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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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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pr 01. 2020

잘못된 만남의 시작

방콕

또 아침에 혼자 일찍 눈을 뜬 나는 침대에서 나와서 조리를 찍찍 끌며 람부뜨리로 걸어 갔다. 편의점에서 창 맥주 한 병을 사서 입에 물고 앉아 있으니 노랑색 물차가 와서 거리에 시원하게 물을 뿌리며 청소한다. 여행하면서 맞는 그 나라의 아침은 이렇듯 매일매일 새롭다. 



다시 지니네로 돌아가 혜수와 한을이는 체크아웃을 하고 좀 쉬다 픽업 시간이 되어서 버스타는 곳까지 배웅을 해주고 작별 인사를 했다. 끝까지 둘이서만 가는 건 너무 무섭다고 하지만 계속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착한 아이들이다. 피피섬에서 또 다른 멋진 추억을 만들길.


나도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첫날에 머물렀던 나콘핑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오늘 카타르에서 손님이 온다. 카타르 도하에서 통역일 하며 살 때 친해진 동갑내기 친구 현주다. 도하에서 사는 내내 나는 항상 남자직원들과 일을 했었고 무슬림 국가라 여자랑 말을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일 마치고 틈만 나면 여자친구들한테 괜히 영상통화를 하던지 메시지를 보내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고등학교 친구랑 연락 하던 중


“아 맞다. 내 친구도 지금 도하에 있을텐데. 아마 카타르항공 승무원 하고 있을 거야. 친구한테 연락 한번 해보고 괜찮다고 하면 연락처 줄게. 친하게 지내봐”


그렇게 해서 알게 된 현주. 내가 도하에서 일을 그만두고 한국에 와서도 연락을 계속하다가 


“나 동남아 놀러가는데 너도 휴가 맞춰지면 놀러와 같이 놀자”


오늘이 그날이다. 도착시간에 맞춰서 수완나폼 공항으로 마중을 갔다. 그런데 도착시간 2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는다. 여행가도 절대 유심칩을 사지 않는 나는 급한 마음에 로밍으로 전화를 했다. 아마 돈이 어마어마하게 나오지 않았을까. 한국폰으로 로밍을 사용해서 카타르 번호로 전화를 했으니. 


아무튼 극적으로 재회했다. 태국에서 만나기 전 내가 몇 번이나 말했었다.


“비행 하면서 잠깐 머무는 거랑 달라. 케리어 끌고 오지 말고 꼭 배낭 메고 와. 알았지? 태국은 그나마 괜찮은데 라오스는 길이 울퉁불퉁해서 케리어 끌기 힘들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현주는 자기 몸통 만한 크기의 케리어를 끌고 왔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나콘핑 호텔로 들어가서 문을 여는 순간 현주는 말한다.


“이게 호텔이야?”


승무원하면서 비행하면 항상 4성급 이상 호텔에만 머물다가 이런 호텔에 놀랐나 보다. 나는 나름 친구 온다고 편한 도미토리룸 지니네를 버리고 그래도 내가 아는 제일 좋은 곳에 방을 잡아놨는데. 


출출해서 밥을 먹으러 갔다. 도하에서도 한번 태국 식당에 가봤었다.


“내가 방콕 최고의 파타이를 보여줄께”


어젯밤에 갔던 노점 파타이 가게에 중간 아주머니한테 파타이를 사서 옆에 찻길과 인도가 나눠지는 볼록 튀어나온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파타이를 먹기 시작했다. 현주는 옆에 앉지 않고 나를 멀뚱멀뚱 쳐다본다.


“옆에 앉아. 파타이는 또 이렇게 길거리에 앉아서 먹는게 제맛이지!”


그러자 현주는 인상을 찡그리며


“길거리에 어떻게 앉아? 뭐라도 깔아줘야 하는거 아니야?”


황당하다. 내가 왜 뭘 깔아줘야 하지. 그렇게 나는 앉아서 현주는 서서 식사를 마쳤다. 뭔가 안 맞다. 첫날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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