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처음 일을 시작했다. 골드코스트에서 했던 키친핸드 일이다. 다른거라곤 택스잡이라 시급도 높은데다가 주말에는 시급 30불까지 올라간단다. 일도 Saks보다는 훨씬 쉬운거 같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다 좋아보였다.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데 처음 시작하기 전에 옷 갈아 입을때는 몰랐는데 일 끝나고 다시 옷 갈아입으려고 탈의실에 들어가니까 남녀공용이다. 금발에 얼굴이 새하얀 여자가 옷을 훌렁 벗고 브라와 팬티만 입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다.
“새로 왔어? 나는 메디야. 너는 이름이 뭐야?”
나는 당황해서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어 나는 넬리야. 반가워”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메디는 옷을 다 입고 나가버린다. 이것도 익숙해지겠지.
그렇게 기분좋게 첫날 일을 마치고 기선이 조리를 사러갔다. 기선이 조리는 오래되기도 하고 싸게 주고 산거라 그런지 퍼스에서 돌길을 걸을 때마다 발을 아파했었다. 그래서 돈 벌면 새 거 하나 사줘야지 하고 항상 생각했었다.
신발 사와서 신어보라고 하니 너무너무 좋아한다. 이만큼 리액션이 좋은 사람도 드물꺼다. 거의 울먹인다. 주는 기쁨이라는게 이런거구나 하고 느낀다. 나는 살면서 누구한테 받기만 했지 준적은 거의 없었던 거 같다. 앞으로 더 베풀며 살아야지.
다음 날 아침 일찍 눈을 떴더니 쉘비가 내 침대쪽으로 오더니 속삭인다.
“넬리야 큰일났어. 저거 너 가방이야?”
2층 침대에 내가 1층을 쓰고 기선이가 2층을 쓰고 있는데 1층인 내 옆에 기선이와 내 가방을 같이 나뒀다. 쉘비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가방은 기선이꺼다.
“아니 저거 Sun (기선이 영어 이름이다) 껀데 왜?”
그러자 쉘비가 조심히 다시 속삭인다.
“저기 옆옆 침대에 있던 호주 아저씨 알지? 어제 새벽에 술 취해서 들어오더니 기선이 가방에 오줌을 싸더라고. 어떡할까 지금 Sun 깨울까?”
방에 화장실이 있는 구조라 술도 취하고 어둡기도 해서 기선이 가방이 소변기인줄 알았나보다.
“아니 지금 곤히 자니까 내가 나중에 얘 일어나면 얘기할께. 고마워 쉘비”
큰일났다. 기선이는 생긴거와 다르게 아주 깔끔한 성격이다. 이걸 아는 순간 난리가 날거다. 그리고 두 시간쯤 지나자 내 침대 위층에서 부스럭거리며 깬다.
“일어났어? 밖에서 담배나 하나 피자”
그리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하나씩 물고 불을 붙였다. 지금 돈이 많이 없어서 담배를 끊었다가 쉘비가 담배를 조금 줘서 아껴 피던 걸 꺼내 물었다.
“야 표정이 와이리 어둡노 무슨 일있나?”
나는 어떻게 처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뜸을 들였다.
“야 머고? 말해봐라 무슨 일이고?”
그래 어쩔 수 없이 말은 해줘야지.
“너 아침에 일어나서 가방에서 뭐 꺼내거나 했어?”
“아니 왜?”
다시 망설이다 얘기했다.
“충격받지 말고 잘 들어. 그거 조금 축축할꺼야 쉘비가 그러던데 누가 거기 오줌 싼거 같은데”
기선이는 사색이 되서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가 나온다.
“이 시바. 누고? 누가 오줌 쌌노? 와 미치겠네”
그리고 쉘비한테 들은 이야기를 해줬다. 기선이 가방에 있던 공책도 다 젖고 안에 있던 옷가지랑 속옷, 양말까지 싹 다 젖었다. 정말 많이도 싸질렀다. 종이 같은 거는 다 버리고 빨 수 있는 거만 챙겨서 같이 동전 세탁기로 가서 다 넣고 돌렸다.
“와 진짜 돈도 없는데 피 같은 돈 10불을 여기다 쓰네. 금마 노가다 하제? 나중에 오면 돈 달라고 해야겠다. 진짜 시바 미친놈 아이가. 우째 여기다 오줌을 싸노”
그리고 일 하러 갔다오니 기선이가 말한다.
“금마한테 가서 돈 내 놓라고 했드만 금마도 거지더라. 주머니 탈탈 털어서 5불 밖에 없더라. 그래서 그냥 돈 받고 꺼지라 그랬다”
도미토리에서 살면 정말 별일이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