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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r 19. 2020

또 다시 시작

다윈

마가렛리버에서 다시 다섯시간이 걸려서 퍼스에 도착했다. 퍼스는 잠깐 살았는데도 뭔가 익숙했다. 그것보다 다시 오니 새삼 반갑다. 도시에 왔다. 전에 갔던 숙소 쿨리바는 다른 숙소에 비해서 사실 조금 비쌌다. 도미토리 방에 하루에 32불이었으니 지금 돈도 다 떨어져 가는데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걸어다니다 하루에 25불이라는 푯말을 보고 인터네셔널 백패커스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온 도시에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었다. 숙박을 아끼기 위해 싼 곳으로 왔으니 조금 비싼거 먹어도 된다는 우리만의 이상한 계산이었다. 그리고 벌써 기선이가 사 온 맛있는 레죵 초콜릿맛 담배는 다 떨어진지 오래였다. 그래서 둘이서 침대에 앉아서 열심히 담배를 말았다. 한번에 20개 정도씩은 말아놔야 안심이 된다.



Flight Centre에 다윈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가서 대충 인터넷이랑 비교해보고 티켓을 샀다. 제일 싸고 가까운 날짜는 모레 비행기다. 제트스타항공 182불이다. 


모레 비행기니 아직 이틀 남아서 잠깐이지만 정이 들어 그리웠던 퍼스 시내를 괜히 걸어서 돌아다니고 너무 예뻤던 프리멘틀도 다시 한번 갔다 오고 그 와중에 싸게 들어갔던 인터네셔널 백패커스는 마음에 안 들어서 다음날 다른 숙소로 한번 옮겼다. 


서호주에서 나름 알차게 지내고 이제 북쪽으로 떠난다. 아침 비행기라 대충 커피랑 빵 쪼가리를 먹고 허겁지겁 배낭을 싸서 처음 공항에서 여기로 왔을 때와 반대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퍼스에서 다윈까지는 비행기로 세 시간 반이 걸린다. 아침 일찍 서둘렀더니 비행기에 올라타 피곤해서 잠깐 눈을 붙였더니 다윈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창밖을 보니 온통 흙색이다. 누렇다. 건물이 낮다. 골드코스트와 퍼스는 너무 달랐고 퍼스와 다윈은 또 완전 다른 느낌이다.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미끄러지듯 쿵하며 내리 닿고 곧 멈춰선다. 비행기 밖으로 나오니 후끈후끈한 열기가 우리를 맞는다. 


국내선이라 간단히 수속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너무 덥다. 아침에 입고 온 긴팔 후드티를 얼른 벗어서 가방에 쑤셔 넣었다. 퍼스에서 아침에 나올 땐 분명 15도쯤이었다. 쌀쌀했다. 폰을 꺼내 기온을 확인하니 33도다. 다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때 조금 덥다는 말은 있었는데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일단 다윈에 도착은 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공항 앞에 있는 미니벤에 일단 올라탔다. 


“타운으로 가나요?                        


기사님한테 물어봤다.


“예쓰!”


미니벤은 우리를 태우고 어디론가 간다. 20분쯤 지나니 큰 도시는 아니지만 그나마 건물이 조금 많이 보이는 동네가 나온다. 25분쯤 지났나.


‘엇 YHA다’


속으로 생각하고 기선이를 쳐다보니 기선이도 봤나 보다. 나를 쳐다보고 있다. 


“기사님 여기 세워 주실 수 있어요?”


거기는 정차하는 곳이 아닌지 2분 정도 더 가서 차를 세워준다. 돈을 내고 가방을 들쳐 매고 지나온 길을 다시 되돌아 갔다. 다행히 YHA를 직선으로 지나쳐 차가 주욱 이동했어서 찾기 쉬웠지만 갑자기 훅 덮쳐온 더위에 헉헉거렸다. 



YHA는 전세계에 있는 체인이라 믿을 만하다. 마가렛리버에서도 YHA에 있었고 퍼스에 두 번째 갔을 때 인터네셔널 백패커스가 마음에 안 들어 다시 찾아간 곳도 YHA였다. 

들어가니 리셉션에 동양인 남자가 우리를 맞는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꽤 깔끔한 영어 발음이다. 대만에서 온 이 친구는 릭이다. 우리랑 같은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여기 왔다. 예약도 안하고 무작정 왔지만 다행히 방이 있다. 


방에 가방을 내려 놓고 나와 퍼스에서 열심히 말아서 온 담배를 하나씩 물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진다. 


다윈에 왔다. 또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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