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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r 16. 2020

오늘도 평화로운 마가렛리버

마가렛리버 



시골 도시인 마가렛리버에는 딱히 할일이 없다. 주중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밥 해서 먹고 8시반에 일을 시작해서 대충 5시 조금 넘으면 일이 끝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그러면 또 다같이 밥을 해 먹고 숙소에 있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놀다 가끔씩 맥주도 한잔한다. 평화로운 농부의 삶이다.



여기 며칠 있다보니 여러 친구들이 생겼다.


어느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잠을 깨어 방에서 나와 차가운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며 공용 식당으로 가 인스턴트 커피 한잔을 타서 테이블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맞은편 방에서 서양 여자 하나가 나오더니 똑같이 공용 식당으로 가 초록색 플라스틱 컵에 커피 한잔을 들고 와서 담배를 하나 물고 테이블 내 맞은편에 앉는다. 


“하이”


금발 머리에 갈색눈이 예쁘게 웃으며 인사한다. 


“나는 버지니(Virginie)야. 넌?”


아주 진한 프랑스 억양이다.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은 프랑스어로 들었을지도 모를 정도다. 


“이렇게 아침 일찍 뭐해?”


내가 물었다.


“아 남자친구 기다려. 같이 차타고 일하러 가야지. 어. 저기 오네”

그럼 그렇지. 예쁜 사람들은 남자친구가 있다. 남자친구는 잭. 잘생긴 영국인이다. 그리고 잭 옆에 같이 오는 키가 조금 작고 귀엽게 생긴 남자. 프랑스인 페드로다. 그렇게 기선이가 자고 있거나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으면 (기선이는 호주에 와서도 폰으로 게임을 즐긴다) 이 친구들과 종종 놀곤 했다. 


또 다른 주말 아침.


나는 주말에는 딱히 일이 없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모닝 커피에 모닝 담배를 즐긴다. 잭과 버지니와 페드로가 색이 바랜 빨간 도요타 캠리 차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꽤 신나 보인다.


“굿모닝.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웃고 있어 너네들”

잭이 손에 든 길쭉한 연장을 차 바퀴 중앙에 꽂고 힘껏 돌리기 시작한다. 옆에 서 있는 페드로가 돕고 있고 버지니는 숨 넘어 가듯 웃는다. 


“어제 출근 해야 하는데 데니얼 이 새끼가 (데니얼은 이 친구들 방에 같이 있는 남아공 남자애다) 내 차 키 훔쳐서 내 차를 어딘가 숨겨놔서 출근 못했어. 그래서 복수 하는거지. 바퀴 다 빼서 못 찾게 강에 버려버릴 거야”

잭이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페드로도 웃으며


“니리 니리 (페드로는 내 이름 넬리를 발음 못해 프랑스 억양이 섞인 말로 이렇게 나를 부른다) 너도 같이 할래?”


아니. 나는 데니얼에게 복수할 생각이 없다. 바퀴 네개를 다 뽑아서 돌돌돌 굴려서 어딘가 갔다오더니 신나서 방으로 들어간다. 나도 방으로 들어 갔다. 한 두시간 흘렀나


“왓더퍼어어어어어어어어억!”


누가 소리 치는지 밖에 안 나가봐도 알 것 같다. 데니얼이다. 


“누가 이랬어!!!”


소리를 듣고 방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온다. 나도 잭도 페드로도 버지니도 나왔다. 데니얼을 보며 다들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잭 3인방 얼굴이 씰룩씰룩 하더니 결국 웃음이 터져 버렸다.


“잭! 너가 그랬구나 바퀴는 어디 갔어?”


데니얼이 씩씩거리며 묻는다. 


“나도 모르지. 한번 잘 찾아봐”


잭은 모르는 척 웃으며 대답한다.


“너 차 이번에 다 박살 내버릴꺼야”


데니얼은 잭의 차를 찾으러 두리번두리번거리지만 아까 잭은 이미 차를 숙소 밖 한참 먼 곳에 대놓고 왔다. 


“언젠가 너 죽여버릴꺼야 잭!”


이렇게 또 평화로운 마가렛리버의 하루가 지나간다.


왼쪽부터 페드로, 잭, 데니얼, 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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