTH랑 같이 호주에서 제일 큰 마트다. 이마트랑 홈플러스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나중에 장보면 되겠군’


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겼다. 콜스를 등지고 오른쪽으로 꺾어 한참 걸었다. 날은 이미 어둡고 YHA는 꽤 외진 곳에 있었다. 


드디어 방을 잡았다. 꽤 큰 10인실에 캐나다 여자 둘과 독일 여자 하나 그리고 우리가 쓰게 되었다. 하루씩 돈을 내는 거보다 일주일 한꺼번에 내는 게 더 싸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일주일치 가격은 6일치 가격에 하루를 공짜로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오늘은 이동하고 숙소 찾느라 고생했으니 푹 쉬기로 했다. 



다음 날.


어제는 어두울 때 와서 잘 안보여서 방에만 있었는데 오늘은 숙소 이곳저곳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다른 숙소들처럼 건물 하나에 방이 여럿이 들어 있는 공간이 아닌 단독 주택들이 중간의 마당을 사이에 두고 몇 개가 떨어져서 있는 공간이다. 다같이 요리 해먹는 식당이 꽤 넓고 냉장고에 우리 음식 재료를 넣을 만한 조그만 공간도 확인했다. 샤워실은 꽤 큰 공동 샤워실이다.


배가 고파서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어제 걸어온 길을 따라 되돌아 갔다. 


골드코스트에서 돈 없을 때 먹던 그리고 요리를 할 줄 모르는 내가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재료들 위주로 사기로 했다. 일단은 생존의 필수품인 1불짜리 식빵과 2.98센트에 5개가 들어 있는 인스턴트 미고랭 라면. 냉동실만 있으면 꽤 오래 먹을 수 있는 냉동야채팩. 계란 한줄.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스까지. 


“야 마요네즈도 하나 사면 안되나? 어디 넣어먹던 마요네즈 하나만 사자”


기선이는 마요네즈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진짜 마지막으로 마요네즈까지 사서 기분 좋게 숙소로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오늘 알게 되었는데 타운에도 YHA가 있었다. 심지어 콜스 바로 뒤에 있었다. 쓸모없는 구글맵이다. 이미 일주일치 돈을 다 내놔서 덕분에 매일 장보러 왕복거리 40분을 걷게 되었다.


숙소에서 밥먹고 쉬다 아까 콜스 앞에서 봐 둔 Vine Power 라는 잡 에이전시로 가봤다. 


“안녕하세요. 저희 일 찾고 있는데 혹시 일 있나요?”


“네. 일단 여기 앉으세요”


앉아서 이것저것 설명을 들었다. 역시 소라형이 말했던 대로 여기 마가렛리버는 포도농장이랑 와이너리가 유명해서 대부분의 일거리가 포도 관련된 일이 될 거라고 한다.


“그럼 언제부터 일을 할 수 있나요?”


직원은 웃으며


“아직은 모르겠어요. 일 자리가 생기는 대로 바로 연락줄께요. 여기 전화번호랑 이메일 주소 좀 적어주세요”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다시 숙소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오늘도 딱히 한 건 없지만 아까 장을 봐 둔 것으로 대충 요리해먹고 따뜻한 물에 샤워도 하고 침대 위에 앉아 푹 쉬었다. 그리고 문자가 하나 온다.



“월요일 아침 8:30분 Vine power 앞으로 오세요”


등록을 해놨더니 그날 바로 문자가 오다니 그것도 월요일부터 바로 일하러 오란다. (등록한 날은 금요일이다.) 


같은 방을 쓰는 캐나다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자기들은 일주일 동안 기다려도 답이 없었다는데 우리는 운이 좋단다.


그리고 마가렛리버는 추웠다. 골드코스트보다 그리고 퍼스보다도 훨씬 추웠다. 방안에 히터를 틀고 잘 정도였다.


기선이는 열심히 담배를 만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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