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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pr 25. 2020

방콕에서 방비엥 가기

방비엥

새벽 5시 넘어서 침대에 누웠지만 오늘 캄보디아로 가기위해 일찍 일어나야 했다. 숙소의 체크아웃 시간이 12시라 늦지 않기 위해 알람은 맞춰 놨지만 신경쓰여 계속 잠을 못 이루다 아침 8시쯤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여행사로 갔다. 방콕에서 캄보디아 시엠립까지는 대량 10시간 정도 거리에 400바트 (대략 만이천원정도)였다.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시엠립행 미니벤은 매일 아침 8시 출발이란다. 그래서 시엠립으로 가려면 내일 출발을 해야했다. 생각보다 방콕에 오래 있어서 오늘 무조건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끝에 일단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 더 여기 있을 수밖에 없겠다 싶어 일단 하룻밤 더 체크인을 해놓고 밖으로 나와 어제 만났던 남녀 중 남자분 상목이형을 만났다. 형과 나는 한 살 차이. 현주는 빠른년생이라 형과는 친구. 이상하게 족보가 꼬였다. 뭐 상관없다.


형은 방콕에만 벌써 한달째 머물고 있단다. 여행보다는 방콕의 밤문화를 즐기러 왔단다. 매일매일 방콕 클럽에 도장을 찍고 있단다. 별 계획없이 방콕에 있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긴한데 혼자서 어디 가기 좀 무섭기도 하고 해서 일단 여기에 있단다.


“형 그럼 우리 캄보디아 가는데 같이가요”


그랬더니 형은


“숙소에 있는 사람들한테 들었는데 라오스가 그렇게 좋대. 나는 라오스가 땡기는데”


나도 라오스는 가봤고 오늘 저녁에 기차도 있다는 정보도 얻어서 라오스로 갑자기 루트를 바꿨다. 라오스는 버스로만 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침대가 있는 야간 기차가 있다는 소리에 바로 오케이했다. 체크인한지 6시간만에 다시 짐을 싸서 나와서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갔다. 난 사실 방콕에 기차역이 있는지조차 몰랐었다. 


기차역에 도착해서 표를 알아보니 라오스와의 국경도시인 농카이행 기차가 1시간 후에 있단다. 그래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맥주 몇캔을 사서 기차에 올라탔다. 저번 여행때는 동남아에서 기차를 한번도 안타봐서 그런지 신선하고 새롭다. 좁은 기차칸에 셋이 마주보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것도 즐겁고 무엇보다 벗어나고 싶은 방콕에서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 자체가 설레인다.


슬슬 눈이 감기기 시작해 내 자리인 2층으로 올라가 커튼을 치고 잠이 들었다.


생각보다 기차 침대칸은 안락했다. 2층이라 불빛이 좀 들어오고 에어컨 옆이라 약간 추운거 빼고는 정말 푹 쉬면서 잘 이동한 것 같다. 왜 진작 기차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다. 정보의 부족이었다. 



아침 10시쯤 국경마을인 농카이에 도착했다. 농카이에 도착해서 알아보니 우리의 목적지인 방비엥 직행버스는 아침 8시 반에 딱 한대라 어쩔 수 없이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엔으로 일단 가기로 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툭툭을 타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다행히 12시 반에 있는 비엔티엔 행 버스를 탔다. 드디어 태국을 벗어나 그리웠던 라오스로 간다. 국경을 지나서 이민국을 간단히 통과했다. 저번 여행때도 그랬지만 한국인은 라오스 비자가 필요없다. 다른 서양 여행자들은 비자를 만들어야 한다. 초록색 한국 여권이 자랑스러워 지는 순간이다. 


2시쯤 비엔티엔에 도착했지만 방비엥으로 가는 버스는 1시 반이 막차란다. 어쩔 수 없이 8불씩 주고 미니벤을 타고 방비엥으로 달렸다. 어떻게 되었던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


라오스는 변하지 않았다. 비포장도로는 여전했다. 창문으로 보이는 진한 황토색 풍경도 그대로였다. 한가로이 풀을 뜯던 물소들이 천천히 때지어 찻길 위로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것도 예전과 같았다. 롤러코스터처럼 덜컹덜컹 거리며 앞차에서 흩날리는 누런 흙먼지를 얼굴로 바로 맞으며 그렇게 천천히 방비엥으로 달려갔다. 



4시간이 좀 넘게 걸려 6시 반쯤 방비엥에 도착했다. 방비엥도 그대로다. 여유롭게 길게 늘어선 나무집들. 아기자기하게 빛나는 가게들. 행복한 얼굴로 바삐 움직이는 서양인들. 다 그대로다. 


카오산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기차를 타고 툭툭을 타고 버스를 타고 미니벤을 타고 꼬박 24시간이 걸려 드디어 방비엥 도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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