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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r 31. 2020

태국 알려주기

방콕

지니네에 도착하니 혜수와 한을이가 주섬주섬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오빠 이것 좀 봐줘요”

 

해외여행이 처음인 이 아이들은 일주일 일정의 방콕 계획을 워드에 써서 프린트 해왔다. 첫날은 어디가고 둘쨋날은 어디가고 정확하게 계획을 짜왔다. 인터넷과 가이드북을 보고 나름 열심히 정보를 모아서 써오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일주일 내내 방콕에만 있기엔 아깝다.

 

얘들아 일주일이면 갈 곳이 너무 많아. 방콕에만 일주일 동안 있는 건 아닌 것 같애. 일주일이면 잠깐 라오스도 갔다 올 수 있고.. 음.. 태국 왔는데 태국 바다는 한번 보고 가야지 안 그래?”

 

혜수와 한을이 얼굴이 잠깐 시무룩해지더니

 

오빠.. 둘이서 또 다른 곳으로 가는 건 너무 무서워요. 여기도 오빠 만나서 간신히 왔는데 오빠는 같이 안 가줄꺼자나요. 바다도 보고 싶긴 한데 그건 다음에 갈래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가 본 태국 섬 중에 피피섬이라는 곳이 있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온 ‘더 비치’ 라는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인데 진짜 너무 좋아. 꼭 갔다와. 티켓 끊는 거랑 내가 다 도와줄께. 그리고 거기 가면 또 나 같은 사람이 도와줄꺼야 걱정하지마”

 

하며 피피섬 사진을 보여줬다. 그리고 같이 여행사를 가기로 했다. 

 

일단 출출하기도 하고 해장도 할 겸 태국식 소고기 국수를 먹으러 갔다. 한국인들한테 너무 유명한 ‘나이쏘이’에 데려갔다. 얘들도 인터넷에서 본 적 있다고 가보고 싶었다며 너무 좋아하며 잘 먹는다. 나이쏘이는 전에 왔을 때보다 가격은 올랐는데 양은 적어졌다. 아쉽다.

 

그리고 나이쏘이 근처에 있는 ‘슈가트레블’로 가서 피피행 티켓을 끊어주었다. 슈가트레블은 전에 여행할 때 열심히 발품 팔아서 찾아낸 가격대비 제일 싸고 친절한 곳이었다. 여행사 직원이 말하는 걸 얘들에게 통역해주고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켜주었다.

 

이제 표도 끊었겠다. 방콕 구경이나 시켜주려고 람부뜨리를 걸어가는데 누가 아는척 한다.

 

넬리오빠?”

 

연희다. 페이스북으로만 알고 지낸 사이었는데 서로 바로 알아봤다. 람부뜨리에 있는 숙소에서 잠깐 머물면서 내가 방콕에 와 있는걸 알고 혹시 지나갈까 해서 한참 기다렸단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지니네에서 곧 다시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혜수와 한을이는 람부뜨리 길거리의 노점상에 멈춰서더니 실 팔찌 3개를 산다. 3개에 100바트해서 샀다고 하더니 하나를 나한테 주겠단다. 

 

오빠는 우리의 생명의 은인이에요. 오빠가 없었으면 진짜 맨날맨날 무서웠을거에요. 진짜 너무너무 고마워요”

 

하며 무릎을 꿇고 내 발목에 발찌를 채워준다. 별 거 한거도 없는데 감동이다. 그 발찌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내 왼쪽 발목에 채워져 있다.

 

숙소로 돌아가 잠시 쉬다 다시 배 선착장이 있는 공원으로 가서 좀 걸었다. 잔디밭이 있는 큰 광장에서는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노래에 맞춰 태국 사람들이 에어로빅 비슷한 춤을 단체로 추고 있었다. 한류는 한류인가 보다. 얘들도 신나서 따라 춤춘다. 태국에서 일어나는 모든일이 즐겁고 신기해 보이나 보다. 나도 태국에 처음 왔을때는 이랬는데 하며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온다.

 


벤치에 앉아 잠시 쉬다 이번엔 카오산으로 가서 최고의 파타이를 맛보여 주기로 했다. 사실 카오산 옆 스트리트에 새로운 먹거리 거리가 생겼다. 2년 전에는 없었다. 거기 끝쪽에 가면 노점에 세 분의 아주머니가 파타이를 팔고 계신데 그 중 중간 아주머니 파타이가 기가 막힌다. 파타이를 사서 길거리에 앉아 먹으니 또 이 아이들은 맛있다고 난리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내일은 혜수와 한을이가 피피섬으로 떠난다. 이상한 기분이다. 굳이 말하자면 어미새가 아기새들을 둥지에서 떠나 보내는 그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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